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순간, 그녀는 그가 인생의 종착지라는 걸 예감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깨닫는 순간 절대로 마주쳐서는 안 될 악연임을 알았다.


“고다온, 네가 살 길은 이것뿐이야. 내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해.”

“아저씨가 왜 저를 살리려고 하는데요?”

“내가 널 아니까.”

“안다는 이유로 제 목숨을 구해야 할 의무는 없어요. 게다가 아까 결혼 어쩌고 하던데…… 전 아저씨를 잘 몰라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죽어. 잘 알든 모르든 나는 네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건 면하게 할 생각이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갈 곳 없던 처량 맞은 그녀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것이 그를 위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임을 어린 그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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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捿響(청휘淸輝)

2003. 9월 첫 종이책 출간.
서울 신림동 출생, 소심한A형.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행복한 글쓰기에 매달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근면, 노력, 성실로 이루지 못할
꿈은 없다.

-고전 story
<무한련>, <쾌걸황후>, <왕릉후>, <붉은낙인>, <칠성쾌담>
<폭군>, <푸른 의관의 그녀>, <야수의 포효>, <무소화>
<화무>, <화설>

-현대 story
2013년<홀리다, 미혹> <그 겨울의 열대야> <내 안에 흐르는 너> <명가의 작업실>
2014년<오픈하트> <블루힐> <꽃을 탐한 재규어> <맛 좀 봐도 될까요?>
2015년<골든타임>외 다수

이토록 오랜 순간 각인된 여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세상을 다 적으로 돌린대도 그녀가 갖고 싶어졌다.

“왜 결혼해야 하는데요? 결혼에 대해 얘기해 보죠. 노예인 건가요? 인질인 건가요? 내 포지션이 뭔지 궁금하군요.”

“노예도 아니고 인질도 아니야. 쇼윈도 부부로 위장하는 것일 뿐. 적어도 내 등 뒤에 숨으면 저들이 네 목숨을 노리지는 않을 테니까.”

“살기 위해 적장의 등 뒤에 숨어서 목숨을 구걸하라는 거군요. 구차하네. 내 목숨이…….”

“그게 아니면 달리 방법이 있나? 넌 이 안에 들어온 이상 절대로 혼자선 이곳을 빠져나
갈 수가 없어.”

그녀가 갈 곳 없이 외로이 서 있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됐지만,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를 위해 그는 완벽히 설계된 삶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