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 마음을 주지 마세요 1,2권(전 6권 완결예정) - 문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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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로노블
작가명
문시현
발행일자
20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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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상세 설명

       

       

      * 1

       

      나는 황녀잖아. 내가 바로 금수저라더니,

      아니잖아?!

       

      서브남의 집착물로 유명한 책 루스벨라의 빛

      나는 이곳에서 끔찍하게 주인공을 갈망하다

      사랑에 버림받고 결국 악의에 미쳐서는

      가족도 나라도 모조리 태워 버리는 폭군의 동생으로 환생했다.

       

      그리고 문제의 폭군 황자가 나를 죽일 거란다.

      말도 안 돼! 내가 미래를 알 수 있다니……? 이게 미래라고?”

       

      일주일 뒤, 정말로 나타난 황자님이 내게 물었다.

      카스토르 드제 칼타니아스다. 나를 아나?”

       

      고개를 저었다. 거대한 이빨이 날 잡아먹을 것 같았다. 몸이 덜덜 떨린다.

      그런 내게 아주 아름답고 잘생기고 또 예쁜 황자님이 질문했다.

       

      너에게 난 어떤 의미인가?”

       

       

      * 2

       

      우리는 서로 모르는 척 하는 공범자들이다.

       

      제가 오라버니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데요?”

      글쎄.”

       

      엷고 연한 하늘빛 머리가 바람에 한들거렸다.

      그는 보일 듯 말듯 웃다가 바짝 마른 입술을 떼어 낸다.

      이름을 불러 봐.”

       

      손끝이 손목 안쪽을 훑었다.

      …….”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아모르. 하고.”

       

      당신의 눈빛은 꼭…….

      어서.”

       

      조급한 숨소리와 함께 아모르가 허리를 세우며 깍지를 꼈다.

      정적 속에서 시선만이 소리 없이 오고 간다.

      ……빨리.”

       

       

       

       

       

       

      문시현

       

      불꽃 너울처럼 강렬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책 끝을 덮어도 마음속에 무한히 남는 글을 쓰고 싶은 작가.

      마음속 도서관에 이 책을 꽂아 주세요.

       

      applebean07@daum.net

       

       

       

       

       

       

      1

      도대체 황녀님은 어딜 그리 뻘뻘거리며 돌아다니시는 겁니까? 찾기 힘들게. 이번도 그렇습니다. 황자님과 제가 얼마나 찾아다닌 줄 아십니까?”

      그는 평소에 말이 없는 검사님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무뚝뚝하고 초연한 남자라도 이번엔 크게 놀랐던지 평소보다 꺼낼 말이 많아진 모양이다.

      정말 목숨이 10개쯤 되는 게 아니라면 제발 황자님 얼굴을 봐서라도 얌전하게 지내 주세요. ? 얼마나 염려한 줄 아십니까? 이번엔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셨지 싶은데요.”

      나는 감흥 없이 대꾸했다.

      그러게. 내 목숨이 10개가 넘나 보지.”

      황녀님!”

      40개쯤?”

      진실을 고할 생각이 없으므로 얼굴을 보는 대신 바닥에 떨어진 수첩을 응시했다. 보지 않아도 레이 경의 찌푸린 얼굴이 선했다.

      듣고 계십니까? 또 잔소리로 생각하고 계시지요.”

      아아아. 그만. 그만. 나 안 죽었어.”

      . 저희가 와서겠지요.”

      , 맞아. 죽을 뻔했지만 경 덕분에 안 죽었어. 그럼 된 거잖아?”

      천천히 수첩을 주워 들었다. 손에 든 것을 쳐다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설마하니 저나 황자님이 올 줄 알았다느니. 누군가는 와서 어떻게든 살았을 거라느니. 또 그 소리 하려거든 관두십시오. 여기가 얼마나 외진 곳인지 알고서 하는 소립니까?”

      안 죽을 줄 알고 있었어.”

      ?”

