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다이가 욕실에서 나왔다.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돌돌 말아서 올린 그녀는 뽀얗고 투명했다.
머리카락 끝에서 물기가 똑똑 떨어져 어깨를 적시는 모습은 환상인 양 지나치게 신비롭고 황홀하기까지 했다.
입에 절로 침이 고였다. 음흉하고 야릇한 생각 따위를 해서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상상할 겨를이 없었다.
청아는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 어느 새 식은땀이 고인 손을 맞잡고 비벼댔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다이에게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새 수풀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시선을 하는 청아가 그녀의 전신을 훑으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청아 씨.”
허공을 더듬는 눈동자처럼 다이의 손이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발에는 차이는 게 없는지 허벅지에서 발가락까지 곧게 뻗은 다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걸었다.
그 다리에 청아의 시선이 닿아 있었다. 가늘고 매끈한 그것은
온통 쓸리고 팬 흉터가 화인처럼 찍혀 있었지만 발레리나의 그것처럼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녀가 점점 자신이 앉아 있는 곳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청아의 심장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청아 씨, 어디에 있어요?”
다이가 청아를 찾아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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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승리
커피 대신 허브차, 알코올 음료(?) 대신 탄산수를 마시고
하루에 5편의 영화를 보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걸 취미로 삼고 있다.
『제현 황후』외 다수 출간
http://blog.naver.com/ma_v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