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의 연인 - 진설

상품 옵션
소비자가격
13,000원
적립금
585원
포인트
2%
출판사
플레이블(예원북스)
작가명
진설
발행일자
2018/10/18
판매가격
11,700
      총 상품 금액 0
      특이사항
      최상급 책입니다.
      바로구매 장바구니 위시리스트

      Product info

      | 상품 상세 설명

       

       

      양부의 명령으로 낯선 이를 모시게 된 상인의 수양딸, 루시아.

      “……공작님을 모시라 하셨습니다.”
      가족을 위해 입양을 선택할 만큼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 꿈 같은 일이 벌어진다.

      왕명으로 찾은 세인 국에서의 하룻밤이 달갑지 않은 공작, 쥬벨.

      “괜한 짓을 하는군. 됐으니 물러가거라.”
      고통스러운 과거에 갇혀 사는 그는 그녀를 거부하지만,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이끌림에 사라진 그녀를 찾아 나선다.

      “나 때문에 떨린다던 심장은 여전한가?”

      스스로 선택한 길에 사랑을 얻고자 하는 루시아와
      여자를 믿지 못하면서도 흔들리는 쥬벨의 가슴 따뜻한 사랑 이야기.
       

       

       

       

       

      진설

       

      기억에 남는 글을 쓸 수 있기를.

       

       

       

       

       

       

      #프롤로그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커다란 건물 앞으로 웬 어린아이가 보였다. 건물과 등을 진 아이는 바닥에 앉아 손을 야무지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는 보이는 사람이라곤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이곳은 푸른 바다와 황금빛 모래가 눈부시게 펼쳐진 해변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은 강렬했으며 모래사장은 빛에 반사돼 아름답게 반짝였다. 바닷가답게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더없이 여유로웠다.
      모래사장에서 낙서에 열중한 아이는 제법 진지했다. 잠시 고민하듯 숙인 고개를 들어 갸웃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꼬물꼬물 그려갔다.
      문득 바람이 거세졌다. 마치 작은 심술을 부리듯 여자아이가 얌전히 쓰고 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저만치 날려 보냈다.
      “어? 어…….”
      벌떡 일어서던 아이가 주춤거렸다.
      곧이어 난감한 표정이 되어버린 아이는 잡힐 듯 멀어지는 모자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걸음 채 뛰다 말고 그만 옴팡지게 넘어지고 말았다.
      “푸, 하하하.”
      어디선가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청명한 햇살 아래 부드러운 머릿결이 눈부시게 흩어지는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미소년은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웃어댔다. 그러다 이내 미안했는지 넘어져 당황한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꼬맹아, 괜찮니?”
      소년은 새 옷인 듯 말끔한 드레스에 얼룩진 흙먼지를 털어주었다.
      근사한 미소를 머금은 소년은 온몸에 귀티가 흘러넘쳤다. 청년이라 하기에는 아직 어린 듯 얼굴선이 고왔으며, 품위가 느껴지는 차림새로 보아 굉장한 집안의 자제임이 분명해 보였다.

