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연수. 창창한 스물다섯.

외모? 눈 뜨고 못 볼 얼굴은 아니다. 성격? 성인군자나 천사는 아니지만 성격파탄도 아니다.

몸매? S라인은 아니지만 D라인도 아니다.

머리? 사람들이 이름 대면 그럭저럭 알 만한 4년제 대학에 다닌다.

그냥 평범하다.



녀석 계서윤. 용모 단정, 학벌 우수.

나와 분명히 다른 세계의 사람인데 잘 어울려준다.

그래서 나와 녀석은 15년째 친구다.



“우리 나중에 늙어서는 뭐가 돼 있을까?”

“나는 아마 전문직 종사자가 돼서 100평이 넘는 집에서 부유하게 살고 있을 거야.

그리고 넌 독거노인이 되어 있겠지.”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오묘한 조합이 일으키는 독특한 로맨스.


















단발까까에서는 발행일기준 2개월內 로맨스, 일반소설,신간을 정가30%에 매입 합니다.
( 만화, 야오이만화소설은 제외)

이정운李正云

필명 동하冬河

작가연합 시나브로(http://shinabro.woweb.net) 소속.



출간도서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기라綺羅」

「야한夜寒이야기」

「구중궁궐」

「폐황후廢皇后」

「제신諸神의 분노」

「폐하! 고정하여 주시옵소서!」

「경국지색」

종강을 하던 날 천문학과 05학번 상욱 선배는 술판에서 반쯤 꼬부라진 혀로 말했다.

“여자는 별처럼 많아. 그리고 별처럼 멀지.”

나는 정신없이 웃어젖혔다. 당시 나에게 선배의 말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휴학을 했다.

1년 반 만에 복학을 하자 나는 학교에서 반쯤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아무 자리나 끼어들며 겉돌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철학과 03학번 안영 선배는 그 즈음 알게 된 선배였다. 선배는 아련한 눈빛으로 어묵탕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여친이란 존재는 전과목 A+ 성적표와 같아. 그저 관념 속에만 존재할 뿐이지.”

여전히 나는 웃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웃음이었다.

다시 한 학기가 더 흘렀다. 어느덧 나는 졸업반이 되었다. 개강일 첫 수업을 듣고 나오는데, 심리학과 06학번 경하 선배가 나를 학교 앞 호프집으로 불렀다. 선배는 연거푸 소주 두어 병을 마시더니 꽐라가 돼서 히죽 웃었다.

“내 남친은 정말 무능한 것 같아. 그러니 아직도 태어나지 못했겠지.”

그날 선배도 울고 나도 울었다.



삼환그룹 계중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아들 계영주 삼환전자 전무도 고객총괄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계 회장은 지난 12일 삼환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환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계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본격적으로 왕자의 난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는 뉴스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19년째 모태솔로인 여자입니다. 여러분, 진짜 궁금한 게 남자친구는 어떡하면 사귈 수 있어요?

－고등학생이세요? 대학 가보세요. 안 생겨요.

－대학 정도로는 남친 못 사귀어요. 대학 졸업하고 취업준비하면서 면접 스터디도 하고 일자리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안 생겨요.

－다이어트 하시고 몸매 가꾸시고 화장하시고 헤어스타일도 얼굴형이랑 맞게 바꾸시면 자연스럽게 안 생겨요

－이런 거 의식하는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남자를 너무 이성으로 대하려고만 하지 마시고요, 동성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세요. 그럼 님에게 편안함을 느끼면서 남자친구가 하나 둘씩 안 생겨요.

－남자들은 피아노 잘 치는 여자 좋아하죠. 얼굴이 안 되면 악기연주, 그 중에서도 피아노를 연습해보세요. 그러면 생길 것 같죠? 안 생겨요.

－이 사람들 너무하네!! 오히려 안 생긴다고 저주를 퍼붓고 있는 꼴이라니!! 글쓴님, 기분 상해하지 마세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다들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데, 절 봐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그런 관용을 베풀어도 안 생기지만.

－안 생긴다고 포기하면 정말로 안 생깁니다. 때로는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죠. 패배주의에 빠져 있으면 나 스스로의 발전도 없습니다. 어제까지의 본인은 잊고 힘내세요. 직장도 공부도 노력하면 다 돼요. 하지만 남친은 노력으로 안 생겨요.



인터넷창을 껐다. 안구에 습기가 차서 차마 더는 볼 수 없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 정연수. 창창한 스물다섯. 그런데 안 생긴다. 외모? 눈 뜨고 못 볼 얼굴은 아니다. 어머니의 휴대폰 바탕화면을 본 아줌마들은 딸이 이름뿐만 아니라 외모도 탤런트 오연수를 닮았다고 말했더라는 훈훈한 미담도 있다. 그런데 안 생긴다. 성격이 더러워서? 성인군자나 천사는 아니지만 성격파탄도 아니다. 그런데 안 생긴다. 몸매? S라인은 아니지만 D라인도 아니다. 그런데 안 생긴다. 머리? 살면서 공부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사람들이 이름 대면 그럭저럭 알 만한 4년제 대학에 다닌다. 시험 바로 전날에 공부해서 A+학점 받는다. 이쯤이면 준수하다. 그런데 안 생긴다. 몸에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나거나 입에서 시궁창 악취가 나는 것도 아닌데, 안 생긴다. 남친이!

남자, 남자사람, xy염색체 보유자. 나와는 인연이 없는 미지의 생명체.

고등학교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대학교 신입생일 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휴학하기 전까지도 아직 인연을 못 만났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길 가는 남자를 붙잡아 두들겨 패면서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도대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고 있는데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야, 좋은 얏옹 구했다. 시간 있냐?]

이놈이? 내가 지금 한가로이 얏옹이나 보겠냐?

[콜.]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편의 얏옹을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