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부를 축척한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아비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나란 놈을 아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사춘기 소녀 같다며 어이 없이 웃겠지만, 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었다. 그룹의 후계자로서 어울리지 않게도 사랑, 늘 그 뜨겁고도 열정적인 감정을 꿈꾸었다.

그리고 24살에 드디어 한 사람을 만났다. 아름답고 아픈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서 나는 사랑을 보았다. 그 사람에게서 내 운명을 찾았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운 미지의 감정 속으로 나는 걸어 들어갔다. 망설임 없이 운명이란 놈에게로, 거친 태풍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상처 입은 그녀를 마주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작 : <가막살나무 꽃이 피다>,<눈 덮인 산수유 별장에서>,<달이 손가락 사이로> … 총 8종 (모두보기) 소개 : mali0212@naver.com 출간작/ [죽거나 혹은 사랑하거나] [심장이 멎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 [달이 손가락 사이로] [눈 덮인 산수유 별장에서]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그저 검게 보일 뿐인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와 그의 짧은 머리를 흩뜨렸다. 서늘한 옆모습을 홀린 듯 바라볼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하지, 널 보면 기분이 좋아.” 그의 말끝이 떨리고 있었다. 기분 좋은 행복감. 언제부턴가 내 안에서 그런 감정은 싹 사라져 버렸는데. 네가 점점 나를 덮어 가. 아픔들을, 슬픔들을 너로 다 지워 버리고, 다 덮어 버리고. 지금 나는, 아주 행복한 곳에. 마치 기적처럼 행복이 가득한 곳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 - 매일 더 행복한 삶.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람. 그 사람을 발견한 기분을 상상할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