      쥬벨은 어딜 가든 따라붙으며 제 비위 맞추기에 여념 없는 이들이 귀찮았다.
      해서 그들을 피해 몰래 바닷가로 도망쳐 나와 있었다. 또 며칠째 이어지는 연회로 끊이지 않은 소음에 염증이 일어 있었다.
      쥬벨은 늘 똑같이 반복되는 가족과의 휴가가 못마땅했다.
      올여름도 상관없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불만이 가득한 쥬벨은 그늘을 찾아 해변 근처의 울창한 나무 밑에 기대앉았다.
      그제야 겨우 미소가 번진 쥬벨은 푸른 나뭇잎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제발 집사가 날 찾지 않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밀려오는 무료함에 소년이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여자아이가 나타나더니 기분 좋은 유쾌함을 선사했다.
      “울지 마라.”
      쥬벨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를 달래며 제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성급한 손길로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무언가를 끄집어내 선뜻 아이에게 내밀었다.
      “자, 이것 봐라. 이거 줄 테니까 울지 마. 알았지?”
      아이는 소년이 건네는 반짝이는 보라색 돌멩이를 보고 신기해했다.
      쥬벨은 동그랗게 뜬, 흡사 원석과 같은 보랏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봤다. 그러다 그 속에 어린 눈물이 쏙 들어가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네. 잘 뛰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넘어진 거니?”
      시무룩해진 아이가 억울한 듯 검지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아― 돌부리. 이 돌멩이 때문이었구나.”
      쥬벨이 발로 돌부리를 확 쳐내주자 아이가 배시시 웃었다.
      쥬벨은 아이를 따라 웃으며 멀지 않는 곳에서 나뒹구는 모자를 주웠다. 먼지를 탁탁 턴 후 아이에게 씌워주었다.
      “고맙습니다.”
      아이가 예의 바르게 배꼽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기다리던 사람이 건물에서 나왔는지, 그쪽으로 달려갔다.
      아이는 중년 여성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따라 걸으며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그러곤 배시시 웃는 얼굴로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귀엽네.”
      쥬벨은 저도 모르게 손을 마주 흔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도련님!”
      소년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다들 모여 계시는데.”
      가문의 집사였다.
      집사는 여기저기를 찾아 헤맨 듯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 꼬맹이가 너무 귀여워서.”
      “예? 꼬맹이요?”
      집사는 어리둥절해 주변을 둘러봤다.
      마을의 어떤 버릇없는 아이가 도련님께 무례한 행동이라도 저질렀나 싶어서였다.
      “아니, 나중에 말이야…… 딸은 꼭 하나 있어야 되겠어.”
      “예?”
      뜬금없는 말이 이어지자 집사는 웃는 얼굴로 돌아서는 쥬벨을 멍하니 쳐다봤다. 이어 주변을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봤지만, 아이는커녕 스쳐 가는 행인조차 보이지 않았다.
      “별일이네. 휴양지에서만큼은 늘 우울해하던 도련님이 누굴 만났기에 저리 밝은 표정이시지?”
      집사는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다 황급히 어린 주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떠나 텅 빈 해변은 다시금 고요하기만 했다. 그러나 넘어진 아이를 위해 소년이 뽑아준 돌멩이는 파도에 휘말려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1. 왜 그 아이를 찾으려 했던가.

