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달빛을 닮은 신비한 은발과 태양보다 더 눈부신 황금색 눈동자.

사막이 낳아 기른 듯한 아름다운 그 남자를 볼 때마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이 남자 곁에 있고 싶어서…… 이 남자에게 기대고 싶어서 가슴이 조여들었다.

“처음 봤을 때…… 꿈을 꾸는 줄 알았어요.
죽어가는 날 데려가려고 하늘에서 천인이 내려온 줄 알았지요.”

사막의 밤을 닮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

가족과 나라를 잃고 나그네처럼 떠도는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강인해 보이지만 한없이 연약한 이 여자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유란…… 당신은 내가 발견한 가장 큰 보물이야.”








단발까까에서는 발행일기준 2개월內 로맨스, 일반소설,신간을 정가30%에 매입 합니다.
( 만화, 야오이만화소설은 제외)

강청은 지음


출간작
『체온』,『비밀의 방』,『독귀의 나라』,『붉은정원』,『광야의 연인』,『청국비담』,『그대가 있기에』

젠은 보기 좋게 붉어진 유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를 보니 돌연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젠은 천천히 손을 뻗어 유란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흠칫 놀라는 모습이 작은 들짐승 같아서 조금 웃음이 났다. 안절부절못하던 유란이 서둘러 몸을 돌리려던 순간, 젠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흡!”

유란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다래졌다. 너무 놀란 탓이지 한순간 숨 쉬는 것마저 잊어버렸다. 곧이어 벌어진 입 안으로 부드럽고 말캉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탐색하듯 부드럽게 유영하던 그것은 이내 공격적으로 돌변해 격렬하게 그녀의 내부를 휘젓기 시작했다.

“으읍, 웁!”

젠에게 잠식당한 입 안이 타는 것처럼 뜨겁다. 어렸을 때부터 무예만 닦아오던 그녀였던지라 이런 입맞춤도, 이런 식의 접촉도 처음이었다. 등과 허리를 농염하게 훑는 손길과 잡아먹을 듯 파고드는 혀.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힘없이 떨리는 두 다리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젠의 단단한 허벅지가 파고들었다.

“하아, 유란…….”

젠은 장난처럼 했던 입맞춤이 생각보다 깊어지자 스스로도 놀랐다. 무예로 단련된 탄력 있는 몸. 그가 안았던 하늘하늘한 미인들과는 확연히 달랐지만 품에 꼭 맞춘 듯한 유란의 몸은 예상을 뛰어넘는 기묘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아랫배로 빠르게 모이는 열기에 슬쩍 당황한 그는 이쯤해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아, 하아…….”

입맞춤이 서툰 것이 역력한 유란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색색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유란에게서 커다란 박동이 전해졌다. 쿵쿵, 울리는 심장소리. 상쾌하기까지 한 진동에 젠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문에 몸을 기댄 유란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젠을 올려다보았다.

“왜, 왜…….”

젠은 작게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글쎄…… 왜일까.”

알 수 없는 묘한 눈빛으로 유란을 내려다보던 젠이 이윽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건 의뢰비에서 빼줄게. 잘 자, 유란.”

유란은 천천히 몸을 돌려 멀어지는 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꼭 꿈을 꾸는 것 같다. 태어난 이래로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