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실, 레옹?(전3권) - 이정숙(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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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플레이블(예원북스)
작가명
이정숙(릴케)
발행일자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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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상세 설명

       

       

      청소하실, 레옹? vs 빗자루를 든 마틸다

      ‘저장 강박증’ 그 남자, 천재 프로그래머 서강운,
      ‘정리 강박증’ 그 여자, 청소 업체 ‘싹싹 마틸다’의 씩씩한 사장 마이솔,

      어느 날, 산더미 같은 쓰레기에 에워싸여 잠들어 있는 쓰레기 더미 속 왕자님을 발견한다.
      때때로 온몸이 뜨거워지며, 날름거리는 화마에 삼켜질 것 같은 악몽을 꾸는 그 남자.
      괴로워하는 그의 얼굴을 얼떨결에 제 차가운 손으로 만져 주는 그 여자. 그녀의 손과 입술은 기분 좋은 청량감을 준다.
      “네 낮은 온도를 갖고 싶어. 네가 필요해.”

      “해줄 건 딱 한 가지. 내가 혹시 잠을 못 자거나 불안할 때 만져 주면 돼. 이를테면 냉장고나 죽부인 같은 냉방 시설이지.”
      “뭐라구요? 아주 쓰레기를 쌓다 쌓다 못해 이젠 뇌 속에까지 쌓였나 본데, 정신 차려요!”

      그들의 달콤 쌉싸름한 계약 청소 동거기.

      “자, 뭐부터 할래? 만져 줄래? 키스해 줄래?”

      반들반들,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해 드릴게요!

       

       

       

       

      이정숙(릴케)

       

      필명: 릴케
      늘 꿈꾸는 로맨스 소설 작가
      《파초》, 《쿨러브》, 《퓨어 러브》, 《슈거 슈어》, 《러브 머신》,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청소하실, 레옹?》
      올레마켓 웹소설 《너를 사다》 등

       

       

       

       

       

       

