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줘요.”

인간과 다른 아름다움과 강함. 그것을 원했다.
그러나 주어진 것은 노예의 낙인이었고,
이제 자유만을 원하는 그녀에게 또다른 족쇄가 생겨버렸다.

“내가 널 잘못 길들였군. 길들여지지 않는 노예는 죽인다.”

우연히 발견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뱀파이어의 노예.
단순한 장난감으로만 여겼던 그녀,
이제 그는 노예인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도망가자. 어디로든, 우리 둘이 함께 있을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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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蓮)
특이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는 글쟁이

출간작
도둑고양이
품안에 떨어진 아기 별
극과 극의 만남
오싹한 연애(전자책) - 나무 바람 사랑하다 작가 4인 저
붉은 핏빛의 유혹
아이의 꿈
로맨스소설처럼

출간예정작
이상형 백문백답

“여기서 네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오는군.”

짙은 갈색머리에 새하얀 얼굴, 그리고 붉은 입술을 가진 남자는 아까 보았던 뱀파이어였다. 검지와 집게손가락에 끼워 넣은 봉투를 붉은 입술에 가까이 가져가며 입을 살며시 맞춘 남자에게선 짙은 혈향이 배어 있었다. 아까 보았던 여자의 피를 먹고 오는 길임이 분명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겁에 질린 사랑의 간곡한 부탁이 두려움으로 인해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음에도 벽을 뚫고 도망가기라도 할 듯, 사랑이 벽에 바짝 붙었다. 문에 기대며 그 모습을 느긋하게 살펴보던 남자가 신발을 신은 채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워낙에 작은 방이기에 몇 걸음 걷지도 않고 도착한 남자가 무릎을 굽히며 새하얗게 질린 여자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 근처를 마침 지나는데 네 냄새가 나더라고. 네가 탐했던 짙은 피 냄새가.”
안쓰러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랑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쥔 남자가 비스듬히 미소 지었다.

“저, 전 아니에요.”

“그럼 단순히 독특한 취향으로 인간의 피를 마셨다는 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남자가 낮게 속삭였다.
순수 혈통의 뱀파이어에게 자신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인간보다는 좀 더 편하고 맛있는 식사. 쓸모없어지면 사라져야 하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음식.
보잘것없는 식사 따위가 도망까지 가서 살고 있었으니,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그들을 움직이게 했으니, 나중에 또 도망을 가서 더 귀찮아지기 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었다.

“나, 날 죽일 건가요? 주, 죽이지 마, 말아주세요. 전 사, 살고 싶어요, 흑.”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금의 삶도 비참했지만, 여기서 죽는 것은 더 끔찍했다. 무서웠다.

“그럼 내 노예로 살아가겠나?”

“사, 살려준다면 뭐든, 뭐든 다 하겠어요! 주,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살고 싶기보단 죽음이 무서웠기에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도 못한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벗어.”
짧고 강하게 말한 남자의 음성에 사랑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남자의 시선이 자신의 목에 가 있는 것을 깨닫고 입고 있던 코트를 떨리는 손으로 벗었다. 그리고 목을 덮고 있는 폴라티를 벗었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하얀 브래지어 속에 풍부한 가슴을 쓱 훑어보는 남자의 눈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저 살아야겠다는 생각만이 온통 머릿속에 있는 사랑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하얀 목덜미를 보였다.

“그래, 잘했어.”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속옷만 입고 있다는 수치스러움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이윽고 그의 숨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진다고 생각한 순간, 남자의 송곳니가 살을 뚫고 들어왔다.

오랜만에 피를 빨리는 느낌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이대로 피가 다 빨려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사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쩝쩝거리는 소리만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무거운 긴장감에, 피가 빠져나가는 그 느낌에 사랑이 자신의 옷깃을 꽉 잡았다.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남자가 입술을 떼어내며 사랑의 목덜미를 천천히 핥았다. 뜨끈한 그의 숨결과 촉촉한 혀의 감촉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