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완.
사는 게 그다지 재미없는 남자.
나른한 얼굴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한 걸음 물러서 있으나
마음만 먹으면 부모도 배신할 수 있다.
그는 그렇게 키워졌다.

서란.
사는 게 그다지 기쁘지 않은 여자.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늘 투명한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익숙한 건 놀림과 따돌림 뿐,
그녀는 그렇게 자랐다.

-이별이 익숙한 여자와 이별이 쉬운 남자.
무의미하게 다가섰다, 서로에게 단 하나의 의미가 된
그날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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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봄꽃, 강아지, 겨울 아침을 좋아함.

[출간작]

내 아름다운 사람
영원히 내게
당신 심장에 노크
떨림
부케
앙숙
설렘
어느 날 아침
사랑하는 그대에게

그들이 가게를 나왔을 때 비는 그친 뒤였다. 차가 주차된 반대 방향으로 걷는 서란을 따라 주완도 자연스럽게 가로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를 맞은 벚꽃이 활짝 펴 보지도 못하고 떨어져 마치 꽃길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여자랑 하는 남자의 마지막 데이트 코스가 어디인 줄 알아?”
그녀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뒤돌아보며 물었다.

“호텔이요?”

“어. 갈까?”
서란이 상큼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에요.”

“그럼 언제 그럴 기분이 들 것 같은데?”

“글쎄요. 예고제가 아니라서 모르겠어요.”
주완이 코웃음을 쳤다.

“쉬운 게 없군.”
낯선 사이가 분명한데도 오래도록 알아온 사이처럼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가까워진 것 같은데 여전히 거리감이 존재한다. 거리낌 없이 말하지만 자신을 전부 보여 주지도 않는다. 알 수 없는 여자였다. 그는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카페를 발견하고 가리켰다.

“차라도 한 잔 더 하고 가든지.”
그의 손끝을 따라가던 서란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12시 전에 들어가 봐야 해요.”
자기가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주완이 심술궂게 물었다.

“왜, 굴뚝 청소하러?”

“아니요. 인터넷 쇼핑몰 카트에 담아둔 물건 결제해야 해요.”
그는 잘못 들었나 했다. 서란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 그를 놀리기 위해 하는 건지 어떤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결제?”

“네. 난 생필품 대부분을 인터넷 쇼핑으로 사거든요. 주말에는 할인을 하는 특가 상품이 많아서 매진도 빨리 돼요. 어제 결제를 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어요. 오늘 꼭 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참으로 어이없다.
새침때기처럼 쌀쌀맞은 표정으로 말도 똑 부러지게 하는 여자가 인터넷 쇼핑 결제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주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황당해하거나 말거나, 서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 찾아?”

“지나가는 택시 잡으려고요.”

“내 차 저기 있잖아. 태워다 줄게.”

“다시 돌아가서 가면 늦어요. 자정 전에 해야 한다니까요. 아, 저기 택시 온다, 택시!”
번쩍 손을 든 그녀 앞으로 유유히 다가온 택시가 멈춰 섰다.

“나 먼저 갈게요. 참, 당신 술 마셨잖아요. 대리 기사 꼭 불러서 가세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 서란이 타자마자 문이 닫히고 택시가 출발했다. 어이가 없어서 그는 그냥 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