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가 짖다 (19세) - 김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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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동아
작가명
김영한
발행일자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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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상세 설명

       

       

      진짜 나랑 잠이라도 자겠다는 거야?”

       

      오랜 친구의 동생이자 소속사 대표 배우인 기연하.

      연하는 자꾸 오래전부터 다운의 삶을 망치기로 작정했던 사람처럼 군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게.”

       

      눈꺼풀에 걸린 다정이 다 읽힐 만큼 따뜻한 얼굴을 하고서는 나쁜 말들을 지껄였다.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누나한테만……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연하가 짖는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다. 연하가, 제게 욕정하고 있었다.

       

       

       

       

       

       

      김영한

       

       

       

       

       

       

      매니저에게는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연하가 있는 미팅 룸의 손잡이를 쥔 다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 없는데 흔한 인사조차 없다. 언제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건지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얼핏 보인 기사의 제목이 아까 차 안에서 보았던 것과 같았다. 그가 깨끗한 척, 으로 시작하는 댓글까지 읽기 전에 책상을 두드렸다.

      …….”

      인사는 돌아오지 않는다. 맞은편에 앉아도 소용이 없다. 진짜 친하기라도 하면 꿀밤이라도 가져다 박을 텐데 정말 그 정도 사이는 아니었다.

      애매한 관계다. 친구의 동생이니 꼭 철없는 막냇동생을 보는 것처럼 속이 꽉 막히는데, 주변의 이해관계는 철저한 비즈니스로 얽혀 있다.

      연하 씨.”

      그제야 숙여져 있던 고개가 느리게 올라온다. 회사 사람들이 있으면 몰라도 보통 둘만 있게 되는 자리에서는 그냥 이름을 불렀다. 그를 가르치던 시절처럼 연하야, 그렇게.

      그러나 지금은 그런 친목 과시의 장 같은 게 아니다. 다운은 가지고 온 볼펜으로 계약서 사본의 스캔들 조항에 밑줄을 그어 건넸다.

      기사 뜬 거 봤으면 알죠? 여론이 안 좋아요.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계약을 어기게 되면 광고계에서 연하 씨 평판도…….”

      누나.”

      막힘없이 준비한 말을 꺼내던 다운의 목소리가 연하의 부름에 뚝 끊겼다. 말문이 막혔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방금 전 호텔 레스토랑에서 굳이 회상했던 과거가 다운을 향해 다시금 노크한다.

      기시감이 몸을 감싸 왔다. 포식자의 시선을 본 적이 있다. 고작 TV로 시청하고 있던 다큐멘터리였지만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는 덜컥 두려웠다. 숨도 조금 가빠졌다. 그걸 찍고 있던 카메라 감독도, 그 앞에 선 초식 동물도 아니면서.

      ……그래, 연하야.”

      다운은 그냥 최대한 연하가 연희의 동생이라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제게도 동생 같은 아이로 말이다. 비록 그가 스물여덟이나 먹었고, 다운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큰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덴 왜 간 거야?”

      글쎄.”

      연하가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다운은 내밀었던 계약서를 일단 거두었다. 허리를 펴고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다. 삐딱함은 거두어지지 않은 채였다. 회사에 무언가 불만이라도 있는 것일까.

      연하는 데뷔 이후 신드롬에 가까운 길을 걸었다. 187cm의 큰 키에 바르고 부드러워 보이는 호감형의 얼굴. 주말극 조연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왔다.

      여자 주인공의 동생과 합을 맞춘 로맨스 연기는 대중들에게 기연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 다음 해에 서브 남자 주인공으로 분했던 케이블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단숨에 공중파 미니시리즈의 남자 주인공 자리까지 꿰찼다. 아직 신인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은 배우에게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30%의 화려한 시청률로 불식됐다. 당시 연하의 나이는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아들만 삼고 싶었겠나. 안기고 싶은 남자 연예인 1, 밸런타인을 함께 보내고 싶은 남자 연예인 1, 교생 실습 와 주었으면 하는 남자 연예인 1……. 그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사랑 받고 있는 배우인지에 대해 말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랐다.

      반년 전 기연하가 새로운 소속사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마침 배우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기는 했지만 기연하다. 신생 엔터에서 영입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애초에 없었다. 못 먹어도 가 본다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계약을 하고도 얼떨떨해서 이게 무슨 일인지 다운과 우현은 서로에게 되물어야 했다.

      이미 배우 기연하와의 계약에서 회사는 절대적인 을이라는 소리다. 계약서는 당연히 구걸하다 못해 굴욕적인 수준이다. 더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수익 분배?

      케어의 문제?

      여기서 뭘 더 어떻게.

      더 물러서느니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하는 게 어쩌면 회사와 배우 모두에게 이득이지 않을까……까지 생각하는데 연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누나, 나 욕구불만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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