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리!

나라병원 소아청소년과에는 빛나리 3인방이 있다.
그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병동 전체에 빛이 난다고하여 빛나리 3인방.

서른넷에 소아청소년과 부교수인 천재의사 은찬란.
빛나는 외모에 다정함까지 더해져 여성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치프 하정우.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를 빛이 나도록 밀어버린 쿨 한 레지던트 3년차 김계진.

그리고 한 명 더…….

이름 하나로 빛나리 3인방을 4인방으로 평정시킨 레지던트 1년차 빈나리.
오늘도 그들은 나라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은 찬란 하 정우 김 계진 빈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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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경(WR)

쥐띠 아줌마.
미국 펜실베니아주 거주.
WR로 로망띠끄 그레이프 방에서 연재 활동 중.
오아시스를 찾다. 네이버카페에서 활동 중.

출간작]

늑대 시리즈 3권
송은교, 육체를 바꾸다.
찰떡궁합
동화관야담
사랑해 심청아
바보옹주 금랑
남장여자
월하정인
나 잡아 봐라!

[출간예정작]

백호의 여인
백작과 야생녀

wonrotondo@hotmail.com
cafe.naver.com/romanticoasis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리는 비틀하면서 주저앉다가 그만 김계진을 머리를 잡고 말았다.
“앗.”
나리는 놓아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매끈한 머리의 감촉이 손바닥에 착 달라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얼굴이 빨갛게 물든 김계진과 대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빈나리 그리고 옆에서 그걸 보면서 혼란에 휩싸인 은찬란.
하정우는 세 사람을 보면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다들 서둘러 나가느라 이 광경을 놓친 게 아까울 뿐이었다.
“느낌이…… 좋아요.”
나리의 말에 찬란과 김계진의 얼굴이 동시에 붉어졌다. 서로 다른 의미로 붉어졌겠지만 하정우는 세 사람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자신이 나서야 할 때라는 걸 느꼈다.
“야, 빈 선생, 손 떼라. 김 선생 흥분한다.”
하정우가 말리자 그제야 나리는 아쉽게 손을 떼면서 신발을 신었다.

[중략]

“어머나, 웬일이니? 빈나리 고음불가니?”
고. 음. 불. 가.
바로 음치 빈나리에 딱 맞는 사자 성어였다. 나리의 노래를 듣다 못한 하정우가 마이크를 뺏더니 나리를 들여보냈다.
“제, 제가…….”
춤은 쫌 춘다고 말하려는데 판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린 후였다. 좀 생겼다 싶었던 1년차가 나오더니 오후 두 시의 짐승돌 흉내를 내면서 춤을 추었고 앉아 있던 여자 레지던트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티셔츠까지 찢어 버렸을 때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리는 왠지 좀 아쉬움이 남았다.
‘저런 춤은 은 교수님이 춰 줘야 제 맛이 날 텐데. 노래만 하고 춤은 안 출 거니? 옷도 좀 찢고 그래 보지.’
“추르릅.”
끝에 앉은 찬란을 살짝 훔쳐보던 나리는 흘러나오려는 침을 삼키면서 옆에 앉은 김태현 교수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다.
“잘 마시네.”
“네, 제가 쫌 합니다.”
어쩌다 보니 나리와는 멀찍이 앉게 된 찬란은 그런 나리를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우려는 빗나가지 않았다. 연이은 발라드 노래에 분위기가 조금 다운된다 싶을 때였다. 댄스곡을 누른 나리가 마이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니 리듬에 맞춰 웨이브 춤을 추면서 탬버린을 흔들었다. 환호성이 터지자 기분이 상승된 나리는 현란한 탬버린 솜씨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휘익.”
“빈나리! 빈나리!”
섹시하다기보단 코믹 댄스에 가까운 동작이 이어지고 아까 짐승돌 흉내를 냈던 레지던트가 나와서 함께 막춤의 진수를 보여 줬다. 현란한 춤 솜씨로 분위기를 살린 나리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박수에 감사의 인사를 하곤 화장실로 향했다.
나리가 춤을 출 때부터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복잡한 심정이었던 찬란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리가 돌아오질 않자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역시나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나리가 보였다.
“그만 집에 가자.”
“은 교수니임~”
“일어나.”
나리를 부축해서 일으키는데 김계진이 화장실로 다가왔다.
“많이 취했나 보죠?”
“김 선생, 빈 선생 옷하고 가방 좀 가져다 줘.”
“네.”
찬란의 부탁에 나리의 물건을 가지고 나온 김계진은 뭔가를 묻고 싶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은 교수님, 빈 선생 집 아세요?”
“아랫집에 살아.”
“아!”
“그럼 먼저 간다.”
“네.”
밖으로 나오자 나리가 춥다면서 그에게 매달렸다.
“은 교수니이임, 업어 줘용~”
찬란은 인내심을 발휘해서 한숨을 푹 내쉬다가 주위를 둘러보곤 등을 보이고 앉았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그냥 내팽개치고 갔겠지만 병수발 들어 준 보답으로 요구를 들어 주기로 했다.
“업혀.”
“넹.”
얼른 찬란의 등에 업힌 나리는 그의 목을 꼭 안고 매달렸다.
“목 조르지 마라.”
“아! 속 쓰려.”
“토하면 버리고 간다.”
“목말라.”
“침 삼켜.”
“에잇.”
찬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리가 그의 목덜미를 꽉 물어 버렸다. 빈나리 흡혈귀 필살기인 목 빨기였다.
“빈나리, 깨기만 해봐, 진짜.”
며칠 동안 종적을 감출 뻔했던 전투 의욕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