      대꾸 대신 수첩을 살폈다. 내 손바닥을 두 개 합친 정도의 수첩이다. 딱 일기장으로 쓰기 좋은 크기랄까. 그러나 시선에 날붙이를 달았다면 지금쯤 나는 이 수첩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을 것이다.

      더럽게 멀쩡하네.’

      크게 한숨을 쉬며 열어 보려다가 문득, 여기 나 혼자 있는 게 아님을 알아차린다.

      레이 경과 데인. 레이 경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지금 그게 눈에 들어오느냐는 얼굴이네. 나는 빤히 보는 시선들을 의식하며 흠흠 헛기침을 했다.

      , 그래.”

      릴랙스, 릴랙스. 나는 저들 앞에서 나름 얌전한 황녀다.

      무서웠으니까 너무 화내지 마.”

      그러자 레이 경이 삐딱하게 이쪽을 쳐다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가뜩이나 아니꼬운 인상이 더 더럽게 보였다.

      뭘 그렇게 웃으십니까. 걱정은 다 시켜 놓고.”

      여기까지 데리러 온 경이 좋아서?”

      그가 삐딱하게 코웃음 쳤다.

      웃지 마십시오. 정듭니다.”

      이후 데인과 경은 나를 궁까지 데려다주었다. 내가 지쳤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쉬라는 걸 보니 추궁은 뒤로 미룰 모양이었다.

      하녀들마저 사라지고, 넓은 공간에 혼자 남았다.

      ……. 또 머리가…….”

      습관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겹도록 따라다니는 고통에 얼굴을 연거푸 쓸고 책상 한쪽으로 걸어갔다. 짐을 치워 버리고 수첩을 펼친다.

       

      823년 하베론의 달 7

      열다섯 살. 생일에서 딱 10일 지난 날, 숲을 지키는 사냥개를 따돌렸다.

       

      아무 장이나 펼쳤을 뿐인데 놀랍게도 오늘 일을 겪은 듯 생생하게 쓰인 일기 내용이 보였다.

       

      비밀을 파헤치려 금지된 숲으로 가던 길에 암살자를 만나 죽었다.

       

      뒷장을 넘겨보면 비어 있다. 당연하다. 이 페이지가 마지막이니까.

      ……죽은 뒤에 일기를 쓰는 사람은 없으니.”

      나도 모르게 응시하다 말고, 문득 그 내용에 피식 웃고 만다. 죽은 뒤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때 일기장으로부터 빛이 터져 나왔다. 첫 글자부터 스며든 빛이 두 번째, 세 번째 마디로 퍼지더니 곧 페이지 전체가 사라졌다. 소용돌이 모양으로 뒤섞인 필적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솨아아활자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변했다. 언제나처럼 빛에 잠긴 페이지는 태동처럼 요동쳤다. 잠시 뒤, 천천히 글이 떠올랐다. 전과는 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823년 하베론의 달 7

      사냥개를 따돌리는 데 실패했다. 그대로 도망치다 죽을 뻔했지만……

      다행히 날 찾으러 온 7황자 오라버니와 오라버니의 호위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다음 장이 내일로 빼곡히 채워진다. 또 한 번 죽음을 뛰어넘었다는 증거였다. 기쁨은 없었다.

      …….”

      늘 보는 것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건 똑같다. 몹시도 비현실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일과처럼 받아들인다.

      2년 전, 일기장을 처음 보았던 이래 줄곧 그랬듯이.

      ……또 시작이구나.”

      언제나 그랬듯이 한숨은 안도와 두려움을 동반했다. 긴장으로 무뎌졌던 손끝에 비로소 온기가 돌았다.

      823, 열다섯 살. 하베론의 달 어느 하루.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2

      녹색 눈동자가 나를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지며 즐거이 대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 손을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덮었다.

      글쎄요.”

      탐색하듯이 훑는 그를 보고 있으니까 꼭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간 것 같다. 그 눈을 마주하는 대신 고개를 떨어트렸다.

      ……의도치 않게 그의 비밀을 엿들은 기분이 들어서.