      1863년 어느 늦은 밤. 사방이 어둑한 복도에 작은 램프 등을 들고 조심스럽게 걷는 사내가 있었다. 육중한 체격의 그는 어느 단정한 방문 앞에 이르자 발길을 멈추며 공손히 뒤돌아섰다.
      “공작님, 부디 좋은 시간 되십시오.”
      공작이라 불린 신사는 귀찮은 기색으로 사내의 인사를 받아준 뒤 방문을 열었다.
      방 분위기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으나 비교적 깔끔했고 프리지어 향이 느껴졌다.
      하룻밤 묵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신사는 묵묵히 안으로 들어가 외투를 벗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라미온 국의 훤칠한 젊은 공작, 쥬벨 트레비시는 말끔히 정돈된 짙은 머릿결에 오뚝한 콧날이 시원스레 돋보였다. 또렷한 입술은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부드럽게 풀어주었으나 굳게 다물고 있어 다부진 느낌이었다. 눈을 감고 누워 있음에도 그만의 강인하면서도 귀족다운 우아함을 동시에 풍기고 있었다.
      쥬벨은 이곳에서 머무는 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영 내키지 않던 방문이라 언짢은 표정이 되어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 이윽고 잠을 청했다.
      “……저…… 기.”
      의식이 몽롱해지는 순간 어렴풋한 음성이 들려왔다.
      쥬벨은 번쩍 눈을 떴다.
      “누구냐?”
      그가 재빨리 일어나 앉았다. 예민하게 치켜뜬 두 눈이 날카로웠다.
      “저는…….”
      문가에서 들리는 가녀린 목소리에 쥬벨은 미간을 좁히고 그곳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사람 형상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가 구석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언제 들어온 것이냐?”
      묻고 있는 쥬벨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방에서 공작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기다렸다고?”
      그가 작게 되뇌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문가에 숨죽이고 있어 몰랐던 건가.
      “주인님이…… 공…… 작님을 모시라 하셨습니다.”
      루시아는 미동도 없는 공작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그러곤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역시 그 뜻이었군.
      쥬벨의 입술이 삐딱해지더니 눈가에 몰린 경계심을 풀었다.
      “네 주인이 괜한 짓을 하는군. 됐으니 물러가거라.”
      쥬벨은 방으로 안내하던 주인의 얄팍한 속내가 한심해 더는 말도 섞기 싫었다. 그가 냉정하게 돌아누웠다.
      루시아는 초조한 듯 불안한 시선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게…… 그럴 수 없습니다…….”
      애처로운 속삭임이 거듭 울렸으나 쥬벨은 짜증스러워 한숨만 나왔다.
      “그럴 수 없다니? 나를 모신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닐 테고, 설마 사내 품이 그리운 것이냐?”
      마지못해 몸을 일으키는 쥬벨에게 비웃음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루시아는 눈시울을 붉힌 채 움찔했다. 이내 방 안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왜 말이 없지?”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뜻으로 온 게 아니라…….”
      루시아는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다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럴 수 없다, 그런 게 아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내가 안아주길 바란다면 아양이라도 떨어야 할 것이 아니더냐?”
      “그, 그게, 흑…….”
      조롱처럼 계속되는 빈정거림은 끝내 루시아를 흐느끼게 했다.
      쥬벨은 여자를 믿지 못했다. 더구나 무언가 숨은 의도를 가지고 사내 품으로 안겨드는 여인은 더욱 질색이었다.
      “왜 우는 거지?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약하게 만들지. 하지만 내겐 결코 통하지 않을 게다!”
      쥬벨의 날 선 음성이 싸늘하게 퍼지자 루시아가 얼른 숨소리를 죽였다. 그녀는 공작의 기분이 상하는 걸 원치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 저는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다만, 무엇이냐?”
      “히든 부인께 보답을 못 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그만…….”
      보답이라…….
      쥬벨은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짓을 했다.
      “이리 가까이 오라.”
      “네? 네…….”
      그가 조금은 누그러진 말투를 보였다.
      그러나 루시아는 여전히 딱딱한 음색이라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쥐고 있던 드레스 자락을 놓고 공작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부인에 대한 보답이라니, 무엇에 관한 보답이지?”
      루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긴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흘러내린 채였다. 그녀가 질문에 차분히 대답했다.
      “히든 부인께서는 어린 저를 거두어주셨고, 지금까지도 가난한 저희 가족을 돌봐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언제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그 은혜에 보답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쥬벨은 몸을 가늘게 떨면서도 또박또박 자기 의지를 전하는 루시아에게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꿍꿍이가 빤히 보이는 이곳 주인이 아닌, 부인에 대한 고마움으로 자신을 모시려 했다는 점도 다소 흥미를 끌었다.
      “좋다. 네 뜻이 그렇다면…… 안아주지. 고개를 들어보아라.”
      루시아는 간신히 끌어낸 긍정적인 대답이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사실 그녀는 어렵기만 한 윌 히든의 명을 받고 겁에 질렸었다.
      모르는 남자를 모신다는 건, 순탄한 여자로서의 삶이 끝나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아내의 과거를 속 좋게 이해해 줄 남편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루시아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히든 부부는 루시아의 양부모였다. 윌은 양부이기 이전에 주인이었고, 새 가족이 된 이후로 친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분이었기에 윌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해서 늘 다정했던 마리 부인을 떠올리며 양어머니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추슬렀다. 하지만 방에 들어서기까지 두렵고 두려웠었다.
