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몽드펠. 23세.
평민이었지만 어느 백작의 후실로 들어갔다가 첫날밤에 남편이 비명횡사한 후 백작가의 주인이 됨.
그 후 4년 간 별 탈 없이 황실 공무원, 도서관 사서로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어느날 훈남이 접근한다.
게일 슈가렛. 29세.
공작가의 둘째 아들이자 현자의 탑 소속의 능력 좋은 마법사.
집안 좋고, 직업 좋고, 잘생기고, 성격 좋은 그에게는 뭔가 비밀이 있는데…….

나는 꽤나 의심이 많은 편이었다. 당연했다. 내 인생은 어릴 때부터 그리 평탄치 못했기 때문에 일단 남을 의심하고 보는 게 살기 편한 길이었다. 그러나 게일의 삼단 논법은 내 방어막에 작은 구멍을 내고, 순식간에 그 안으로 뚫고 들어와 침략에 성공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런 식이었다.

“그럼, 부인. 저는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물론 남자죠.”
“그런데 부인과 에릭 리카르도는 친구죠, 그렇죠?”
“어…… 네.”
“그럼 부인의 그 ‘친구’라는 범주 안에는 남자도 포함될 수 있다는 거군요.”
“네…… 네, 그렇죠. 그런 것 같네요.”

사실 난 여기서부터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달콤한 쉐이크에 정신이 팔려 건성으로 대답하는 동안 게일은 이미 모든 포석을 다 깔아두고 마지막 공격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는 남자고, 부인은 남자도 친구로 받아들이실 수 있는 분이시니, 저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겠네요. 게다가 우린 둘 다 같은 아카데미 졸업생이고, 얼굴도 꽤 자주 본 사이고, 제가 계속 도서관에 드나드는 한 자주 마주칠 테니…… 이제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
“제가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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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작가는 여자이고, 물병자리이며 키가 조금 작습니다. 무관심, 소외, 어둠, 추위와 밤 늦은 귀가를 싫어하지만 햇볕 쨍쨍한 여름날과 아늑한 내 집과 맛있는 음식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