놓을 수 없는 사랑에 뒤틀린 남자, 이강우!
뜨겁던 피는 얼어붙고 심장은 부서져 버렸다.
외로운 그의 사랑은 집착이란 독초로 자라났다.

그녀는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

“웃어?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보고, 감히…….”

참을 수 없는 폭풍이 가슴속에 회오리치며, 강우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직 그는 그녀에게 그 무엇도 허락한 적이 없었다.
6년, 아니 60년이 흐른다 해도 그의 허락 없이 그녀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금기를 깨어 버린 그녀를 향해,
부서진 강우의 심장이 잔인하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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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야, 아픈 그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랑이란 봉인은 끝내 풀리고 말았다.

10월이 되면
먹어도, 먹어도 배가 시리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발, 뒤틀리는 뼈 마디마디.
숨을 쉴 때마다 서걱서걱 사포로 긁어대는 심장.
강우 씨, 미안, 미안해요.
어리석은 내 사랑을 용서하지 말아요.

제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태양을 사랑한 서리꽃처럼
사랑이란 뼈아픈 전쟁 속에 자신을 던진 여자, 김유희!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깨달았다,
탐욕스런 키스도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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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우

늘 가슴 뻐근한 글을 쓰고 싶다.
hoho3mam@naver.com

[출간 작품]
「입술을 듣는 남자」 「동이」 「주피터의 장난」 「착한 사랑」
「오랑아 오랑아」 「고나비의 유혹」 「아내해」 「열꽃」 「슬리핑뷰티」
「슬픔아, 제발!」 「사랑아, 제발!」 「사랑비」 「심장이 춤춘다」외 다수

“설마, 지금 날 피해서 도망가던 중입니까?”
다시 돌아서는 등 뒤로 그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바닥에 동전이라도 떨어졌습니까?”
도대체 이 남자 뭘까?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날 또 괴롭히는 걸까?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며 그녀는 이 남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빨리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마치 그가 투명 인간이라도 되는 듯 모르는 척하며 휙 지나쳤다. 하지만.

“앗!”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손목을 그는 너무나 쉽게 확 잡아챘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유희는 손목이 잡히자 쇼크가 온 듯 숨이 턱 멈추는 것만 같았다.

“숨 쉬어요.”
점점 창백해지는 그녀를 보며 그가 명령조로 말했다. 하지만 유희는 그의 억압적인 말투에 온몸이 더욱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이대로 당신이 쓰러지면 망설이지 않고 내 집, 내 침대로 데려갈 용의가 있습니다.”
유혹인지 협박인지 알 수 없는 뻔뻔한 말을 그는 너무나 담담한 어투로 전혀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믿을 수 없는 말에 유희의 눈동자가 더욱 커지면서 숨을 크게 들썩였다. 그는 보란 듯이 더욱 바짝 다가오더니 은밀하게 귓가에 속삭였다.

“숨 쉬어요, 내 침대 구경할 생각이 아니라면.”
귓속을 파고드는 그의 자극적인 압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당황하여 정신이 혼미했던 유희는 온몸이 오그라들면서도 정신이 번쩍 났다. 동시에 꽉 막혔던 숨이 본능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 이 손 놔주세요.”

“싫다면?”

“이, 이봐요?”

“이강우! 내 이름은 이봐요가 아니라 이강웁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꼭 기억해요!”
그는 휘둘리지 않고 명확하게 자신의 이름을 다시 각인시켰다.
유희는 대답 대신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 깨물지 마요.”

“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어린애도 아니고, 정말 이유가 뭔지 모른다는 겁니까?”

“모, 몰라요.”

“좋습니다. 그럼 분명히 알려 주죠.”
그가 알았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유희가 그 의미를 몰라 주춤하는데, 그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확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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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보다시피 카드.”

“이걸 왜?”

“한도는 없으니까 원하는 대로 써도 돼. 대가가 부족하면 말하고.”

“대, 대가요?”

“밤마다 날 만족시키는 대가.”

“가, 강우 씨?”

“열어 봐.”
유희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고개를 저었다.

“열어 보는 게 좋을 거야.”

“계, 계약서…….”
봉투 안에는 말도 안 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유희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사항을 뚫어질 듯 바라봤다.

“나, 나보고 다, 당신의 저, 정부가 되라고요?”

“당신도 충분히 즐거울 거야. 지금껏 그랬듯이…….”

“갑자기 우리에게 왜, 왜 이런 계약서가 필요하죠? 내, 내가 왜 당신의 정부가 되어야 하죠?”

“내가 원하니까. 김유희가 이강우의 정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앞으로 이강우가 가지고 노는 그런 노리개로 살아!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면서 시키는 대로!”

“만약, 만약 내가 싫다면요?”

“싫어?”

“네, 싫어요.”

“왜?”

“아파서요. 여기가 너무 아파서 이젠 못하겠…….”

“정부가 싫으면 뭐가 하고 싶었는데? 뭘 해야 안 아픈데?”

“강우 씨, 우리 연애하기로 했잖아요. 서로 아껴 주고 사랑해 주고, 그렇게는 안 될까
요? 조금만 더, 우리…….”

“하! 하하하! 설마, 내가 당신 같은 여자와 결혼이라도 할 줄 알았나?”

“가, 강우 씨? 제발……. 나 사실…….”

“기억, 되찾고 싶지 않나?”
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 그가 결심한 듯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 기회를 놓친 유희는 그대로 얼어 버렸다.

“당신이 잃어버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아?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다, 당신?”

“알고 싶겠지? 그래, 알고 싶을 거야. 내가 알아. 내가 당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처음부터 우리에게 우연 따윈 없었어!”

“그, 그만해요. 그만!”

“처음부터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어. 지난 6년간 내가 수없이 소리치고 싶었던 말, 이제
해줄게.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 내가 말해 줄게! 그러니까 계약서에 사인하고
카드 받아.”

“강우 씨?”

“그리고 지금부터 이강우의 정부가 되어 노리개로 사는 거야. 그럼 천사처럼 웃는 얼굴로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끔찍한 짓을 했는지 하나씩 알게 될 거야. 내가 누군지, 반드시 기억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