      빈 연회장의 의자를 청소하고 있는데, 카펫 크리닝기 끝에 뭔가가 툭 걸렸다.
      “앗!”
      놀라라……. 주춤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순간 뭔가 긴 것이 꿈틀 하며 위로 올라갔다.
      “엄마야!”
      그건 사람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키가 큰 남자.
      딱 떨어지는 그레이 슈트 차림의 남자가 의자 몇 개를 붙여두고서 그 위에서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놀라라. 왜,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청소 중인데 안 시끄러우셨어요?”
      “…….”
      “꿀 먹은 벙어리예요? 왜 말을 안 한대?”
      남자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다시 봐도 놀라울 정도로 잘생긴 남자였다. 금방 자다 깼는데도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너무 깊어 푸른 기운까지 도는 눈동자는 신비롭고 코와 턱 선은 날카로웠다. 늘씬한 키도 거의 이솔의 두 배 정도고, 고급스러운 차림은 굉장히 이지적인 느낌을 주었다.
      “저기…… 잠이 덜 깨셨어요? 괜찮으세요?”
      “괜찮겠습니까?”
      잠 깼나 보다. 남자가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그 반응 한번 예술이다. 날카롭게 재킷을 툭툭 털면서 다짜고짜 사람을 면박 주었다.
      “죄, 죄송해요. 약품이 좀 튀었나 봐요. 어디 좀 보…….”
      미안해진 이솔이 털어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남자가 매정하게 그 손을 탁! 쳐냈다.
      “건드리지 마.”
      이솔이 흠칫해서 손을 거두어들였다.
      ‘뭐, 뭐지? 나 지금 맞은 건가?’
      그 서늘한 눈빛은 왠지 모를 재수 없음을 안겨주었다.
      “거 되게 까칠하네.”
      기분 상한 이솔이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안 그래도 아침부터 진상 손님을 만나 기분도 안 좋은데.
      “별로 튀지도 않았구먼 되게 뭐라 그러네. 잘생겼단 거 취소다, 취소. 거기가 자기 집 안방이야? 남 일하는 데 방해했으면 사과는 못 할망정 받아는 줘야 할 거 아냐.”
      이솔은 비 맞은 중마냥 주절주절 거리며 돌아섰다.
      사실 이솔은 내내 이모님들과 일하다 보니 구시렁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일명 아줌마 빙의!
      “거기 서.”
      “네? 왜요?”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너님은 지금 왜 반말이신데요?”
      이솔은 지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눈매가 미친 듯 길어서 그런가, 남자의 눈빛은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그래서 뭐?
      이 남자가 한 번 매운 맛을 당해봐야 정신 차리려나.
      “어린 아가씨가 겁이 없군.”
      “하아, 진상 고객들은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나이부터 찾는지. 이제 사장 부를 차롄가요?”
      “뭐?”
      “그리 어리지도 않지만, 쌍방과실 같은데 별것도 아닌 것 갖고 꼭 이렇게까지 상황을 악화시켜야겠어요?”
      “쌍방과실?”
      “아니면 뭔가요? 분명 빈 연회장이라고 사전에 설명 들었는데 왜 여기 계세요?”
      “…….”
      “설명해 보시죠.”
      뭔가 밀리는 것 같다.
      강운은 혀를 차며 눈앞의 맹랑한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데님 셔츠에 스키니 진, 가뿐한 운동화 차림. 하얀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는데도 빨간 입술. 특히 상큼한 단발이 잘 어울리는 만만치 않은 성격의 여자 같다.
      ‘하여튼 이재한, 이 자식.’
      재한에게 속아 오찬에 참석한 게 한 시간 전이었다.
      그러나 역시 사람 많은 것도 질색. 서로서로 힘을 과시하고 자기보다 힘센 상대에게 아첨하는 것도 질색. 지루해 미칠 지경이라 결국 도중에 빠져나와 한가한 곳에서 자고 있었는데.
      앙큼한 고양이 한 마리에게 역습을 당할 줄이야…….
      “설명도 안 하고 변명도 안 하고. 아무튼 벗으세요.”
      “뭘 벗어?”
      “뭐겠어요? 이 상황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거 같으니까 옷 벗으시라구요. 세탁해 드릴게요.”
      “내가 분명히 건드리지 말라고…….”
      이솔이 약품이 묻은 재킷에 손을 뻗자, 반사적으로 그 손목을 탁 잡았던 강운이 멈칫했다.
      ‘……뭐지?’
      그녀의 손목에서 전해져 오는 서늘함. 딱 기분 좋을 정도의 온도. 축축 가라앉아 가던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히는 지긋지긋한 그 열(熱) 증상이 가라앉고, 상큼한 풀 냄새가 확 밀려드는 것 같다.
      “갑자기 왜 이래요?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이솔의 넋 팔린 듯 제 손목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강운을 노려보다가, 그 손을 탁 털어냈다.
      “본인이 거부한 겁니다. 나중에 드라이클리닝 비가 얼마라느니,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한정판이라느니 이상한 소리 하기 없기예요.”
      “너…….”
      “너가 아니라 당신, 혹은 그쪽. 암튼 왜요? 벌써 그사이에 맘이 바뀌셨어요?”
      “하…… 그럴 리가 있나. 착각한 거겠지.”
      자조하듯 중얼거린 그가 이솔을 무시하듯 지나쳐선 그대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투명 인간 취급당한 이솔은 어이가 없었다.
      사람을 의아하게 빤히 쳐다보기나 하고. 얼굴에 구멍 나는 줄 알았네.
      “아, 손목 아파. 아직도 화끈거리잖아.”
      빨개진 손목을 문지르고 있는데, 바로 반장님 이하 이모님들이 마구 이솔의 옆으로 달려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엄청 잘생긴 청년 같던데 둘이 싸운 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되게 까칠하네요.”

