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너를 본 순간부터 시작된 내 마음의 울림.
내 심장은 말한다. 그대를 사랑한다고.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야. 내가 널 많이 그리워했다는 것.”

순수한 검은 눈동자를 가진 예아와의 짧은 만남으로 민혁의 세계는 그녀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다. 제일 그룹 후계자 수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발레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난 예아를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리던 민혁. 그러나 다시 만난 그녀는 민혁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변해 있었다. 밝고 순수했던 눈동자에 가득 찬 절망과 고통. 데뷔 무대 실패보다 더 큰 상처가 그녀에게 있음을 민혁은 알게 되는데…….




2권

행복하던 꿈의 끝자락,
현실의 슬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그대에 대한 사랑.

“난…… 내가 미워. 바보같이 민혁 씨를 놓아 버린 내가 진짜 미워.”

모든 것은 민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늪처럼 깊은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도, 재기할 수 없을 것 같던 발레를 다시 시작한 것도, 그리고 건강해지던 예아의 마음에 다시 절망을 가져온 것도 모두 민혁으로 인함이었다. 본래 그녀가 탐낼 수 없는 존재였음에도 욕심냈던 남자. 그의 손을 놓게 만든 현실에 절망하던 예아는 그 역시 자신을 놓았다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최여라

20세기 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우주선 타고 지구의 궤도를 돌아 보고 싶다거나
잠수함 타고 해저 2만 리 머나먼 길을 떠나고픈 욕심은 없다.
그저 오대양 육대주에 발자국을 찍겠다는 소박한 로망의 소유자일 뿐.
나의 비극은 회전하는 지구본을 바라보며 꿈꾸는 영혼의 열망에 호응하지 않는 게으른 육신의 노예인 것이다.

1권

“갖고 싶어, 주예아. 한꺼번에 모두 가져 버리고 싶어.”

민혁은 가슴을 쓰다듬던 손놀림을 천천히 멈추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야. 난 욕심이 많거든.”

민혁의 눈동자는 뜨거웠지만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자제력이 느껴졌다. 지금도 예아의 몸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지만 방금 전 폭발하듯 거세게 그녀를 몰아세운 것이 거짓으로 느껴질 만큼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난 조금 무서워요.”

예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힘주어 그를 밀어 버리고 싶은 건지, 끌어안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혼란스러웠다.

“지금처럼 네가 전부를 원하지 않을 때 너를 갖진 않겠단 말이야.”

“…….”

“주예아가 서민혁을 갖고 싶어할 때, 주예아가 서민혁과 하나가 되기를 지금의 나처럼 갈망할 때, 그때 널 가질 거야.”

“민혁 씨.”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2권


“나 민혁 씨 놓아야 해요?”

민혁은 찬찬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예아를 살폈다. 온기가 돌아온 그의 손과는 다르게 그녀는 핏기를 잃은 창백한 얼굴이었다.

“왜 그러지? 어디 아파?”

“대답해 줘요. 나, 민혁 씨 떠나야 해요?”

민혁은 흔들리는 목소리에 실린 두려움을 볼 수 있었다.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마음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 같은 향취를 풍기고 있었다.

“너, 아프구나.”

“…….”

“이리 와, 주예아.”

민혁은 길 잃은 아이처럼 두려움에 젖은 눈을 한 예아를 끌어당겨 힘껏 안아 주었다.

“나, 놓을 거예요?”

“바보구나, 주예아. 넌 정말 바보야. 이렇게까지 바보일 줄이야…….”

품안에서 느껴지는 가는 떨림에 심장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