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 침대를 사용하게 될 거야, 다른 부부들처럼.”

“하지만, 당신과 난 정상적인 결혼을 한 게 아니잖아요. 그저 두 집안을 위한 정략결혼일 뿐이잖아요.”

“누가 그렇게 말하던가? 선우 회장이? 분명히 말하겠는데 채이와 난 남들이 하는 그런 결혼식을 올린 거야. 다시 말해, 정식 부부라는 소리지.”

독고시율과 선우채이의 결혼,
그건 세계적인 기업 천왕성 그룹과 AN 그룹의 전략적 동맹이자
정략결혼일 뿐이었다.
적어도 채이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떠난 허니문에서 그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순간
그들의 결혼은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아니, 7년 전 여우비가 내리던 그날,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치던 그 순간
이미 사랑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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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정

1972년 대구 출생.
존경하는 사람 – 어머니.
2003년 <상해 연가>로 데뷔.

출간 작품
<상해 연가> <능해목의 령 上, 下> <황녀의 환 1, 2> <가보 1, 2>
<레이니 1, 2> <라이언과 지나> <연의 보스> <불타오르다> <나의 괴물 무시지시>

출간 예정 작품
<푸른 초승달의 왕국 上, 下>

“다른 할 말이 있어요?”

“나도 쉴 생각이야.”

“여기…… 서요……?”

“그럼 안 되나?”

“네, 안 돼요.”

“왜지?”

“난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못 자거든요.”

“이젠 그 습관을 고쳐야겠군.”

“그게 무슨 말이죠?”

“결혼한 부부들은 한 침대를 쓰니까.”

“우린…… 당신과 난 정상적인 결혼을 한 게 아니잖아요……?”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면?”

“이를테면 천왕성 그룹과 AN 그룹의 비즈니스적 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죠.”

“누가 그렇게 말하던가? 선우 회장이?”

“아뇨…….”

채이는 당황했다. 큰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 물음 한마디에 자
신을 합리화시켰던 위태로운 명분은 그저 그녀 혼자만의 독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거 아녜요? 서로에 대해서 손톱만큼도 알지 못하는 남녀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결혼식을 해치웠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있죠?”

“첫눈에 반한 커플도 하루아침에 맺어지곤 하잖아?”
그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에 채이는 얼어붙고 말았다.

“분명히 말하겠는데 채이와 난 남들이 하는 그런 결혼식을 올린 거야. 다시 말해, 정식 부부라는 소리지.”

“당신한테는 여자가 있을 거 아니에요?”

“여자?”

“그때도 당신은 울며 매달리는 한 여자에게 키스를 당하고 있었죠.”

“훗, 그걸 기억하고 있었군.”

“뭐 그렇다기보단…….”

“그렇군. 채이는 전혀 변하지 않았어.”

“무슨……?”

“여전히 열다섯 살인 채로 몸만 자라난 거야.”

“그런 말 같지 않은……!”

“그만 쉬도록 해.”
잠시 후 그가 말했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흠칫하자, 조롱하는 미소가 다시 그의 입술을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채이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