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산산이 부서진다 하여도
내 육신이 한줌 재로 사라진다 하여도
내 눈물 강이 되어 그대에게 흐르리라


‘집채만 한 검은 표범이 손을 물었어.’
그리고 그 꿈처럼 과거의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다시 찾았다.
처음 그때처럼 비가 오는 날에 이루어진 재회.

늪처럼 자욱하게 가라앉은 침묵 속에서 효진은 남자를 관찰했다.
말없이 창가를 서성이는 남자의 모습이 검은 표범을 연상시켰다.
느릿하게 어슬렁거리는 그의 움직임에 그녀의 심장이 뛴다.
천천히. 아니, 지나치게 느릿하게…….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북을 치는 것 같았다.

“우리……. 십 년 만인가?”

천천히 돌아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 효진은 숨을 들이켰다.

그리움이다. 지난 세월 참아야 했던 영혼의 노래.
애달픔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 아파해야 했던 그리움.
서러움이다. 마주선 연인의 애달픈 그리움의 끝자락.


우연으로 다시 시작된 인연.
우혁과 보낸 꽃섬에서의 나날은 조금씩 효진의 심장을 달궜다.

“놓지 말아요. 잡은 손, 두 번 다시 놓지 말아요.”
“놓지 않아. 죽어서도.”
“난 오빠가 정말 싫은데, 내 심장은 아닌가 봐요.”

지치고 힘겨웠던 터널의 끝에서 우혁은 연인을 되찾았다.

그러나 인연에 엮여 따라온 지독한 악연.
십 년 전, 우혁과 영혼의 영혼까지를 말려버렸던 민정.

“어차피 벼랑 끝이야! 절대 혼자 죽지는 않아!
혼자 죽을지, 같이 살지는 우혁 씨 손에 달린 거라고!”

벼랑. 우혁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던 효진을 떠올렸다.

“원하는게……뭐야.”

하루가

2005년 로망띠끄에서 천년호로 연재 시작.
현재 로망띠끄 그레이프 방에서 활동 중.

출간작

<무영의 야래향>, <여제 서기단후>,
<페르세포네의 딸>, <무기여 안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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