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야동을 끼고 사는 이 시대의 만년백조 솔로, 반하라!

머피의 법칙에 더해진 친구 부부의 애정행각에 끓는 속을 술로 달래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어라! 이 낯선 남자는 뭐지? 그대를 ‘삐마멸’이라 칭하노라!



쭉쭉 빵빵 미인만 상대하는 세계적인 모델, 태하율.

친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작고 못생기고 성질 더러운 여자를 하나 주웠다. 입만 열면 19금 욕설에 개사한 랩까지. 이 여자, 주사도 독특하기 이를 데 없다.

“큰 키 No. 삐쩍 마른 멸치 같은 놈 No. No. No. 어허. 어허. 만들어, 만들어. 내 남잘 만들어.”

듣고 있자니 은근히 기분이 나빠진 그.
어라! 이 여자 좀 보쇼. 그대를 ‘작못성여’라 칭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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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숙

출간작 :

[벨라트릭스] [키이라]
[너를 갖고 싶다] [마트로시카]
[오철살대행 도이린] [무에이]

“까아악.”
여자의 고함소리에 하율이 눈을 붙이다 말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도, 도도도…….”

“도둑? 어디에, 어디?”

도둑이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하율은 날쌔게 침대에서 내려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집어 들고는 침실을 둘러보았다.

“어디로 갔어? 응, 어디?”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둑 그림자도 찾을 수 없자 하율은 게거품을 물고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너, 너, 너잖아!”

“나라니? 뭐가?”
시트로 몸을 감싼 여자는 정말 무서운지 단춧구멍만한 눈을 동전만 하게 뜨고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대고 있었다.

“네가, 네가 말이야. 너 이 나쁜.”
여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헉헉거리더니 제풀에 넘어가고 있었다.

“야, 이봐.”
하율은 뒤로 넘어가는 여자를 재빨리 붙들었다.

“까아악.”
또 다시 고막을 찢을 듯 파고드는 비명소리. 이제 여자는 영화 스크럼에서나 볼 수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미친 발광을 해댔다.

“이봐, 이 여자야. 이봐.”
하율의 손이 닿자마자 여자는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어라! 이 여자 왜 이래!”
하율은 쭉 뻗어 버린 여자를 쳐다보다 하도 어이가 없어 머리만 긁적거렸다. 하도 별일을 많이 겪어서 이제는 황당하지도 않았다. 손에는 세계적인 모델 시상식에서 모델스타상으로 받은 트로피가 무기 개념으로 들려 있었다.

“내 참.”
그는 트로피를 제자리에 놓고는 잠잠해진 침실을 둘러보았다. 마치 꿈을 꾼 듯했다. 조그마한 여자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인지. 더욱이 웃기는 건 당사자인 여자는 이제 은근히 코까지 골며 팔자 좋게 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하율은 구시렁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갑자기 드는 분한 마음에 여자가 돌돌 말고 있는 시트를 확 잡아 당겨 버렸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편하게 자세를 취하더니 잠꼬대까지 늘어놓았다.

“낯선 남자의 향기가……”

“시꺼. 그럼 내가 낯선 남자지, 여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