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유혹과 비밀스런 관계 끝에 타오른 그들만의 뜨거운 스펙트럼!

원하는 단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남자, 천재 뮤지션 신현성
그 여자를 떠올리면 언제나 웃음이 나왔다. 좋거나 행복하거나 혹은 애틋한 감정에서 나오는 건 절대로 아니다. 비밀스러운 부분을 공유한 자들만이 지을 수 있는 음모의 미소. 쾌락을 나누는 자들의 은밀한 거래.
하지만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모두를 위해 원했던 단 하나를 포기한 여자, 6년차 비서 윤세연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그 대단한 집안의 막내아들이 무슨 밴드를 하냐며 비웃었다. 하지만 무대 위를 그를 본 순간, 주체할 수 없이 소유욕이 들끓었다. 그래서 그를 안고 살을 맞댔다.
하지만 결코 진심이 될 생각은 없었다. 이사님의 조카인 그를 연인으로 두기에는 감당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았으므로.

전혀 다른 빛깔을 품었으나, 같은 상처를 공유한 두 사람의 감각적인 사랑, 그리고 격정적인 연애!

적영(赤瑛)

근 4년 동안 편집자로 생활하다 머릿속에서 부유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싶어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다. 되도록 현실에 가까운 환상적인 소설을 쓰는 것이 목표이며, 밤낮으로 글에 열중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현재 로맨스소설 사이트 로망띠끄에서 ‘베리얼’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 마리의 늘씬한 표범 같다.
섹스를 끝낸 후 호텔 방 안을 나체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그를 보며 세연은 새치름한 미소를 띠었다. 남자의 몸이 다 그와 같다면 아무리 감상해도 질리지 않을 듯하다.
일단 그는 키가 크다. 183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인데도 골격이 예쁘게 발달되어 있다. 넓은 어깨와 곧게 편 등, 탄탄하게 붙은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허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팔과 가슴엔 적당한 근육이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희고 뽀얀 피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그의 피부는 아기의 것과 같아서, 여자인 세연이 봐도 부러울 정도였다.
헝클어진 침대 시트 위에 엎드린 채로, 세연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약간 젖살이 남아 있는 탱탱한 볼, 얼마 전에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칼, 크고 맑은 눈동자. 순간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왜 그렇게 봐요?”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를 들이켜던 현성이 물었다. 저 여자를 보면 가끔 고양이로 태어날 걸 인간으로 잘못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꼭 지금처럼. 구겨진 하얀 시트 위에서 도도한 자세로 엎드려 주인이 하는 양을 빤히 보고 있는 고양이. 딱 그 모습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서.”
말하는 세연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 섞였다.
“그렇게 보고도 모자라요?”
어이가 없었다. 내 몸을 그야말로 구석구석 탐닉하고도 부족하단 말인가? 이 여자는 태생적인 요부가 틀림없다.
엎드려 있던 세연이 빙글 몸을 돌려 두 팔을 위로 뻗었다. ‘안아줘.’ 현성은 피식 웃더니 세연의 팔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체취를 흠뻑 마셨다. 이 여자의 체향에는 사람을 몽롱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섞여 있어서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그만 가요.”
현성은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세연의 검은 눈동자가 옷을 하나씩 주워 입는 그를 집요하게 좇았다. 현성은 티셔츠를 입고 나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맑고 깊은 검은색 심연. 이 여자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을 가진 여자는 없었다. 눈만 보면 세연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여자인 것 같다.
“무서워, 당신.”
세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드리웠다. 그러곤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갖춰 입기 시작했다. 말끔하게 정장을 입고, 화장을 고치고, 긴 머리칼을 손질한다. 어느새 그녀는 완벽한 커리어 우먼으로 돌아가 있었다.
“가죠.”
목소리마저 변해 버린 세연을 보며 현성은 방문을 나섰다. 행동을 보니 오늘은 호텔 앞에서 헤어질 거 같다. 그도 그러길 바랐지만, 이 여자의 철저함에 가끔 소름이 끼친다.
방문을 닫고 나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호텔 복도를 걸어가는 세연을 보며 현성은 문득 생각했다.
어쩌다가 저 여자와 이런 관계가 됐을까. 이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왜 끊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