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다는 그 심정으로 차라리 내게 와라. 아껴 줄게.” - 최태충

처음 이화를 봤을 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다. 점점 커져만 가는 욕심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두려움에 떠는 눈동자라도, 치가 떨린다는 눈빛이라도, 눈물이 가득 찬 눈이라도 좋으니 이화가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 네게…… 갈게.” - 예이화

누군가가 진절머리 쳐지게 싫으면 그 사람의 페로몬 향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이화가 태충의 존재를 눈치챈 건 눈이 아니라 코였다. 그는 악당이었고 무뢰배였으며 사디스트(Sadist)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손을 잡아 준 사람은 그토록 싫어하던 태충이었다.

가난이 마르지 않는 산동네, 그곳에서 다시 만난 태충과 이화.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한숨. 서서히 흘러가기 시작하는 마음. 활활 타오르는 정염.
휘몰아치는 감정에 그들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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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양

나만의 세상을 글로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침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blog.naver.com/ejy2006

출간작으로는 여행코디네이터, KISS, 원죄, 첫경험과 몇 권의 전자책이 있다.

“언제부터 내 뒤를 캐고 다녔어?”

“항상.”

“하!”

너무 어이가 없으니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이사를 갔을 때도 내 뒤를 캤니?”

“그래.”

“왜 그런 헛소리를 한 거야?”

“뭘?”

“나와 사귀는 사이라고, 회사 사람들에게 떠벌린 이유가 뭐냐고!”

“떠벌린 적 없다. 딱 한 사람에게만 말했지.”


“성혁진 씨에게 왜 그런 거야?”

“아, 그랬지. 그 새끼 이름이 성혁진이었지.”

“왜 그런 거냐고 물었어.”

“몰라서 물어?”

“왜 그 사람을 협박하고 그 사람 차 유리를 깨트렸어? 네가 뭔데!”

“내가 뭐냐고?”

“그래! 네가 뭔데! 왜 그런 거야?”

“내가 왜 그랬을 것 같냐?”

물음이 되돌아오자 이화의 얼굴에 일순 당혹감이 서렸다.

“모른다면 알려 주지.”

그의 입술이 비틀렸다.

“내 여자에게 알짱거리니까. 내 여자에게 찝쩍거리니까. 내 여자를 바라보니까. 내 여자
를 마음에 품으니까. 내게서 널 뺏어 가려고 하니까!”

“대체 내게 왜 이래! 뭘 원해!”

“너.”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널 원해.”
전신의 모든 피가 발뒤꿈치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예이화, 널 원해.”
이화는 지독히도 달라붙어 오는 태충의 눈빛에 숨이 막혔다. 마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줄 수 있겠냐?”
갖고 싶어 죽겠다.

마지막 말은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독처럼 빠르게 귓속으로 파고들어 이화의 전신을 흔들었다.

예이화, 널 갖고 싶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