      ***

      “와…….”
      며칠 후, 이솔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살짝 벌리고 서 있었다.
      다른 이모님들은 작업이 덜 끝나서 좀 이따 다른 현장에서 오기로 했다. 그래서 그녀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있었는데.
      고급 빌라의 100평 거실이 온통 난장판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이게 다…… 쓰레기네. 와, 난지도도 이것보단 낫겠다. 대체 주인이 누구야?”
      마치 책장을 그대로 엎어놓은 듯 두꺼운 책, 얇은 책, 양장본, 일반본이 뒤섞여 흩어져 있고. 서류, 종이, 비닐, 기타 옷가지 등등 오만 가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거실을 꽉 채우고 있었다.
      “대단하다. 이렇게 어지르라고 해도 못 하겠네. 어푸! 먼지 좀 봐. 이건 또 뭐야?”
      “그냥 이런 사람들은 하루 날 잡아서 잔소리를 퍼부어줘야 하는데.”
      “내가 콧구멍이 두 개니 숨 안 막히고 살아 있지.”
      이솔의 필살기인 이모님 빙의가 마구 터져 나왔다.
      사실 이번 건은 의뢰받을 때부터 요구 사항이 상당히 특이했다.
      전화 온 사람의 말에 의하면,

      [치웠다가 다시 어질러 놓을 것, 입니다.]

      “네?”

      [물론 쓰레기를 다시 어질러 놓으란 건 아니고요. 버릴 건 버리시고 책, 종이, 서류 같은 것들은 원래 있던 그 상태 그대로 다시 꽉 채워놓으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간단하긴.”
      이솔이 통화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살다 살다 이런 주문은 또 처음이었다.
      그런데 체크하려고 집을 쭉 둘러보니, 거실 빼고 주방이나 드레스룸, 욕실 같은 공간은 또 아주 깨끗했다. 아니, 완벽했다.
      “뭐지? 이 엄청난 간극은? 왜 거실 꼴만 이래?”
      허리에 손을 얹고 주변을 휘이 둘러보았다.
      “에휴, 모르겠다. 하라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어? 또라이 하나 또 납시셨네. 아무튼 시작하자.”
      이솔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마대자루를 챙겼다.
      고급스러운 양장본이나 왠지 중요해 보이는 영어로 된 서류 같은 건 옆으로 밀쳐 두고, 일단 쓰레기부터 담으려고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데,
      “꺄악! 엄마야!”
      쿵!
      쓰레기에 가려져 있던 코드 선에 발이 걸려 그만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이고…….”
      이솔은 부딪친 코를 문질러 가며 뒤를 확 째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굵은 선, 가는 선, 온갖 코드가 마구 얽혀 있다. 그 정체불명의 선들을 따라가 보니, 소파테이블에 엄청 얇고 비싸 보이는 노트북이 몇 대나 보였다.
      “이 집 주인 대체 뭐야? 이런 쓰레기의 산 한가운데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건데? 오타쿠? 야동?”
      근거 있는 추리였다. 집 꼴을 보면.
      “근데, 나 왜 이렇게 안 아프지?”
      뭔가 폭신한 것 위로 넘어진 것 같아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본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몰랐는데, 자신이 넘어지면서 누군가를 덮친 모양이다.
      “헉!”
      시체처럼 잠들어 있는 남자.
      “아…….”
      그것도 엄청 잘생긴.
      비단 같은 까만 머리카락이 반짝이며 대리석 바닥에 쫙 펼쳐져 있고, 속눈썹은 남자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길었다.
      헐렁한 검은색 니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넘어다 보이는 관능적인 쇄골. 투명하다 못해 무서우리만치 하얀 얼굴이, 놀랍게도 눈에 익었다.
      “설마 이 남자…….”
      숨을 쉬면 얼음 결정이 맺힐 것 같은 창백한 얼굴.
      마치 얼음 왕국의 왕자님처럼,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가 쓰레기더미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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