      루시아는 이렇게 공작을 뵙고 원하는 답을 듣고 나자 문득 홀로 불안에 떨었던 시간이 뇌리에 스쳤다. 공작을 기다리는 동안 이 방을 얼마나 뛰쳐나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늙은 놈팡이는 아니어서 다행이네.”
      친언니처럼 가깝게 지내는 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루시아의 처지를 잘 아는 앤이 애써 웃는 얼굴로 했던 농담 섞인 말이 계속 맴돌았다.
      루시아는 흔들리는 마음을 잡듯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치맛자락만 만지작거렸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긴 기다림 끝에 쥬벨을 마주하게 됐다.
      루시아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심장이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었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며 저도 모르게 공작을 확인했다.
      그에게 커다란 후광이 감돌아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동시에 너무도 수려한 외모에 놀라 숨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공작이 내뿜는 냉기는 그를 바라보며 울렁였던 그녀의 마음을 금세 얼어붙게 했다.
      루시아는 공작의 말대로 천천히 고개 들었으나 그를 똑바로 바라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쥬벨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쪽 눈썹을 세웠다.
      “일어나거라. 내가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이냐? 안아주겠다 하면, 그다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귀찮은 듯 못마땅해하는 그가 퉁명스레 말했다. 그러자 움찔 굳은 루시아가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별안간 쥬벨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잠깐! 왜 이리 작지? 난 이런 취미는 없는데…….”
      불쾌감을 드러내는 낮은 목소리였다.
      루시아는 긴장해 멋대로 꼬이는 숨결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아닙니다. 전 어리지 않아요. 올해…… 성년이 되었습니다.”
      “정말이냐? 내일이면 바로 알 수 있다. 뻔한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예.”
      루시아는 일을 망칠까 봐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소 안심한 그녀가 몇 걸음 다가섰다. 루시아의 키는 침대에 앉아 있는 쥬벨의 키와 엇비슷했다.
      마른 숨을 꿀꺽 삼키는 루시아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의 얼굴로 입술을 가져갔다.
      쥬벨은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동그랗게 모은 입술로 다가오는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잠깐 그녀가 귀엽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이런 자신이 어이없는 듯 그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말려 올라갔다.
      그가 붉은 입술에 위치를 맞춰주자 루시아는 마주 닿은 감촉에 흠칫했다.
      뭐야?
      쥬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입술을 갖다 대던 그녀가 입맞춤하듯 입술을 살며시 댔다 떼어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쥬벨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
      “키, 키스를…….”
      루시아는 갑작스러운 타박에 화들짝 놀랐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몸을 떨었다.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는 쥬벨의 눈매가 진지해졌다. 갑자기 팔을 뻗은 그가 순식간에 그녀의 허리춤을 감아올려 침대 위로 눕혔다.
      루시아는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눕고 말았다.
      “보아하니 넌 경험이 없는 게로구나.”
      그녀를 내려다보는 쥬벨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술을 비틀었다.
      “죄, 죄송…… 합니다.”
      루시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부끄러운 마음에 눈을 꼭 감았다.
      “신경 쓸 거 없다. 첫 경험을 좋아하는 사내도 있으니까.”
      변함없는 그의 비아냥은 그녀를 괴롭혔다. 루시아가 몸을 바르르 떨고 있는데 무심히 와 닿는 손이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놓았다.
      루시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뜨고 공작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그의 입술이 다가오는 게 보이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민망했다. 다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공작의 입술은 딱딱한 말투와 다르게 부드럽고 따뜻했다. 하지만 루시아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곤혹스러웠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냐?”
      쥬벨은 놀라운 표정을 풀지 못하면서도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당연히 거짓일 거라 단정했었다.
      루시아는 스스로가 두려움과 싸우며 여기까지 이끌어낸 상황이니 침착하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심장까지 파고드는 창피함에 눈물을 글썽였다.
      쥬벨이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일으켰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내려가더니 루시아에게 고인 눈물을 핥았다.
      가만히 숨죽이고 있던 루시아는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쥬벨을 마주했다.
      “짜군.”
      서늘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던 그의 입술이 덮쳐 왔다. 이어 격렬해지는 키스는 루시아의 혼을 뒤흔들어놓기 시작했다.

       

       

       

       

      Product Review

      | 상품 후기
      전체보기
      review 작성 폼
      review board
      이 름 :
      :      
      내 용 :
      후기쓰기
      review 리스트
      이름
      내용
      평점
      날짜

      Product QnA

      | 상품 문의
      글쓰기 리스트
      QnA 리스트
      등록된 문의가 없습니다.

      Product Review

      | 상품 후기
      review 리스트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비밀번호 확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