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비틀거려 손을 내밀자 닿기도 전에 몸을 피한다.
이 남자가 나를 싫어하나?
나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사실 미움이었나 하는 생각이 스쳐 가는 순간

“분명히 못 참고 당신을 끌어안고 말 거예요. 일단 품에 안고 나면 뿌리쳐도 놓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내게 닿지 마요.”

유혹이 전혀 담기지 않은 순정한 고백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욕심이 많은 놈이라 중도를 몰라요. 절제를 모르는 짐승 같은 놈이라 미안합니다. 이런 내가 당신을 사랑해요.”

메이저리그 투수 윤승하가 아나운서 전효영을 향해 사랑을 던진다.

밀고 당기기는 변화구
고백은 직구.

It ain’t over till it’s over.
사랑도, 야구 경기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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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샛별

권선징악과 해피엔드를 지향하는 글쟁이.

출간작
≪모자람의 축복≫
≪당신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愛人≫
≪연을 품은 임금님≫
≪프렌치 키스 & 베이비 키스≫
≪부서질 만큼 사랑 받고 싶어≫
≪즉흥곡≫
≪너의 색으로 물들다≫
≪돈 세이 굿바이≫
≪팀장님의 사생활≫
≪자존심≫
≪연애의 정석≫
≪사랑 찾기≫
≪시간을 멈추고≫
≪글루미 선데이≫
≪울게 하소서≫

“위험하니까 굽 있는 신발 신고 뛰지 마요.”
그는 마음에 걸렸는지 나직한 어투로 권했다. 어조만 들으면 고저 없이 무뚝뚝한데 그 말속에 담긴 걱정은 한없이 다정했다.

“그러다가 넘어지면…….”

“반가워서요.”
윤승하는 하려던 말을 끝맺지 못하고 효영을 돌아봤다. 그녀는 말간 웃음을 흘렸다. 그는 잠시 얼이 빠진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말을 덧붙였다.

“다쳐요.”

“조심할게요.”
효영은 순순히 대답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득 한 주제가 대화 중에 나왔다.

“오늘 에이전트와 얘기했는데 기자들에게 들키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런 걱정을 할 만하네요. 얼마 전 그런 일도 있었고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효영 씨가 곤란해지니까요.”
불현듯 그가 걸음을 멈추자 효영이 의아히 그를 살폈다. 윤승하는 그녀에게 몸을 돌리고 섰다. 그의 얼굴에 단호함이 서렸다.

“일부러 알리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지도 않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효영 씨가 내 애인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승하 씨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만남을 한때 유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윤승하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그것이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여져 머릿속이 차게 식었다. 하지만 곧 효영은 해사하게 웃으며 그의 불안을 다독여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승하 씨와 헤어진 미래는 상상이 가질 않아요.”
그 말을 하는 효영이 너무 예뻤다. 조금은 수줍게 웃고 있는 모습이 눈 속에 들어와 박힌 순간, 손이 움찔거렸다. 서서히 해가 지며 생긴 노을의 은은한 주황빛을 받은 말간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의 속은 숱한 충동들로 어지러웠다. 그는 양 주먹을 이마에 붙이고 불쑥불쑥 치솟는 충동들과 싸웠다.

“나는.”
마침내 입을 뗐을 때 잇새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그가 듣기에도 이상할 만큼 낮게 잠기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해 성사 하듯 중얼거렸다.

“욕심이 많은 놈이라서 중도를 몰라요. 남들이 한 계단씩 오를 때도 네, 다섯 계단씩 오르는 놈이에요.”
그가 찬찬히 손을 내리며 효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에 검게 일렁이는 것을 그녀 역시 알아차렸다.

“그래서 계속 눌러 왔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당신을 안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요. 절제를 모르는 짐승 같은 놈이라 미안합니다.”

“승하 씨.”

“그러니 당신이 알려 줘요.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다가갈게요.”
당신이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에 효영이 뺨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