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처음 소개팅했을 때, 뭐라고 했어? 기억나?

“내가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해?”

—이 사람은 다 좋은데, 유석이보다 손이 안 예뻐.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희가 눈썹을 찡그렸다.

—두 번째 소개팅했을 때, 기억나?

“아니.”

작아진 목소리로 희가 대답했다.

—이 사람은 다 괜찮은데, 유석이보다 목소리가 안 좋아. 세 번째는 기억나?

“아니…….”

—이 사람은 괜찮긴 한데, 유석이보다 안 잘생겼어.

네 번째는 유석이보다 어깨가 좁아. 다섯 번째는 유석이보다 입술이 두꺼워.
여섯 번째는 유석이보다 피부가 안 좋아.
그리고 지금은 뭐? 일곱 번째는 정유석보다 키가 작아!

이 답답한 화상아, 이게 다 뭐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답답해하는 선미의 목소리에도 인정할 수 없었다.
네가 어느새 내 삶의 모든 기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십오 년, 너와 내가 친구였던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조차 내지 못해 맴돌기만 했던 시간.
나는 언제나 너를 찾고, 너는 언제나 나를 본다.

한조

엄마는 한, 아빠는 조
그래서 한조.
또 다른 필명은 사무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