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요새는 무너졌거늘, 이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목숨을 걸었던 이들은 영영 알지 못할 터다. 르옌의 떨리는 흙투성이 손이 후회로 짓이겨진 가슴을 움켜 안았다.
그녀는 허망하게 뒤돌아보았다. 그리 뜨겁던 바람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언젠가 지워질 발자국 하나, 달빛 말곤 눈여기는 이 없는 흙바닥 위 덩그러니 놓였을 뿐.

-1권 중에서.

―우리가 하나의 이상을 바란다는 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이제 시작할 때구나.
한담처럼 되돌아온 그 목소리는, 정복 전쟁을 알리는 최초의 선포였다.
―돌레한 경,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라.
페이작은 라르크의 제일 기사로 임명받는 것과 동시에 여왕의 기사가 되었다. 야망이 넘쳐 났던 여왕과 달리 그가 바란 건 단 하나였다.
그녀가 바라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
사투르가 귀레 라르크, 모든 것은 ‘그의 라르크’를 위하여.

-2권 중에서.

파사드는 생각했다.
‘너는 그다지 그 여자를 닮지 않았다.’
이백여 년 전 시간이 멈춘 그들의 보금자리에 앉아, 유구한 영광을 계승하는 브류나크들을 바라보는 적발 벽안의 여왕. 그녀와 눈앞의 여자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슴에 남았던 홀로 울음 삭이는 모습, 작게 웃음 터뜨리는 모습…….
가슴 한 켠이 이상하게 뛰는 기분에 그는 생각을 끊어 내려 했다.
그러나 이미 멈출 수조차 없었다.

-3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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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리 은위, 돌시아니 등의 필명으로 웹소설 작가 활동 중. 누군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 그러나 게으른 아가씨. 무더운 7월의 첫째날 태어난 게자리. blog▶http://blog.naver.com/shinyeori e-mail▶shinyeori@naver.com kakaotalk▶shinyeori - 출간작 물의 자흔을 쫓는다(구) 수라화 가시나무 우는 성 1부 바라연 - 출간 예정작 마리포사 mariposa 이매魑魅

끝내 요새는 무너졌거늘, 이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목숨을 걸었던 이들은 영영 알지 못할 터다. 르옌의 떨리는 흙투성이 손이 후회로 짓이겨진 가슴을 움켜 안았다. 그녀는 허망하게 뒤돌아보았다. 그리 뜨겁던 바람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언젠가 지워질 발자국 하나, 달빛 말곤 눈여기는 이 없는 흙바닥 위 덩그러니 놓였을 뿐. -1권 중에서. ―우리가 하나의 이상을 바란다는 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이제 시작할 때구나. 한담처럼 되돌아온 그 목소리는, 정복 전쟁을 알리는 최초의 선포였다. ―돌레한 경,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라. 페이작은 라르크의 제일 기사로 임명받는 것과 동시에 여왕의 기사가 되었다. 야망이 넘쳐 났던 여왕과 달리 그가 바란 건 단 하나였다. 그녀가 바라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 사투르가 귀레 라르크, 모든 것은 ‘그의 라르크’를 위하여. -2권 중에서. 파사드는 생각했다. ‘너는 그다지 그 여자를 닮지 않았다.’ 이백여 년 전 시간이 멈춘 그들의 보금자리에 앉아, 유구한 영광을 계승하는 브류나크들을 바라보는 적발 벽안의 여왕. 그녀와 눈앞의 여자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슴에 남았던 홀로 울음 삭이는 모습, 작게 웃음 터뜨리는 모습……. 가슴 한 켠이 이상하게 뛰는 기분에 그는 생각을 끊어 내려 했다. 그러나 이미 멈출 수조차 없었다. -3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