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진하 씨 친구 그만하고 싶어요.”

“뭐?”

“진하 씨 애인해야겠어요.”

“컥, 쿨럭!”

진하의 놀란 눈을 여빈은 대담하게 마주 보았다. 하지만 두 눈 가득히 자리한 두려움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이 긴장을 머금고 마구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그를 피해 어디론가 눈길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뻔뻔하게 그녀를 노려보던 영주의 눈빛이 떠오른 여빈은 죽을힘을 다해 버텨 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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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남자 진하와 버거운 생활 속에서도 밝고 씩씩한 여자 여빈. 그들은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사이에 자리한 지독한 악연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데……

“제발 이제 그만 사실을 인정하고 포기해요.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바뀔 수 없다고요. 당신 정말 몰라요? 설마 아직도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고 이렇게 날 붙드는 거냐고요!”

“그래. 어쩌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고 당신 앞에 서 있어. 이렇게 애원하면 혹시나 그 상처를 덮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네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안 되니, 정말 안 되는 거야?”

“안 돼. 안 된다고!”

“여빈아?”

“죽어도 안 돼. 절대 안 돼! 이미 말했잖아. 다 말하고 오래전에 끝났잖아? 당신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 왜 이래?”

여빈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울부짖었다. 그녀의 위태로움을 참지 못한 진하가 가까이 다가오자 여빈은 힘껏 저항하며 그의 가슴을 사정없이 쳐 댔다.

“싫어, 김진하 당신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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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영

로망띠끄, 피우리넷 연재

출간작

종이책, 전자책
[운명], [연리지], [운라무곡], [왈가닥납치소동]. [언약, 붉은 낙인을 새기다]

출간예정작

[희설]

“보고 싶었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여빈은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미칠 듯이 원했고, 죽을 것처럼 그리웠다. 여빈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이젠 진하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진하를 위해 결심했던 것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진하가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꼭 가져야 한다. 여빈의 머리를 사로잡은 것은 오직 그 사실 하나뿐이었다.

“나 떠나지 말아요. 예전에 했던 말들 다 취소할 테니까. 더는 그런 생각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여빈은 미친 듯이 매달렸다. 절대 그를 놓치기 싫었다. 마치 생명의 동아줄을 잡은 양 여빈은 그에게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알았어, 알았어. 여빈아. 나 안 떠나, 절대 안 떠나. 걱정 마.”
진하는 그녀를 안은 채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 여빈의 얼굴이 환희로 반짝였다. 진하와 여빈 모두 듣고 싶은 말을 들은 순간 입가에 스미기 시작한 미소를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서로의 눈빛을 음미하고 또 음미했다.

그녀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던 진하는 가까이 다가가 부드럽게 입술을 겹쳤다. 처음 시작은 안개처럼 가볍고 절로 신음이 흘러나오는 부드럽고 달콤한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격하고 깊어졌고, 짙은 숨결과 두근대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하나로 뒤엉키며 거친 탄성이 이어졌다.

그를 사랑한다. 한 사람의 온전한 여자로 진하를 사랑한다. 그 숨길 수 없는 사실에 여빈의 가슴이 알 수 없는 흥분과 환희로 벅차올랐다. 입맞춤이 진해지는 사이, 그녀의 마음은 이전보다 더 진하를 향해 단단하고 촘촘하게 얽혀들었다.

“사랑해.”
입술이 잠깐 떨어진 사이, 진하가 여빈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녀의 얼굴에 순간 미소가 더해졌다. 그의 마음에 자신이 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난 후에 그의 고백을 듣는 것은 다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환희를 불러일으켰다. 이미 열이 내렸음에도 그녀의 가슴에서 시작된 두근거림은 온몸으로 번져 숨 막힐 듯한 열기를 만들어 냈다.

“사랑해, 여빈아.”
그가 다시 한 번 귓가에 속삭인 순간, 여빈의 마음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단단해졌다.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먼저 그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이젠 더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진하가 곁에 있어만 준다면, 여빈은 더 이상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