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이의 계약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과연 사랑을 돈으로 사고 팔수 있을까?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겁이 난다는 우회적 표현일까?
세상을 다 가진 남자 민혁은 지현도 계약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가 계약 사항 중 놓친 부분은 자신이 얼만큼 빠져들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인데 아까 식사 때 나눈 말들은 개의치 말았으면 좋겠소. 그 머리핀이 반지가 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을 테니까 말이오. 1년이오! 1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약속된 시간을 어기는 일은 없을 테니 당신도 다른 생각은 품지 말길 바라.”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받고 있어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도 학습이 가능한가?

세상에 동떨어져 외로움을 안고 자수성가한 민혁은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작고 여리되 커다란 사랑을 품고 자신을 보듬어 주는 지현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

“지현아.”
왠지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네.”
왜 부르냐고 묻던 조금 전의 ‘네?’와는 사뭇 다른 ‘네.’는 무엇을 말하든 믿고, 무슨 말이든 따르겠다는 믿음이 실려 있었다.
민혁은 ‘사랑해’라는 말이 목울대까지 올라온 것을 꿀떡 삼키며 그냥 지현의 입술에 온 마음을 담아 키스했다. 그것은 다급한 욕정에 떠밀려 하는 키스가 아닌 다정함과 신뢰와 헌신이 담겨 오롯이 지현에게만 하는 키스였다. 지현도 왠지 모를 떨림에 숨결에 영혼을 담은 키스로 되돌렸다. 그리고 찰떡처럼 꼭 붙어서 밤새 미동도 없이 푹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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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

이세상의 모든 사랑을 꿈꾸는 바다 같은 사랑, 해랑

출 간 예 정 작
「나의 옛날이야기…….그리고」
「깊게 더 깊게」외

“추우면 유카타를 걸치면 되고 온천 주변은 생각만큼 춥진 않소. 오히려 몸은 뜨겁고 머리는 시원해 매우 상쾌하지.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고 내키면 들어와요.”

민혁은 객실에서 코너를 돌아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놓은 문 뒤쪽으로 사라졌다. 지현은 장갑을 점퍼 주머니에 잘 넣은 후 점퍼는 옷걸이에 걸어 놓고 간단히 샤워를 했다. 그리고 기왕 여기까지 왔고 다시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우선 목욕 타월로 칭칭 동여맨 후 유카타를 걸치고 머리는 대충 손으로 빗어 올려 빙글빙글 휘감아 핀을 찌른 후 민혁이 사라진 곳으로 종종 걸음을 했다. 그런데 순간 코너를 돌자마자 건너편에 팔을 쫙 편 채 바위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민혁의 벌거벗은 상체가 눈에 들어왔다. 지현이 들어서는 기척을 느꼈는지 민혁이 눈을 떴고 고스란히 그의 시선을 느끼며 유카타를 벗어서 옆의 바위에 걸쳐 놓았다. 순간 목욕 타월로 꽁꽁 동여맨 지현을 봤는지 민혁이 실망의 한숨을 흘리는 게 들려왔다.

“그러고 들어올 거요?”

“조, 조금 춥네요.”
추위보다는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지현이 변명했다.
지현이 온천탕에 발을 담그며 온도를 가늠할 동안 민혁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 뜨겁진 않소.”
가까이 다가와 지현의 망설임을 감지한 민혁이 물을 찰랑찰랑 끼얹어 주며 들어오라고 격려했다. 지현이 선뜻 몸을 담그지 않자 민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깊지도 않지.”
마치 빠질 염려도 없다는 듯 지현이 손을 잡아끈다. 지현이 탕속에 깊이 몸을 담그자 민혁은 기다렸다는 듯 목욕 타월을 풀고는 탕 밖으로 던져 버렸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지현이 당황해 휘청하는 순간 민혁이 지현을 끌어 당겨 안았다.

“내내 이 생각뿐이었지.”
민혁이 입술을 내리며 숨이 찬 듯 속삭였다. 그리고는 바로 지현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치며 거칠게 빨아 당겼다. 지현이 숨이 차 가슴을 살짝 밀어내자 방향을 살짝 바꿔 입술을 살짝살짝 핥고 깨물었다.

“달콤하군.”
민혁은 숨을 고르기 위해 이마를 맞대고 지현의 등을 쓸어내렸다.

“당신에게서 딸기 냄새가 났소. 아마 집에서 나오기 전에 딸기를 먹었겠지 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내내 당신의 향기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지. 나는 딸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말이오. 그때부터 입술을 훔치고 싶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