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밝히는 여자와 이것이 커다란 남자가 만났다.
갑작스러운 사랑에 휘둘리게 된 두 사람의 은밀한 이야기.
그들은 과연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

강하고 멋진 남자가 아니라 속을 내보이며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나약한 남자에게 여자는 상처를 함께 끌어안고 아파했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 그녀가 품고 있는 진짜 애정이었다

최근작 : <밝히는 여자, 엉큼한 남자> … 총 3종 (모두보기)

정색을 하며 자신을 어필하는 민환의 목소리에 미영이 뒹굴 바닥을 굴렀다.
“믿을게요.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어주겠어요.”
-쳇, 할 수 없군. 그런데 낮엔 괜찮았어? 회사 일엔 지장 없었고?
“에휴, 그럴 리가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화장실에 오래 있었다고 전 대리한테 구박받았죠. 거기다 김 대리는 지가 무슨 흑기사라고 날 구해주겠다며 덤벼들지 뭐예요. 정말이지 대리들 때문에 스트레스 가득이라니까요.”
-저런……. 노처녀와 비듬남 콤비에 끼인 미녀로군.
“후후후, 그래요. 그래도 오늘은 과장님 덕에 살았어요. 회사 일은 정말 재밌는데 대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인이란 소리에 기분 좋게 키득거린 미영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다리의 스타킹을 끌어내렸다. 만사가 귀찮았다. 그녀는 그냥 이대로 민환의 목소리를 듣다가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씻지 않고 자면 찜찜할 거라는 작은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민환 씨 덕분에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 때문에? 뭔지 모르겠지만 그것 참 기쁜데?
“음, 부끄럽긴 한데 당신하고 화장실에서 즐긴 덕분에 그래도 많이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가올 스트레스를 미리 대비한 것과 같은 거랄까?”
수화기 너머로 민환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