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의 몸을 탐닉하면서 울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결은 욕망이 아니었다.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 그녀를 잡고 싶어 이성을 잃었다. 주연은 순간 그의 목에 팔을 감을 뻔했다. 하지만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걸 인지했으니 일어나야 한다. 그를 거부하고 집으로 향해야 옳다. 하지만 그의 눈물에 그녀는 흔들리고 말았다. 딱 한 번만.

최근작 : <내 입술로 너를 그린다 2>,<내 입술로 너를 그린다 1>,<은빛 유혹 2>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 웃음, 행복, 사랑 세 단어를 가장 좋아하고
증오, 허탈, 상실 세 단어를 가장 싫어하는
30대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기질을 적당히 가진 합리주의자.

[출간작]
은빛 유혹

우린 끝났어요.”
주연은 좁아진 숨통을 열어 애써 태연히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널 완전히 가지고, 네 정신에 다시 나를 새기면…… 네 입에서 다신 이별이니 끝났다는 말이니 나오지 않겠지. 강주연, 그러기 전까지는 여기서 내보내지 않는다. 죽든지 살든지 판가름이 나겠지.”
“제발 우리 구질구질하지 말고 깨끗하게 끝내요. 싫어.”
그녀의 말에 수환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순간 그의 눈가가 가늘게 변하며 목에서 손을 떼어냈다.
조였던 목이 풀려나자 주연은 본능적으로 급히 숨부터 크게 내쉬느라 그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연이 허리를 굽히며 깊게 숨을 고르는데 갑자기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그녀가 발을 바동거려도 그는 흔들림 없이 침실로 향했다.
“앗!”
그는 침대에 그녀를 거칠게 내던졌다. 출렁, 매트리스에 던져진 그녀가 일어나려 바동거리는 순간, 그가 주연의 몸을 제 몸으로 눌렀다. 가슴이 맞닿았고, 입술이 틈 없이 달라붙었다. 머리를 저으며 그의 혀를 거부하려 해도 그는 거칠게 파고들며, 그녀에게 자신을 강요했다.
“읍.”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기도 버거운데, 찍 소리와 함께 입고 있던 티셔츠가 찢어졌다. 단추가 풀린 코트는 벌어졌고, 찢긴 티셔츠 사이로 그녀의 속옷이 보였다.
“제발…….”
그녀가 사정하듯 그에게 매달렸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간절히 눈으로 호소하며 입술로 사정했다.
“널 다시 내 옆에 두려고 머리 터지게 생각이란 걸 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이 방법 외에는. 날 받아들여. 그리고 다시 사랑해라.”
그가 브래지어를 밀고 그대로 유두를 삼켰다. 이로 씹듯 잘근거렸고, 아이처럼 빨기도 했다. 거부하면서 몸을 빼내려던 그녀가 움직임을 멈춘 것은 가슴에 뭔가 차가운 것이 떨어졌을 때였다.
툭.
툭툭.
눈물인가.
그가 그녀의 몸을 탐닉하면서 울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결은 욕망이 아니었다.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 그녀를 잡고 싶어 이성을 잃었다. 주연은 순간 그의 목에 팔을 감을 뻔했다. 아플 때도, 이식 수술을 하고 회복이 되어 가는 그를 훔쳐볼 때도 한 번은 꼭 안아 주고 싶었었다. 그를 가슴에 안고 꼭 위로해 주고 싶었었다.
“울지 말아요.”
“내가 어떻게 할까. 가지고 또 가지면 네가 날 봐줄까?”
“오빠…….”
그의 사랑은 따뜻했지만, 과거였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걸 인지했으니 일어나야 한다. 그를 거부하고 집으로 향해야 옳다. 하지만 그의 눈물에 그녀는 흔들리고 말았다. 딱 한 번만…….
주연은 그의 흐느낌에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다 풀어놓고 싶었다. 그리움을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내도 되지 않을까. 주연이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달콤하지만 쓰기도 한 키스를. 시작이 아닌 이별의 키스를.
하지만 수환은 달랐다. 그녀가 구질구질하지 말고 깨끗하게 끝내자는 말을 한 순간, 그들의 이별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아플 때 최악의 상황에서 그를 버렸던 것도. 이별 때문에도 아팠지만 그를 벌레처럼 하찮게 취급하던 그 말의 상처도 고스란히 기억나고 말았다.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달콤해야 할 입술이 독약처럼 그를 덮었다. 진득하게 얽힌 혀를 탐욕스럽게 빨아 당기며 수환은 눈빛을 얼렸다.
다시는 떠나지 않게 옭아맬 것이다. 과거에는 한없이 그녀에게 맞춰 주며 사랑을 주었지만, 이젠 욕망이라는 이름이라도 빌려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여자로 만들 것이다.
수환은 입술을 마주 댄 채 그녀를 일으켜 세워 옷을 벗겼다. 밤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