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제의를 하나 할까 해.”

“제…… 의라뇨?”

“우리의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같이 살았으면 해. 만약 당신이 거절한다면……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잘 생각해 보고 답하는 게 좋을 거야.”



전 세계 여성들의 로망이자 향기의 천국인 ‘라 비 앙 로즈’,
그리고 그 ‘라 비 앙 로즈’ 왕국의 주인이자 향수의 마술사, 차하서.
‘라 비 앙 로즈’의 주인인 하서를 원하는 여자는 많았지만,
그가 원하는 여자는 오직 하나, 5년 전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버린 한수인뿐이다.
그의 장밋빛 인생을 처참하게 망가트려 놓고 떠나버린 그녀가 돌아왔다,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낯선 이방인으로.
왜 그녀가 떠나야만 했는지,
왜 그를 모르는 척 타인인 양 행동하는 것인지 반드시 알아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의 여자로 만들 것이다.
그녀만이 차하서 세상을 장밋빛 인생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에.

안미영

봄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부끄럼 많고 겁이 많은 여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 이야기를 글 속에 담아내고 싶은 여자.
그래서 모든 사랑을 동경하는 여자.

이북 출간작 : 끝없는 사랑, 블루 레인, 그대는 플라워

이북 출간 예정작 : 눈물의 웨딩드레스

종이책 출간 예정작 : 눈물의 웨딩드레스

“머리는 왜 잘랐지?”

“느닷없이 왜 남의 머리칼을 붙잡고 시비실까요? 내가 머리를 자르든 기르든 무슨 상관이죠? 광고주이자 사장님께서 내 애인이라도 된답니까?”

“정확하게 말해 너의 약혼자였지. 내 것에 대한 집착이랄까? 내게 그 정도의 물을 권리는 있다고 보는데, 당신 생각은 아닌가 보군. 왜 잘랐나?”

“내 기억에는 없는 사람인데, 내 약혼자였다고? 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광고주이자 사장님 말대로 내 약혼자였다면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었을 텐데,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을 울릴 것같이 생긴 남자를 내가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어떻게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뭔가 착각하는 거 아닙니까? 어쨌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난 광고주이자 사장님을 모릅니다. 아, 그리고 난 머리를 기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 머리를 왜 잘랐는지 물어도 해줄 답이 없다는 거지요. 알겠습니까?”

“지금 모습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 다만 사랑을 나눌 때 왠지 허전할 것 같아 그래.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거든. 다시 기를 생각은?”

하서의 끈질긴 동문서답이 이어졌다. 그녀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닐진대 묻는 그는 무덤덤했다.

“내 이름이 차하서라는 거 알면서, 광고주이자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름 부르기 싫으면 당신이라고 하든지, 오빠나 자기, 듣기 좋은 말 많잖아. 그렇게까지 나를 모른 척하려는 네 모습, 티가 많이 나. 그것도 내 눈에는 예뻐 보이지만 말이야.”

“미친놈. ……더 이상 말 섞었다가는 내가 병원에 가봐야 하는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르니 여기 작업한 거 놓고 갑니다. 살펴보시고 마음에 안 들면 연락 주십시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는 마주치는 일 없도록 합시다. 또한 일적으로도 엮이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당신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내 앞에 당신이 나타난 이상, 다시는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장담하지. 나를 피해 또다시 어딘가로 도망이라도 가는 날에는 지구 어디라도 쫓아가 당신을 찾아내고 말 거야. 그리고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도록 하겠어.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어디 도망가 봐. 당신이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어떻게 미친놈처럼 날뛰는지 지켜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군. 생각이 있는 당신이라면…… 명심해. 내 인내심을 자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오늘은 이만 가보는 게 좋겠어.”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난 당신을 몰라. 도망갈 이유도 없고. 혹시 당신, 내 몸에 관심 있어서 그러는 거야? 이 삐쩍 마른 몸이 뭐 좋다고. 나랑 자고 싶으면 그냥 솔직하게 자고 싶다고 말해. 한번 생각해 볼 테니. 그런 쓸데없는 소리 나불대지 말고. 다시는 나 찾지 마슈.”

“당신을 안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럴 거야. 솔직히 지금도 당신을 안고 싶어. 그러나 참을 거야. 왠지 알아? 지금 당신은 나를 인정하고 있지 않으니까. 당신 심장 속에 내가 있다는 거 확인되면, 그때 안아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