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클리프 대공 각하께서 당신을 원하고 계십니다.”
사베르노 공작가의 농간으로 망할 위기에 처한 가문,
애드리언 백작가의 장자 리드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치졸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이런 방법이 아니면 너와 어떠한 관계도 만들어 나갈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대공과 함께 보낸 여름은 끝이 났지만,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끝낼 수 없었다.

시작부터 잘못되었던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올바른 관계는 언제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걸까.

행복하기 위한 그들의 관계에 정의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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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라
기억이 남는 이야기를 쓰고싶습니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허락의 말을 들은 리드는 그때부터 거리낄 것이 없었다.

“저, 이번에는 시종이 꼴 보기 싫으시다면서 식사하시던 걸 뒤엎으셨습니다.”
공국의 정기 회의 중 쉬는 시간이었다. 넓은 회의실이었지만 모두의 귀는 대공에게 다가가는 시종을 향해 있었고, 그 내용을 듣자마자 가신들은 길고 긴 마호가니 탁자에 고개를 처박고 못 들은 척했다. 얼마 전 성을 흉흉하게 뒤집어 놓은 덕분에 뒤처리를 하던 몇몇 가신들이 리드와 대공의 관계를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레오클리프 공국은 대공의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었고 평소 같은 분위기였다면 어린애 데려다 뭐하는 짓이냐고 놀릴 법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집사는 당분간 꼴도 보기 싫으니 꺼지라는 명령을 받아 몸을 사리고 있었고 가장 사이가 가까운 션 자작도 그저 못 들은 척, 못 본 척하고 있었다.
리드의 소식을 전하게 된 시종은 무슨 난리가 날까 싶어 제 마음을 졸였다. 고개 숙인 시종이 대공의 앉아 있는 옆면을 차마 보지도 못하고 있었건만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이유는?”
“시종들 옷이 꼴 보기 싫다고 하십니다.”
“옷 모양새? 오늘 저녁 내로 시안 올려서 바꿔.”
“예? 예, 알겠습니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대공의 목소리가 말한 내용은 생각 이상의 해결책이었다. 시종은 한층 더 어색해진 회의실의 문을 닫고 나가며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안 그래도 리드 애드리언의 박자를 맞추느라 온 성의 고용인들이 부산했다. 방이 마음에 안 든다는 한마디에 대공의 모든 물건을 다른 방으로 옮기는 중이라 정신없는데 오늘 저녁 내로 시종들의 옷을 결정해서 바꾸라니.
하지만 이게 시작이었다. 리드는 대공이 없으면 꼭 무언가 하나씩 난리를 치곤 했다. 어느 날은 홀에 전시되어 있던 조각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밀어 깨뜨리고야 말았다. 워낙 비싼 물건이었던 터라 시종은 다시 한 번 대공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대공은 그것도 넘겼다.
“기운이 좀 났으면 좋겠는데. 내버려 둬.”
이러한 발언과 함께 또 넘어갔다. 그렇게 제국에서부터 건너온 유서 깊은 대리석 조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야 말았다. 다음 날은 갑자기 정원의 장미가 마음에 안 든다며 멀쩡하게 차려진 제 식사를 물렸다. 기가 막혀 이 사실을 전달했더니 대공은 정원을 내다보고 생각에 잠겼다. 미학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았지만 익숙하게 본 꽃이 장미였기에 장미를 가득 채워 뒀었고 대공은 평소에 마음에 들어 하던 정원이었다. 하지만 리드의 말도 안 되는 트집을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미가 촌스럽긴 하군. 밀어내고 들꽃같이 요즘 유행하는 동대륙식으로 바꿔 봐.”라고 대답이 떨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동원돼 울면서 정원에 삽질을 했다. 겨우 돌아온 집사가 심을 꽃을 고르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고개를 저었다. 전에도 좀 정신을 못 차리시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정말 손안의 깃털처럼 구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