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차별은 없어야 해요.
하지만 살아가는 데는 차이가 있어요.”

어느 날 다가온 사랑에 설레여 하면서도
차별과 차이를 들먹이며 주춤하는 그녀, 정희.

“그럼, 내가 정희의 나라로 갈게.”

사랑하지만 속한 세계가 다르다고 밀어내는 그녀의
나라로 모든 것을 버리고 가겠다는 그, 우진

다르면서도 같은 그들,
그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사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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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모든 일에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사람.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충만한 삶이길 바라는 이상주의자.
로망띠끄와 피우리넷에서 ‘현재라는선물’로 활동 중.

<출간작>
햇살아래서(이북)
첫사랑을 잃다

<출간예정작>
그녀석(가제)
그들의 사랑법
사랑, 그게 뭔데

알람 소리에 눈도 뜨지 못하고 다시 알람을 껐다. 의식이 돌아온 위장에선 속이 비어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정희는 일어나지 않고 계속 누워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쓰려던 정희는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마지못해 이불을 젖혔다.

“누구지?”

<돈벼락 맞으면 죽어요.>

“헉!”

아침부터 이 무슨 뜬금없는 말이지, 하고 무시하려던 정희는 다시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정우진’이라는 이름이 얌전히 저장되어 있었다. 고객들의 전화번호는 저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의 기본 원칙이었다. 스마트폰에서는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가족들 번호가 아니면 절대 저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우진이라는 이름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정희를 빤히 보면서.

한잔하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갑자기 만난 우진을 보며 같이 술을 마시자고 한 건 본인이 맞다. 그런데 문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답장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정희는 같이 술을 마셔 준 성의가 고마워서라도 문자에 답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잠은 달아나 버렸고 정신은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술을 마시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무슨?>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기억 안 나요?>
하고 다시 문자가 왔다. 자신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이 남자는 기억을 한다는 말이렷다. 정희는 자신의 속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제발 실수한 것이 없기를 빌고 있었다. 기분이 저조할 때 마시는 술은 생각보다 안 취하는데 어제는 이상하게 빨리 취했다. 안주를 먹지 않고 소주만 마셨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정희는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정인과 이미 한잔한 상황에 또 술이 들어가니 자신의 주량을 넘어섰던 것이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나 이상한 여자 되는 거겠지?”
정희가 혼자 중얼거리는 사이 다시 문자가 들어왔다.

<하늘에서 돈 벼락이 내려 그 벼락에 맞고 싶다고 했잖아요.>
돈벼락? 내가? 정희는 휴대폰을 빤히 바라봤다.

<제……가요?>
휴대폰을 들고 방을 서성였지만 문자에 더 이상 답이 없었다. 정희는 이미 깨 버린 잠을 다시 잘 수도 없어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우진에게서 답문자가 와 있었다.

<백만 원짜리 뭉칫돈으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게다가 백만 원짜리 돈뭉치를 열 개 묶은 돈, 천만 원짜리 뭉치로 맞으면, 아마 뇌진탕 정도는 될걸요? 돈벼락을 맞을 것이 아니라 돈비나, 돈이슬 정도가 낫지 않을까요?>

“푸흡.”
정희는 우진의 장문의 문자에 피식 웃고 말았다. 문자에서 익살스러움이 전해졌다. 자신이 그런 말을 했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어쨌든 이 남자로 인해 오늘 아침 웃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니었다면 아침부터 기분이 엉망이었을 테고 신경은 날카로웠을 테니까. 출근 준비를 하는데 문자가 또 들어왔다. 정희는 휴대폰을 들며 무슨 말을 또 보냈을지 기대를 했다.

<내가 그 돈벼락 내려 줄 테니 내 제안 한번 들어 볼래요? 아! 참고로 제 돈벼락은 아프지 않을 겁니다.>
정희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다 쓰린 위장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기 위해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꺼내 목을 축이고 위를 달랬다. 이모티콘 하나 없는 문자인데도 우진이라는 남자가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