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 살 35대 조선의 왕 이건
왕보다 더 근엄한 쥐톨 항아 선생 앞에 무너지다.


예의 선생을 뽑았는데 이 선생 잃어버린 고무신이었던가.
난쟁이 똥자루주제에 뿔테안경으로도 모자라 감히 왕의 심장을 농락 거려?
똥자루 넌 누구냐! - 이건



유치하기로는 불꽃놀이보다 찬란한 이 남자가 주상전하라고?
못된 것도 쳐드시는 주상전하님.
못생긴 저는 예의만 가르칠 테니 제발 저 좀 내버려두시옵소소 전하! - 항아




“다시 말하는데 너도 내가 좋지. 좋으면서 괜히 튕긴 거지.”

“전 하. 전, 정말 억울하옵니다. 저도 모르는 일.”

“시끄러워! 내가 잠든 사이 살짝 일을 끝내다 들킨 거야.”

“저, 전하.”

“너만 혼자 재미 보고……제기랄. 난 아무런 기억이 없잖아!”

“!”














단발까까에서는 발행일기준 2개월內 로맨스, 일반소설,신간을 정가30%에 매입 합니다.

단발까까에서는 모든 장르의 책을 고가 매입합니다. 또한, 장편기준 15권이상 보내시면 택배비도 무료입니다.

이소저

로망띠끄와 cafe.naver.com/skyrain1580(나무 바람을 사랑하다)에서 활동 중.


출 간 예 정 작

「앵화」- 주상전하 납시오1,2 후속(後續) - 다인북스 출간 예정
「나는 조선의 세자다」
「눈 뜨는 이유」
「콩닥콩닥」
「심청이의 임금님」
「둔탱이」
「사랑. 본능에 지다」
「집 짓는 남자」
「포켓 사랑」
「With the enemy(적과의 동침)」외

@ Prologue 1.

천상의 옥황상제께서 월나라의 남자들을 모두 울린 죄로 월궁항아(月宮姮娥)를 잡으라 하시니 천상의 옥을 지키는 천군(天軍, 천상의 군사)이 그녀를 찾아 동분서주하여 잡아 대령했다. 상제께서 그녀를 문초하여 옥에 가두려 하자 그녀가 울부짖으며 고했다.

“천상의 옥황상제시여. 부디 제게 단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다면 어떠한 벌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부디 두꺼비로 태어나게 해주신다 해도, 빡빡 곰보에 살이 곪아 썩어 문드러지는 대풍창(大風瘡, 문둥병) 환자로 환생시켜 주신다 해도 달게 받겠사오니 한 번만 기회를 주시옵소서.”

하고 고하자 상제는 월궁항아(月宮姮娥)가 눈물 콧물 짜며 하소연해 그도 늙었지만 남자인지라 마음이 설레었다.
옥황상제는 월나라의 절세미인으로 뭇 남자들을 모두 다 후린 월궁항아(月宮姮娥)의 죄를 용서치 않으려 잡아 들였더니 월나라의 태평성대를 망친 죄인인 월궁항아(月宮姮娥)의 모습은 절세가인이었다.

옥황상제도 월궁항아(月宮姮娥)를 잡아들이기 전에는 진노한 나머지 천벌을 내리려 했건만 그녀의 미색은 그조차도 홀릴 가히 절세미인이었다. 상제는 진노했던 마음이 점차 봄눈 녹듯이 누그러져 문책하려던 마음이 사그라졌다. 그녀의 죄질이 나빠 문책해서 그 죄를 낱낱이 기록하며 빛나는 미색을 퇴색시키려 어두운 동굴 속에 영영 가두려 했으나 하늘하늘한 천상의 선녀 옷을 입고 가느다란 몸매와 백옥 같은 피부를 빛내며 백배사죄하자 마음이 뒤숭숭해 다잡지 못했다.

“흠흠.”
하며 발밑까지 늘어질 듯한 긴 수염을 한 손으로 연신 쓸며 헛기침을 했다.

“항아야, 그럼 이승으로 내려 보내줄 터이니 날 원망하지 않겠느냐?”
하시니,

“옥황상제시어. 정말이시옵니까?”
라고 반문했다.

“네 의향을 듣고 싶구나.”
하며 처음과는 달리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 보셨다.
상제의 다감함에 월궁항아(月宮姮娥)는 백옥 살결의 얼굴을 복숭앗빛으로 만들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낯빛에 천상이 더욱 환해졌다.

“이승으로만 내려주신다면 어떠한 모습이라도 괜찮사옵니다. 월나라에서 지은 죄를 이승으로 내려가 갚겠사옵니다.”
하며 옥황상제를 우러러 뵈오니.

“그럼 네 모습을 보고 날 원망치 않겠느냐?”
물으시자 그녀가 그러마하고 대답했다.

“내 너의 죄가 막중하여 두꺼비로 환생시키려 했으나 여자의 몸이니 다시 여자로 환생시켜 줄 것이다. 그러면 네 죄를 이승에서 갚겠느냐?”
하며 그녀의 죄를 사하여 주겠노라 하셨다.

월궁항아(月宮姮娥)는 자신이 지은 죄에 비해 옥황상제가 마음을 누그러트려 기뻐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역시 남자란 늙으나 젊으나 미색에는 약한 존재란 것을 일찍이 통찰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납작 엎드려 조아렸다.

“황공하옵니다. 옥황상제시여.”

“이 밀지는 너를 사랑해 주는 남자가 나타나기 전엔 절대로 열어 보면 안 되느니라.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흉측한 두꺼비로 변할 것이니 명심하여라.”
하며 밀지는 옥황상제의 손에서 시중을 받들던 선녀의 손에 의해 전해졌다.

