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료가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윤후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어느새 자신이 료의 코디로서가 아닌 윤후를 보기 위해 온 것처럼 그의 모습 하나하나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런데 순간, 윤후가 돌아보았고 눈이 마주쳤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재빨리 료를 바라보는 척했지만 이미 시선을 들킨 후였다. 그가 갑자기 성큼성큼 걸어왔다.
촬영 중에 동시 녹음을 이유로 어떠한 잡음도 용납이 안 되기에 윤후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유영의 시야를 가리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유영의 가슴은 세차게 뛰었다.
곁에 온 그는 잠시간의 틈도 없이 그대로 그녀를 스쳤다. 짧은 경고와 함께.

“마치 내가 그리웠다는 그런 눈빛,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가 촬영장을 나간 동시에 컷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료가 다가왔다. 억지로 그에게 웃어 보였지만 입가엔 경련이 일었다.
윤후는 너무나 차갑고 너무나 따가웠다. 변한 그가 낯설면서 의아했다.
왜 그가 상처받은 듯한 모습일까.
어째서 그는 그녀가 죄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대체 그와 나 사이에 우리 둘이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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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

평범하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여자 사람.
머릿속이 사랑 이야기로 가득 찬 로맨스홀릭.

“최유영, 이놈!”

또 걸렸다. 수학 선생 종진이 던진 분필이 정확하게 이마를 가격하고 떨어지자 유영은 순간 움찔하며 책상에 코를 박듯 고개를 푹 숙였다.

“쓰고 있던 거 당장 들고 나와!”

유영은 쭈뼛쭈뼛 일어서서 노트를 들고 교탁으로 향했다. 그러자 종진이 잔뜩 인상을 찌
푸리면서 노트를 빼앗아 펼쳐진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 봐라……. 대체 언제부터 정신 놓고 있었던 거야? 어쭈? 수업 시작하자마자 시
켰던 문제도 제대로 안 풀어놨네.”

“…….”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유영을 보며 친구들이 킥킥거렸다. 종진의 꾸중
보다 더 기분 나쁜 건 바로 친구들의 비웃음이었다.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친구들을 야려보려고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종진에게 걸려 둥글게 말린 노트로 머리를 맞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이 녀석!”

“으크!”
노트로 맞는 것이 아프진 않았으나 반사적으로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