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클럽 리파로의 매니저가 되어야 했던, 민서현.

이왕 꼬인 인생, 버둥거려 봤자 벗어날 수 없다면, 그래, 좋아!
그까짓 매니저? 못할 것도 없지!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마음먹어도 이런 시궁창으로 끌어들인 그를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곳이 시궁창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늪이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어느새 그가 마음에 들어와 버린 뒤였다.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데려온, 윤태하.

처음 만난 그녀의 눈에서 공포가 아닌 독기를 보았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고분고분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골칫거리를 넘어 그의 삶 전체를 뒤흔들었다.
어쩌다 이런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일까?
의무도 책임도 모두 버릴 것이다.
그로 인해 닥칠 위험도, 쏟아질 비난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탈출구조차 존재하지 않는 미로에서 그녀를 구해 내는 일만이 중요했다.

“괜찮아? 뭐가 괜찮아? 범죄에 발 담근 게 괜찮아? 아니면 생전 처음 보는 사내새끼한테 몸을 던져야 하는 게 괜찮아?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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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진 (파선)

Email: aejin4044@yahoo.co.kr

활자로 된 것을 보면 정신 못 차리는 활자중독증 환자.
대범한 A형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실은 지극히 소심한 A형으로
역사와 현대를 넘나들며 가슴 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가진 여자.
‘서향瑞香’으로 제12회 신영사이버문학상 수상.
작가 연합 네이버 카페 기밀(탑시크릿)에 입주 중.

출간작 :
<서향瑞香1,2>, <하얀 울타리>, <기억에 묻다>
<일월애日月愛 1,2> 등.

“민서현 씨.”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과 말투에 서현은 바짝 긴장했다.

“네?”

“내가 민서현 씨에게 꼭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허락할 건가?”

확인? 무슨 확인? 그가 자신에게 확인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씀하세요.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거면 해 드려야지요.”

서현은 일단 허락을 했다. 하지만 정말 하기 힘든 말인 모양인지 태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기에 저렇게 뜸을 들이는지.

“사장님? 해 보시라…….”

갑작스럽게 다가온 태하의 입술. 서현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굳어졌다. 그가 자신의 볼을 감싸 쥐고 키스를 해 온 것이다.

키스?

번쩍 정신이 들자 소스라치게 놀란 서현은 뭐라 항변하기 위해 입을 벙긋거렸다. 그 순간 벌어진 입술 사이로 그의 혀가 자연스럽게 침범해 들어왔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거친 키스 앞에 사고를 할 수 있는 뇌가 제 기능을 잃어버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더구나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지는가 싶더니 조금 전 말에서 내려섰을 때처럼 다리도 맥없이 꺾이려고 했다.

어느 순간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 그러나 서로의 거리는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두근두근,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혹시 그에게도 이 소리가 들리면 어쩌나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왜 이러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입술도 얼얼했다. 입술을 만져 보니 살짝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 모든 게 윤태하 때문이다. 서현은 애써 의연한 척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몰라? 키스잖아?”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반응하는 그의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

“지금 장난하세요?”

“기억 안 나? 그래서 내가 부탁했잖아. 당신이 허락했고.”

“부탁이요? 무슨 부……!”

그러면 확인할 것이라는 게 키스였단 말인가? 너무 어이가 없다 보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따지고 넘어갈 것은 따져야 했다.

“좋아요. 제가 허락했다 치고, 그럼 키스는 왜 하신 건데요?”

“말 그대로. 확인 차원에서.”

“그러니까 뭘 확인하는데 제게 키스까지 해야 했냐고요.”

“감정.”

“네?”

“민서현…… 당신만 보면 제멋대로 반응하는 내 감정이 뭔지 확인해 봐야 했어.”

서현은 그가 키스했다는 사실보다 덤덤한 그의 설명이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다. 감정이라니? 나를 보면 제멋대로 반응해? 왜? 설마……? 잠잠해지던 심장이 이제 막 100m 달리기를 끝낸 것처럼 다시금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 튀어 나올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겨우 물었다.

“그, 그래서 확인해 보니 뭐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