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필요한 순간,
뒤돌아보면 그가 있다.

답답한 일상을 잊고 일탈해 보고 싶었을 때,
그는 클럽 안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래서 유혹했다.

배가 고프지만 먹으러 나가기 귀찮았을 때,
그는 음식을 들고 집 앞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문을 열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때,
그는 내 손을 끌고 무작정 도심을 벗어났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이제 그가 곁에 없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당신, 나를 충족시켜 줄래요?


◆이 책은.

사랑? 종족 번식 본능을 포장하기 위한 인간들의 자기변명.
사랑을 받지도, 주지도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 김자영의 자기방어.
생이란 덧없고 한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무언가 번지르르한 포장을 원하곤 하지.
사랑 같은 감정놀음도 그런 거야. 사람들은 서로의 이익이나 감각적인 쾌락을 위해 함께하지만, 항상 그럴듯하게 포장을 입혀. 사랑이라니……. 하! 웃기지 마.

실패한 적이 없어 지나치게 완벽하고 자기중심적인 남자.
항상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 사람을 상대하는 최승혁의 자존심 싸움.
따지고 보면 승혁 혼자 파고들던 관계였다. 내심 저 여자도 내가 싫지 않으니까 받아 주고 있는 거다. 그리 생각했다. 여자가 그를 가지고 놀았다. 어리석게도 그녀에게 놀아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어리석게도 그녀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특별한 처방전 『충족시키다』
자영은 자신의 인생엔 사랑이 없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을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한 남자가 그녀의 인생에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저돌적으로…….
승혁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자기방어가 너무 강해 도리어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생명체가 아픔을 느끼는 이유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저자 ♡ 박민희

1979년 12월의 추운 겨울날 다리부터 태어난 것이(그 끈질긴 생명이라니!) 유일하게 자랑인 여자.
현재 뒤늦은 공부로 안 돌아가는 뇌를 박박 긁다가 절망 중.
신선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 찾고 있음.

본문 중에서 ♡

“입 벌려.”
승혁이 명령하자 자영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뜨거운 혀가 입안으로 침입한다. 툭툭 자영의 입천장을 치더니 혀를 농락한다. 허리를 감쌌던 승혁의 손이 가슴으로 움직인다. 놀란 자영이 움칫하자 허리를 잡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자영이 이끌리듯 승혁의 어깨 잡자 그의 손이 슬금슬금 상의 안쪽으로 침입했다. 브래지어를 부드럽게 위로 올리고 가슴을 쓰다듬었다. 말투는 강압적이지만 손놀림은 조심스럽다. 허리에 있던 손이 자영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자기 것인 듯 조몰락거렸다.
숨 막히던 키스가 끝났다.
“하아…… 놓아줘요.”
나른해진 자영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조용히 해.”
승혁이 나직이 이를 갈 듯, 그러나 부드럽고 간절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귓가에 간질간질 와 닿는 숨결에 자영은 움찔거렸다. 남자의 입술이 귓가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다 턱 선을 지나 드디어 목덜미에 도착했다. 그가 자영의 목덜미에 상앗빛 치아를 박았다. 자르르 전해 오는 감각에 몸서리쳤던 자영이 힘들게 입을 뗐다.
“이건 반칙이에요……. 세 번은 없다……고 분명……. 하 앗!”
승혁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핥았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이 남자 여자의 육체에 대해 너무 잘 안다. 여자는 목덜미에서 귓가로 전해져 오는 감각에 소스라쳤다.
“난 대답한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