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한 온라인 게임업체 사장, 정지원.
그의 취향에 백 퍼센트 부합되는 여자를 찾았다.
“이 비서, 애인대행 아르바이트 한번 해보겠습니까?”

남동생이 쓴 사채 때문에 전셋집마저 홀라당 날려 버리고
임시비서직마저 불안한 분홍, 그녀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리고 이어진 예행연습.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잖아. 내 엉덩이에 점이 있다든지…….
아니면 내 거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일이라고 보기 힘든 아슬아슬한 업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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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
로맨스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다만 찾기 어려울 뿐이다.

로망띠끄에서 연재하고 있음.

출간작
섹스어필
레드 쇼윈도(e북)

출간예정작
파리지앵, 김 비서
누님 나 좀 봐

“이 비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오늘 모임에 가면 내 비서가 아니라 애인이 되는 겁니다. 거기서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비서는 내 애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고 태연하게 행동해요. 물론 이 비서는 평소에 침착하고 대범하니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장님.”

“아, 그리고 나를 부를 때는 지원 씨라고 부르면 됩니다. 거기서 사장이라고 부르면 곤란합니다. 나도 이 비서를 부를 때 분홍이라고 부를 테니까 놀라지 말고 잘 적응하도록 해요. 그리고 앞으로 말을 놓을 테니 그렇게 아세요.”

“네.”
“우리는 이제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연인처럼 보여야 해. 그게 이 비서가 할 일이야. 내
가 혹시, 신체 접촉을 해온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응해주길 바라.”

“접촉이라뇨? 혹시 스, 스킨십요?”

“그래. 이 비서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남녀 사이에 오가는 스킨십 정도는 잘 알겠지?”

“그게, 저 어느 선까지인지 확실히 하고 싶어요. 제가 아무리 애인 역할을 한다더라도 엄연히 진짜 애인이 아닌 건 우리 둘 다 알고 있는데, 무작정 사장님께서 하는 대로 이끌려 갈 순 없을 것 같아요.”

“흠, 분홍 씨 말이 맞는 거 같아. 형. 애인대행을 한다면서 스킨십이라니. 좀 과하지 않아?”
정 실장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저럴 때는 멀쩡해 보인다. 분홍은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정 실장이 대신해 주는 것 같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보수는 더 지급될 거야. 사실 어설프게 애인 역할을 할 바에야 안 하느니만 못하겠지.”
그는 신체접촉이 싫다면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긴 큰어머니가 그런 것에 속아 넘어갈 만큼 어리숙하신 분도 아니고. 조심스럽긴 하네. 완전히 믿게 하려면 분홍 씨도 노력해야겠네요.”

“네. 저야 뭐 확실하게 계산만 해주신다면야…….”
분홍은 말끝을 흐렸다. 사실 돈이 급하기도 했지만, 그가 말하는 거로 봐서는 능숙하게 애인 역할을 해낼 여자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남자와 키스 한 번 해본 적 없는 그녀는 아주 난감했다. 그가 싫어서가 아니라 경험이 전혀 없는 자신 때문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을 들었다.

“어머니가 원하는 여자 있어. 하지만 난 정략결혼 따위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런 일까지 하는 거지. 완전히 어머니를 단념시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정략결혼요?”

“오늘 만나는 사람 중에 우리를 눈여겨볼 이들이 있을 거야. 깊게 사귀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저절로 떨어져 나가겠지. 분명 어머니 쪽으로 이야기가 들어갈 거야.”
분홍은 대충 짐작이 갔다. 이 바람둥이 같은 사장은 한 여자에게 얽매일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결혼 같은 건 때려치울 생각으로 여자 쪽에서 단념하도록 만들 계획인 모양이다. 아니면 희원이라는 아가씨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 왔어, 형.”

“그래, 수고했어. 먼저 가라.”

“분홍 씨,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해요. 그럼 파이팅!”

“네. 파이팅!”
분홍은 주먹을 당기며 파이팅을 외쳤다. 실제로 덜덜 떨리는 것이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