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이 웃고 있다. 다른 이를 향해서.
제 뺨을 감싸 주던 곱게 빗어 내린 긴 머리칼, 욕망을 부르며 쉴 새 없이 자극시키던 붉게 물든 입술, 그의 안에서만 작게 짓던 미소, 때때로 처연함을 일깨워 주던 서늘한 분위기까지. 여전히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그를 2년 간 지탱하게 했던 그녀가, 꽃다발을 든 그 시푸른 미소가, 다른 이의 앞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다신 숨지 마. 한 번 더 숨으면 그땐…….
정말로 같이 살아 버릴 테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계절이
한 바퀴의 궤도를 돌면 다시 다가오는 것처럼

아스라이 조각 나 버린 사랑도
언젠가 제자리를 찾게 될 거라 믿었다.



“위로해 줘. 2년 간, 아팠다.”


시간의 뒤로 숨어 버렸어도
팔을 뻗으면 쉽게 네게 닿을 수 있도록,

함께했던 계절 속에 서서
너에게 쓰는 이 간절한 언어들을 읽어 주리라 믿었다.


사랑해.
잊지 마.
너를 사랑한 나를.







단발까까에서는 발행일기준 2개월內 로맨스, 일반소설,신간을 정가30%에 매입 합니다.
( 만화, 야오이만화소설은 제외)

반해 지음

로망띠끄에서 서식 중
이북 출간작 : 감각의 계절, 푸른 새벽, 낙원의 이방인

출간작
『이태리 스캔들』
『연인들의 저녁식사』

빛살이 만들어내고 있는 하얀 여백 사이로 시린 실루엣 하나가 그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이미 햇빛의 일부인 양 주변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존재를 지켜보던 짧은 순간에, 오랫동안 막혀 있어 순환되지 못했던 혈관으로 묽은 피가 급박하게 흘러들어 전신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시야가 사방을 차단하고 오로지 그녀만 담아냈다.
그러나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에도 차마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형상들이, 차단 된 시야 안에서도 그를 괴롭혔다. 계단을 올라 올 때 느꼈던, 오랫동안 목말라 했던 그 익숙한 숨결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있는데도, 막상 젖어드는 또 다른 서글픔이 숨겨 두었던 통증을 아프게 토해내고 있었다.

가은이 웃고 있다. 다른 이를 향해서.

제 뺨을 감싸 주던 곱게 빗어 내린 긴 머리칼, 욕망을 부르며 쉴 새 없이 자극시키던 붉게 물든 입술, 그의 안에서만 작게 짓던 미소, 때때로 처연함을 일깨워 주던 서늘한 분위기까지. 여전히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그를 2년 간 지탱하게 했던 그녀가, 꽃다발을 든 그 시푸른 미소가, 다른 이의 앞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완은 자신을 발견하고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가은을 찌를 듯 바라보았다. 충격을 머금은 가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고 비통함에 차오른 아랫입술이 이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흘러서도 네게 슬프게만 각인되고 있는 존재인 건가.
너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