      모르겠어요.”

      맞춰 버리면 안 될 것 같다. 감이지만……. 그는 정답을 바라지 않는다.

      재미없네.”

      하하. 재미있는 대답을 원하셨다면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제게 개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오라버니가 있는데.”

      “6황자?”

      그가 다시 원래의 낯으로 돌아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넌 그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구나.”

      그럴 리가요. 짜증이나 언짢음이 아니고요?”

      플뢰온 얘기를 하며 즐거울 리가. 어제도 볼에다 얼음주머니를 가져오는 불상사가 있었다.

      걘 언제쯤 철이 들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깜빡거리는 순간이었다. 따끔. 관자놀이 쪽으로 고통이 느껴졌다. 옅게 퍼지던 고통은 곧 번개처럼 나를 관통했다.

      왜 그래?”

      , ,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생각하느라.”

      지끈거리는 고통에 손가락을 들어 관자놀이 쪽을 꾹 눌렀다가 뗐다.

      이상하다. 분명 내 몸은 어떤 고통에도 무뎌진 몸일 텐데……. 등골을 쫙 타고 퍼진 고통은 거대한 바늘로 이마를 푹 쑤신 것과 비슷했다. 차차 사그라지는 고통을 잊어 보고자 다른 생각에 집중했다.

      아플 때, 그는 자기 몸도 약으로 다스릴까?

      오라버니로 말할 것 같으면 플뢰온은 1년에 한 번쯤 심하게 앓는다. 그때마다 나나 데인 전부 부산을 떤다. 플뢰온은 시끄러운 걸 싫어했지만 우리가 오는 걸 싫어하진 않았다.

      아프면 누구나 약해지는 법이니까.’

      그랬다. 그러나 아모르는? 이 궁에 갇힌 그에겐 손잡아 줄 사람이 있었을까? 그는 플뢰온과 겨우 한 살 차이었다. 겨우 1년의 차이를 두고 그는 제국에 오직 하나 남은 강하고 외로운 신관이 되었다.

      같은 핏줄. 하나의 힘이 삶을 갈라놓았다.

      표정이 왜 그래?”

      서글펐다. 나도 아모르처럼 강한 신관이거나 레이 경처럼 뛰어난 검사라서, 주변의 불행을 막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카스토르가 내려쳤던 검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막았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시간이 가고 어른이 되면 올라간 눈높이에서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참고 견디고 인내하는 사람을 어른이라 불렀다.

      나는 어른이지만 어른이고 싶지 않았다. 불행이 슬프고, 죽음이 안타깝다. 앞으로 찾아올지 모를 슬픔과 아픔이 두렵다. 몰려오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모든 것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지 못함을 알아서 슬펐다. 어디론가 토해 내고 싶었다.

      내 어리광은 누가 받아 줄까.

      오라버니…….”

      그리고 나처럼 외로운 당신의 어리광은 누가 받아 줄까.

      괜찮나? 안색이 창백해. 어디 아픈 거라면 약을 주마…….”

      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 주변엔 안타까운 것이 너무 많아요.”

      너무나.

      그가 멈칫했다. 녹색 눈동자가 나에게로 돌아왔다.

      …… 말인가?”

      난 그의 손을 잡았다.

      꼭 오라버니만을 얘기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포함되기는 하죠.”

      아모르가 나를 빤히 응시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곧이어 그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스르륵 기울였다.

      그럼 연민과 동정 대신 다른 걸 주지 그래.”

      그의 손 대신 움직인 넝쿨이 나를 들어 올렸다. 어째서인지 그는 화나 보였고, 슬퍼 보였고 그리고 기뻐 보였다. 그의 성마른 미소가 점차 가까워졌다.

      제가 오라버니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데요?”

      글쎄.”

      엷고 연한 하늘빛 머리가 바람에 한들거렸다. 그는 보일 듯 말 듯 웃다가 바짝 마른 입술을 떼어 낸다.

      이름을 불러 봐.”

      …….”

      아모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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