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차갑고 이기적인 남자, 장건욱.

“난 네가 날 사랑하기 바라.”

그는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유치한 사랑 따위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그에게 여자는 비루한 앙갚음의 수단일 뿐이었다.

심장이 고요하게 잠든 여자 유해인.

“당신은 사랑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소유욕이 강해요.
그거 아주 못된 심보예요.”

그녀는 미친 사랑을 선택했다.
외로운 사랑이 될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빠졌다.
철저한 그의 이기심마저 애틋하게 사랑했다.

하늘이 그녀에게 보낸 나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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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린

사랑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로망띠끄에서 활동.

출간예정작
그의 아내이고 싶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가끔 오는 곳이야.”

“당신이요? ……그렇구나. 아무것도 없는 곳에 와 있으면 머리가 맑아져요?”

해인의 물음에 창틀 위로 팔을 걸쳐 손에 턱을 괸 건욱은 왼쪽 눈썹을 쓱 끌어올릴 뿐이었다. 픽 웃은 그녀가 시선을 옮겨 강물을 바라보았다. 너울지는 물결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도 데려온 적 있어요?”

“머리가 복잡해서 오는 인간이 누굴 데려오겠어.”

“제가……처음이에요?”

의심스럽게 중얼거린 해인이 건욱을 응시했다. 머리가 먹먹해졌다. 그녀는 현재 그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와 있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그만의 휴식처에 그녀가 함께 있었다.

심장이 거칠게 뛴 해인은 자칫 신음소리를 낼 뻔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뱉었다.

“데이트 장소로 좋은 거 같아요. 나가서 산책해요.”

“혼자 다녀와.”

그럼 그렇지. 웬일인가 했다.

“이럴 거면서 여기까지 왜 데려왔어요?”

“바람 쐬고 싶은 눈치길래. 돌아다니다 와. 혼자서.”

무정한 말을 건넨 건욱은 의자를 뒤로 젖히며 편안하게 몸을 기댔다. ‘혼자서’라는 말이 가슴에 콱 박힌 해인은 태연히 눈을 감은 그를 보고 어이가 뺨을 치는 기분이었다. 그의 이기심에 두 손 두 발 들었다는 눈빛으로 못 먹는 감 한 번 더 찔렀다.

“잘 거예요?”

“음. 눈 좀 붙여야겠어.”

저밖에 모르는 에너자이저 장이 당연하게 대답했다. 인내하자며 숨을 크게 들이쉰 그녀는 쌩하니 몸을 돌려 문고리를 잡았다. 과감히 문을 열려는데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교차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어둠뿐인 한강에서 혼자 뭐할까.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 미친년 같아 보이지 않을까?

아차, 싶은 해인은 문에서 손을 떼었다. 가슴 앞으로 살포시 주먹을 쥔 채 건욱을 돌아다봤다. 그새 잠이 든 것처럼 그는 미동 없이 고요했다. 그를 주시한 그녀는 조금 전의 원망 따윈 깨끗이 잊으며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슬금슬금 미소 지었다.

먹고 싶다, 저 남자.
입꼬리를 음흉하게 끌어올린 그녀는 손을 들어 차의 조명을 껐다. 그녀가 무슨 짓을 벌이든 상관하지 않을 듯 건욱은 고요한 자세를 유지했다. 꺼진 조명 대신 가슴에 불을 지핀 해인이 양손으로 그의 뺨을 감싸며 다리 위로 올라앉았다. 놀라지도 않고 눈을 떠올린 그에게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차에서 해본 적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