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선 잔인한 향기가 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함의 향기.

그를 왜 흑랑(黑狼)이라 부르는지 알 거 같다.

-황오색호접(胡蝶) 소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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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름

로망띠끄와 연합홈 ‘줄리엣의 발코니’의 일원.

출간작 - 오만한 과욕. 얼음여우.
출간예정작 - 연의 사슬.

저……사람?’

유혜는 어둠속에서조차 금세 알아볼 수 있는 검은 슈트차림의 남자를 보았다.

팔짱을 끼운 채 고급 승용차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컴컴한 저녁하늘을 향해 거만스레 턱을 추켜올리고 지그시 눈을 감은 자세였다.

흡사 깊은 산중의 높다란 바위 위에 올라

푸른 달빛을 고요히 즐기는 한 마리의 검은 이리가 따로 없었다.

‘설마……날 보러 온 건 아니겠지? 설마……. 날 다시 볼 일이 뭐가 있다고.’

애써 시선을 피하며 차츰 차츰 걸음을 옮겼다.

흑랑은 코끝을 스치는 아련한 향기를 느끼고 차분히 턱을 내렸다.

“네 이름이 유혜라지?”

“!”

유혜는 온몸이 굳었다.

멍하니 멈춰 서며 바닥에 놓인 커다란 눈망울을 바쁘게 뒤굴렸다.

‘정말……날 보러 온 거였어?’

왜? 무슨 일로? 무슨 볼일이 남아서?

‘전 당신을 몰라요. 그러니 전 이대로 제 갈 길을 갈 거예요.’

서둘러 그의 앞을 벗어나야한다는 집념만을 내세웠다.

그럴 때 그녀의 모든 판단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음성이 울렸다.

“내 여자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