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없을지 모를 기회였다. 간절히 원하던 기회였다.
최동환을 온전히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었다.
칼날 같은 눈초리와 매서운 말로 자신을 난도질하지 않는, 따뜻한 그의 육체를 너무나도 원했다.
지금이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면 안 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회를 놓쳐버리고, 후회하며 목 놓아 기다리긴 싫었다.

단 한 번, 이 밤 하루만이라도 최동환 그를 갖고 싶다.


보고 싶었다. 너무나 그리웠다.
눈부시게 빛나는 나의 태양(太陽), 채원이 보고 싶어 죽을 것만 같았다.
어느새 흐느끼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의 태양, 나의 사랑. 채원.

강채원, 그녀가 갈망했던 온전한 사랑 속에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에드가(신윤희)/ 완결하지 못한 첫 글의 아픔을 딛고 처녀작 ‘그녀를 위해’를 완성한 후, 혼자서 좋아 죽는 왕초보 글쟁이. 사랑하는 두 남자와 경기도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다. 평생 로맨스를 꿈꾸다 마침내는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독한 해피엔딩 중독자. ‘내게 있어 로맨스는 판타지(Fantasy)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에드가(edgar)라는 필명이 혹시 ‘에드가 알렌 포우’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에드가 브라이스, 혹은 미게르 차베스라고 불리는 남자의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제가 궁극의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바이스(vice)라는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죠. 언젠가 에드가를 능가하는 멋진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출간작/ 그대라서 다행입니다 출간예정작/ 데킬라 선라이즈 Merci La Vie!(고맙다, 인생아!) 갈망(渴望), 그 여름의 잔해

아름답지만 오만방자한 채원과 스키장에서 조난을 당한 동환. 재벌가와 소위 명문가라는 집안의 자식들, 상위 1%의 모임 중에서도 채원은 단연 가장 높은 레벨이었다. 더 많이 가진 자, 가장 많이 가진 자는 그들에게 있어 언제나 경외의 대상이었다. 사장의 본처가 남긴 딸 채원은 도도한 공주님이었다. 가냘픈 몸집에서 풍기는 독기에 주변사람들은 질려갔고 동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채원은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이가 언니가 되고, 첩이 어머니가 되어버린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네 엄마나 너나 더럽고 천박해. 어디서 감히 나더러 동생이고 언니래? 이 더러운 사생아! 모질게 쏟아지는 채원의 독설에 동환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을 내리치고 말았다. 자신의 아픔을 핑계로 남에게 패악을 일삼는 건 최동환의 상식으론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위였다. 어쨌든 오늘 밤 그는 이 망나니 같은 강채원을 가슴에 안고 자야 할 운명이었다. 제길. 웃통을 벗으며 동환은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버렸다. 채원의 등 뒤에 있는 맨 가슴은 낯선 이가 아니었다. 최동환, 그 남자였다. 자신을 보면 언제나 못마땅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화를 내는 남자. 그러나 지금 잠들어 있는 그의 입술은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동환을 처음 본 순간부터 채원은 그를 가슴에 담았다. 그의 시선이 한 번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채원의 눈은 언제나 그를 향해 있었다. 그 오랜 기다림이 점차 열망으로 바뀌고, 그 열망이 지쳐 외로움과 아픔을 낳았을 만큼 오랫동안 채원에게 동환은 단 하나의 사람이었다. 아무도, 그도 모르지만. 태양을 향해 발돋움 하는 해바라기처럼 그만을 바라보며 채원은 행복을 갈망했다. 강채원. 명진그룹의 총수 김 회장의 익애하는 유일한 혈육. 눈처럼 흰 얼굴에 깊은 밤처럼 까만 눈동자를 가진 얼음공주. 싸늘하고 오만한 그녀는 가슴에 태양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갖고 있다. -난 언제나 당신을 원했어. 살면서 유일하게 갖고싶던 것이 있다면 그건, 최동환 바로 당신이지. 하지만, 당신은 날 경멸해고, 조롱했고, 내 마음을 짓밟았어.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 왜 이래? 왜 이제야! 최동환. 가난한 공무원의 집안의 장남. 주변의 기대에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남자. 검사의 자리를 물러나 변호사가 되었고, 강채원과의 악연이 다시 계속된다. 조난을 당해 강채원과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후, 그는 오랜 시간 자신 속에 숨어 있던 열정에 눈뜨고 만다. 그것은 너무나 강렬하고, 너무나 매혹적이며, 너무나 치명적인 것이었다. -내 인생에 다른 길은 없었다. 언제나 내 앞에 펼쳐진 그 길을 향해서 나는 달리고 또 달렸어. 뒤돌아 볼 필요도, 후회할 필요도 없었지. 그런데 난생 처음 후회가 생겼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너를 보면 내 심장이 아프게 뛰어. 차갑고 비정한 세상에서 유일한 버팀목이던 조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겨진 유언(遺言).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 집의 상속을 담보로 내건 조건에 채원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채원은 원하는 대로 그 집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동환은 이미 돌아서버린 채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태양을 향한 슬픈 갈망, Twelve Sun-flowers. 벽에 걸려 있던 엄마의 해바라기 그림. 기억 속의 12송이 해바라기는 붙타오르듯 눈부신 황금빛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해바라기 그림을 되찾아야 다시 행복해질 것 같아 채원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드디어 해바라기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붉은 태양을 향해서. 그 황금을 닮은 노란 태양의 빛으로 뛰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