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애플민트를 닮았다.
동글동글한 잎사귀도 그렇고, 보송보송한 흰털들도 그렇고,
사과와 박하가 섞인 듯한 은은한 향기도 꼭 닮았다.
어느새 그녀의 존재는 답답한 내 인생에 숨통이 되었다.


“아저씨, 저 좋아해요?”

“223일 하고도 21시간 40분.”

“네?”

“그 질문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

“그게, 답이에요?”

“어떨 거 같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후후, 모르긴. 이제야 내가 남자로 보여? 참 오래도 걸린다, 꼬맹이.”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그리워하면 언젠가 기적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의 영혼은 하나가 될 것이다.
나는 그 간절함의 기적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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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디노)

jheeangela@naver.com

작가연합홈 [줄리엣의 발코니]와
로맨스 사이트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출간작
사자는 중매쟁이
그 여자의 정체
찬란한 날개로

-출간예정작
이혼일기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나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자연스레 다가온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딱히 그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제 더 이상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그냥 넘겨지지 않았다.

“권승태 씨,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장난이라면 너무 지나치신 거 같은데요?”

“장난 같아?”

“그것밖에 설명이 안 되잖아요!”

그는 잠시 하나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녀의 마음이었다.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화가 날 지경인데도 또다시 그가 슬퍼 보여서 멀미를 하듯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그녀와 나는 세 번을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님의 ‘인연’에서 나온 말이지.”
그녀는 저절로 고개가 기울어졌다. 생뚱맞게 웬 피천득 님이란 말인가.

“또 부처님께서도 거절을 하다가도 세 번을 청하면 마음을 바꾸셨고, 세 번을 청해도 상대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그치셨어. 그렇다면 도대체 세 번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체 그는 그녀에게 하는 말일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까? 어쨌든 자장가처럼 아주 나른한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도 그녀의 귓속에 또렷이 들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어. 그렇다면 세 번의 만남이라 함은 어쩌면 하늘이 선사해 준 단 하나의 특별한 인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참을 아득한 눈빛으로 하늘을 보던 그의 시선이 돌아왔다.

“어때, 윤하나? 우리가 세 번이나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어떤 인연일지 궁금하지 않아? 난 무척이나 궁금한데?”

궁금하다니?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딱히 화가 풀린 것도 아닌데 그의 말엔 반박이나 거부를 할 수 없는 기이함이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인마, 눈 풀어……. 간다.”

하나는 그가 편의점을 나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가 엉클어뜨린 머리에 손이 올라갔다. 마치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화들짝 놀란 그녀의 손이 자연스레 심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건 또 뭘까?

쿵, 쿵, 쿵쿵.
심장박동이 오선지를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불규칙한 음률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