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19세) - 김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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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동아
작가명
김노운
발행일자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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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상세 설명

       

       

      12년째 친구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자식이 연애하잔다.

       

      서찬형, 우리나라 최고의 톱스타.

      잇따른 드라마 히트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민주연, 나랑 결혼해.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 연애하자.”

      나 아니라도 너 끼고 살 사람 많아. 왜 이래 징그럽게.”

      아닌데. 너밖에 없어, 민주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한텐 너 하나밖에 없는 거 알잖아.”

       

      틀렸어. 나는 그저 니 그림자에 잠식되어 있을 뿐이야.

      태양 아래 죽어 가는 이파리처럼 그저 쭈욱 시들어 가고 있을 뿐이라고.

       

      , 너 남자로 안 좋아해.”

       

      나는 서찬형의 친구, 하녀, 시다바리 5분 대기조.

      앞으로도 딱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는데.

       

       

       

       

       

      김노운

      텅 빈 한글 화면이 제일 무서움

       

       

       

       

       

       

       

      나는 서찬형과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그때도 서찬형은 아역 배우부터 시작해서 커리어 착실하게 밟아가는 배우였고,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 애들이 다 귀찮고 시간 많이 들어서 싫다는 반장을 엉겁결에 떠밀려 맡았을 정도로 심약하고 우유부단하기도 했다.

      아마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그때 서찬형의 떼쓰기와 사람 부려먹기를 묵묵히 참아 낼 생각도 안 했을 테지.

      아무튼 그때 서찬형은 무슨 지방 로케 촬영이 있다고 개학하고도 한 달 내내 코빼기를 안 뵈다가 내가 반장을 맡게 되고 난 이후에야 처음 만났다.

      교실도 아니고 상담실,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에 서찬형은 지네 엄마랑, 나는 나 혼자였다.

      우리 찬형이가 촬영하느라 많이 바빠서.

      서찬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옆에 앉은 엄마가 술술 말했다. 처음엔 엄마 아니라 누나인 줄 알 정도로 엄마는 젊고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고, 서찬형 엄마가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반장이 찬형이 좀 잘 챙겨 줘. 알았지?

      알았다고 대꾸는 했지만 솔직히 서찬형이 진짜 내 손을 필요로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걔는 유명인이었고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려는 애들 많을 거고, 걔네들이 많이 도와줄 거니까.

      나는 가끔 서찬형이 학교에 나오면 그동안 안 들었던 수업의 필기들을 복사해서 나눠 주거나 학교 숙제가 있으면 알려 주거나 하는 최소한의,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줬다.

      그럼 서찬형은 그걸 받아 들고 조금 보는 척하다가 이내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책상 위에 엎어져서 잤다.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서찬형이 촬영하던 드라마는 50부작 대형 시대극이었는데, 서찬형은 주인공의 아들로서 거의 주인공이 죽은 남편 대신 믿고 신뢰하는 존재였던 만큼 대사도 많고 등장하는 신도 많았던 것이다.

      반장.

      그날도 서찬형한테 노트 필기 복사한 것들, 수행평가 문제지 등을 바리바리 쌓아서 갖다 주는데 졸리고 멍한 표정이던 서찬형이 뜬금없이 말했다.

      저기 미안한데, ‘서녘에 관해서 이렇게 일일이 해석 달아 줄 필요는 없어.

      ?

      뜻밖의 말에 나는 그야말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녀석이 당시 찍던 드라마는 국어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명한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그 소설은 또 하필이면 우리가 다루는 시험 범위 내에 있었던 것이다.

      그 소설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수업 시간의 필기는 물론이고 내가 갖고 있던 참고서를 모조리 들춰 봐서 관련된 해석이란 해석은 있는 대로 베껴 썼는데, 녀석은 바로 그것에 관해 지적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라면 신경 끄라는.

      , 미안. 니 드라마 해석 때문에 단 건 아니었고…… 그냥 이번 시험 범위에 들어가니까…….

      그리고 필기에 이렇게 신경 안 써줘도 괜찮아. 어차피 난 수능 쳐서 대학 안 가니까.

      내 말허리를 단칼에 잘라 내며 녀석은 내가 책상에 올려놓은 종이들을 주섬주섬 모았다. 그 중엔 내가 평소와는 달리 검정, 파랑, 빨강색 펜까지 써가면서 최대한 열심히 요점 정리한 페이지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정리한 페이지가 녀석의 무심한 손길에 탁탁 정리되어 안으로 쏙 숨겨져 버리는 걸 보자 갑자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알아 달라고 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절로 입이 열렸다.

      나 서녘이란 소설 되게 좋아해.

      정리한 필기들을 가방에 접어 넣고 책상에 엎드리려던 녀석이 멈칫했다. 검푸른 눈동자가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는데 순간 심장이 덜컹거렸지만 꾹 참고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정후라는 캐릭터도 엄청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니가 맡은 그 캐릭터 말이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필기할 때 좀 더 정성이 들어갔을지도 몰라.

      「…….

      근데 그게 니 캐릭터 해석을 따지고 든다거나, 가르치려고 한다거나 하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어, 전혀. 그냥…… 원작을 좋아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정성들였다고 생각해 줘. 내가 좋아해서 그래.

      「…….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나는 도망치듯 녀석에게서 등을 돌렸다.

      주변에서 수군수군 비웃는 소리가 들려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분명 녀석한테 잘 보이려고 저랬을 거라고, 그렇게 주변에서 생각할 걸 뻔히 알아도 뭐라 받아칠 말 하나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었다.

      왜냐면 실제로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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