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이었다.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것은.
그·것·도 사·장·인 남·자·와.

“남자의 동정을 가졌으니 책임은 져야죠?”

사표를 던지고 도망치고 싶은 주연 앞에
회사 대표이자 직속 상사,
그리고 하룻밤의 주인공 희성이 말했다.

“간 보는 사이부터 시작하죠.”

사고 치기 전에 마신 술이 식전주였나 보다.
간만 보자더니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희성은 완벽하게 제공한다.
단걸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케이크를 사 온다든지
무릎을 꿇고 미리 사 놓은 신발을 신겨 준다든지.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술은 웬수일까?
아니면 마법의 약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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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인

godi1110@naver.com
언젠가 꼭 노골적인 19금 로맨스를 쓰겠노라 외치기만 하는,
마음만은 여전히 철부지 여고생인 신인 작가.

종이책 출간작
《첫사랑의 법칙》

전자책 출간작
《카페 안의 랩소디》

“사장님. 제가 사장님과 연애하는 건 대통령, 혹은 브래드 피트와 사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즉,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난 대통령도, 브래드 피트도 아니지 않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의 시선이 주연의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강렬한 눈빛에 주연은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마주 보았다.

“전 주연 씨의 습관을 알고 있습니다. 오른쪽 가슴보다 왼쪽 가슴이 더 예민하다던가, 무의식적으로 약지를 세운다던가, 찔러 주면 눈을 질끈 감고 발등을 쭉 편다던가.”

“무, 무슨…….”
급작스러운 희성의 말에 주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적어도 대통령과 브래드 피트는 이런 주연 씨의 습관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럼 그들보다는 제가 주연 씨와 가깝지 않겠습니까? 희성이 물었다. 주연의 얼굴이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익어 갔다.

“그리고 주연 씨도 서른한 살 먹은 남자의 동정을 가져갔으니 책임져야 할 것 아닙니까.”

희성의 말에 심장이, 얼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동정 가져갔다고 책임을 지라니?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도 아니고.
물론 서른한 살이나 먹은 남자의 동정이니 그럴 만한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니, 그보다 정말 동정이 맞긴 한 건가? 어떻게 저 인물이 서른 넘게까지 경험 한 번 없단 말이냐.

“남자는 남자로 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연애도 안 해 본 사장님이 어떻게 알아요.”
픽, 주연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아직 희성을 연애 대상으로는 보긴 힘들었지만, 그가 예전만큼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가끔씩 툭툭 작은 농담을 던지는 건 가능할 정도로 편해졌다고나 할까.

“노력해 보겠습니다.”

“네?”

“주연 씨가 날 좋아하게끔 최대한 노력해 보죠.”
진심이 담긴 듯한 그의 눈빛과 미소에 시선을 내렸다.

“난 절대로 가볍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주연 씨도 다시 한 번 느긋하게 생각해 봐요.”
내 곁에서. 희성이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