“옥황상제시어.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하며 밀지를 전해 받은 그녀가 고이 받아들었다.

“네 약속을 한 번 믿으마. 널 지금 이 순간에 이승으로 내려주겠노라. 이승에 가서 네 죄를 사하여라.”
하며 옥황상제께서 그녀의 죄를 사하시자 그녀는 밀지를 고이 받아들어 깊숙한 가슴에 넣었다.

잠시 후 옥황상제는 들고 있던 하얀 깃털을 휘리릭 한 바퀴 돌렸다. 깃털이 둥근 원을 그리는 순간, 뿅 소리가 났고 상제의 앞에 조아렸던 월궁항아(月宮姮娥)의 모습은 순간이동을 한듯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Prologue 2.

1982년. 조선 덕종 10년 이른 봄, 야심한 시각에 조선의 34대 덕종 임금은 침소를 들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곤룡포에 익선관(翼善冠)을 쓰고 옥대(玉帶)를 두르며 목화(木靴)를 신고 있었다. 그가 야심한 시각에도 곤룡포를 입고 침소에 들지 못한 까닭은 근심이 깊어서였다. 오늘 임금은 근정전에서 기자 회견을 했다. 매년 이날에 임금은 국민들에게 새해 국정을 알렸다. 그는 국정을 알리고 정무를 봤지만 새벽까지 잠 못 이뤘다.
그의 근심스런 표정은 곧 시름으로 변했다. 그는 대전내관을 거느린 채 후원에 섰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빛이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 별빛을 공허한 눈빛으로 보며 자신에게 없는 후사로 인해 더욱 근심이 컸다.

“달도 별도 변함이 없거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중전에게서 없는 태기로 인해 경국대전의 법도를 철폐해야 하는지 고심했다. 조선이 28대 선대왕부터 후궁제도를 철폐한 이후로 중전의 몸에서 태기가 없어도 경국대전의 법도 때문에 후궁을 맞이할 수가 없었다. 용정을 기다리는데 전혀 소식이 없자 걱정이 태산처럼 쌓였다. 캄캄한 시각에도 강녕전에 들지 못하고 뜰 안을 거니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그는 천천히 후원을 걷다가 동녘 하늘에서 큰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유성의 꼬리가 길고도 선명한 것이 예삿일이 아니란 생각에 뒤따르던 대전내관에게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근자에 유성을 보다니. 김 내관. 저곳이 어느 곳인지 아는가.”

“전하, 유성이 떨어진 곳은 바로 안국동인 거 같사옵니다.”

“안국동이면 아주 가까운 곳인데. 유성의 꼬리를 보니 아주 상서로운 것 같소.”

“소신도 그리 보았습니다.”

“흠! 저 유성이 왕실에 후사나 점지해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덕종은 간절한 바람을 담고 그 유성이 중전에게 용정을 선물로 주었으면 빌었다. 그래야만 다음 대를 이끌 국본의 탄생을 맞을 것이다. 그런 바람을 갖고 한참을 뜰 안을 거닐다 침소에 들었다.

덕종이 유성을 보았을 시각에 유성이 안국동의 평범한 한옥 집을 스쳐 떨어졌다. 유성이 스치는 순간 아기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이를 낳은 산모는 늦은 나이에도 자식이 없어 백일기도해서 달의 기운을 품고 여식 하나를 얻었다. 그녀가 낳은 아이를 산파가 받아 기뻐하며, 2.8kg으로 태어나 빨갛고 털이 복실거리는 작은 원숭이처럼 앙증맞게 태어난 여자 아이를 번쩍 안아들며 소리쳤다.

“아이고! 경사 났어요. 딸이에요.”
방 밖에서 가슴 졸이던 이상식은 산파의 외침을 듣고 너무도 기뻤다.

“딸? 딸이면 어떻고 아들이면 어때요. 부인 수고했어요.”
방 안을 향해 아내의 수고를 걱정하는 이상식은 평범한 7급 공무원이다. 그의 나이 올해로 43살, 아내 박수자는 40살이 되어서야 겨우 딸아이 하나를 얻었다. 그런 귀한 아이였기에 상식은 아이의 이름을 짓는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달에게 백일기도해 얻은 아이였기에 이항아(李姮娥)라 지었다. 전설 속의 월궁항아(月宮姮娥)를 닮으란 뜻으로 지으며 천운으로 딸을 낳았기에 금이야 옥이야 자식 사랑이 대단했다.

노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항아는 어려서는 무척이나 곰살맞고 예뻤는데 점차 자라면서 성격이 소심하게 변해갔다.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리자 이상식은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의 변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어찌할꼬.”

상식의 시름에도 세월은 흘러 어느덧 항아의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
그녀는 늘 책을 가까이해서 시력이 좋지 않아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고 외모를 꾸미지 않고 다녔다. 워낙 소심해 작은 키에 허리를 굽히고 걸었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을 했다.

상식은 그녀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한 남자들로 인해 삼십이 되도록 결혼을 못하는 딸이 안쓰러웠다. 그가 딸을 43살에 낳았으니 그의 나이가 어느새 73세였다. 딸자식을 재가시켜야 마음 편히 이승을 하직하겠는데 딸아이를 데려간다는 집도 없고 항아가 시집갈 생각도 없어 고민이었다. 단 한 가지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가 되더니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천직처럼 잘해냈다. 그거라도 잘했으니 망정이니 그것마저 못했다면 큰 고민거리였다며 시름속의 나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