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흡혈귀가 공존하는 세상, 흡혈귀들은 피 대신 꽃을 대체식량 삼아 살아간다. 한 제약회사가 꽃의 성분을 유기 합성하여 개발한 대체식량 ‘하이마’ 덕분이다. 인류는 강한 육체를 가진 흡혈귀들을 통제하기 위해 군인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다국적 연합 대테러부대 MCT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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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 열여덟 소녀의 외모로 흡혈귀가 된 연하는 MCTC 소속의 베테랑 군인이다. 모든 흡혈귀들은 감염원에 대한 공여자이며 대부 격인 ‘파트로네스’가 있지만, 그녀는 예외이다. 이 세계에서는 인간에 대한 흡혈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고 오히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마지막 치료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연하는 그 ‘의료 행위’를 통해 흡혈귀가 되었기 때문에, 의료용 공여자가 아닌 파트로네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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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부에 새로 부임해온 국장이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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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수상한 흡혈귀, 이반 이바노프 국장.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의 경호원, 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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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부대원이라고는 하지만 12년간 변화 없는 조용한 삶을 살아온 연하에게 거대한 변화가 닥쳐 오려 하고 있다.

“요즘 흡혈귀들은 꽃의 수액을 마신다는 것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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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가 더 이상 피를 마시지 않는,

햇빛 아래 인간들과 함께 길거리를 거니는 세상.

그곳에 한 여자.

MCTC 서울 ERU 3팀 소속의 강연하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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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나에게 물어봤더라도 이 삶을 선택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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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

MCTC 서울 지부에 새로 부임한 국장, 이반 이바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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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난파선, 잃어버린 도시,

수많은 해골들을 삼키고도 평온한 바다 같은 붉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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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품은 붉은 눈동자에 속절없이 휩쓸리는 동안

연하를 한 번 죽음으로 몰고 갔던 폭풍은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이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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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인간, 흑은 뱀파이어.

하지만 흑과 백은 다른 편이 아니며,

아군과 적군에 고루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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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판의 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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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질투를 산 위대한 왕(King),

소녀의 얼굴을 한 전사(Warrior),

불의 검을 든 수도자(Monk),

의지를 가진 인간(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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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형제들(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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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시작된다.

 

 

조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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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

<암브로시아(Ambrosia)>

<나하쉬(Nahash)> 외

 

 

‘호모 비벤스(Homo bibens)’, 즉 ‘마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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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넘어 태초의 지구에 온 외계의 존재,

우리의 근원과 함께 진화해 온 형제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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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을

‘루아스(Luax)’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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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테 블란두스,

「이종의 기원과 역사」, p.32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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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Th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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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유리창 너머에 앉아 있었다.

교복을 입고 허벅지 위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였다. 단정하게 빗은 긴 생머리는 가슴 밑까지 내려왔다. 발목에 가지런히 접은 하얀 양말은 깔끔했고 치맛자락 아래 드러난 두 무릎은 아기의 볼처럼 윤기가 돌았다.

사방에는 음탕한 붉은빛이 가득했다. 맛이나 풍미라고는 없는, 오로지 취하기 위한 싸구려 와인을 묽게 풀어놓은 것 같았다.

그는 충동적으로 유리창 앞에 앉아,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구식 수화기를 들었다. 벨소리가 나는지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소녀도 유리 너머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

그는 다정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소녀는 수화기를 들고 있음에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소녀가 귀여워서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미성년자가 있을 리 없는 곳이건만 진짜 고등학생 같았다. 아니더라도 진짜 제 교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소녀는 예쁘장한 편이지만 군중 속에서 두드러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군중 속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옆을 지나가면 저도 모르게 돌아보게 되는, 으레 옆집에 살 것 같은 아이였다. 웃는 얼굴이 예쁠 것 같았다.

“혹시 일한 지 얼마 안 됐어?”

그는 물었다.

[어…… 네.]

소녀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전 손님이었던 중년 남자가 이 앞에 유난히 오래 앉아 있다 싶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혹시 티가 많이 나나요? 아까 손님도 물어보시던데…….]

“아무래도 너 같은 아이가 앉아 있으니까.”

그가 대답해 주어도 소녀는 ‘너 같은 아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이런 곳에서 일할 것 같진 않은데.”

소녀가 유리창을 보았다. 그쪽에서는 이편이 보이지 않겠지만 왠지 소녀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것 같아 그는 선수를 쳤다.

“손님으로 온 내가 이런 곳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한가? 집 앞이라 가끔 와. 대화 상대가 필요할 때.”

[아…….]

소녀는 작게 소리를 내더니 조금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가 다른 남자들처럼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게 아닌, 그저 외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적어도 전 손님 같지 않다는 데 안심한 것 같았다. 전 손님은, 뭐랄까, 바라는 게 분명해 보였으니까.

“혹시 뭘 좋아해?”

그도 아이가 경계하길 바라지 않았으므로 더 다정한 투로 말을 건넸다.

한동안 정말 삼촌과 조카같이 대화하다 보니 아이는 작게 웃어주기까지 했다. 역시 웃는 얼굴이 아주 예뻤다. 조금 어색한 미소였지만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것 같아 그는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왜 너 같은 친구가 이런 일을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아이는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대답이 궁금했기 때문에 기다렸다.

[그게…….]

소녀는 볼을 살짝 붉혔다.

[아이를…… 가진 것 같아요.]

생각지 못한 대답이었지만 납득은 됐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돈이 필요하지 않고서야 이런 곳에서 일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 테니까. 대화만 하는 곳이라 해도, 여길 찾는 남자들이 유리창 너머 각종 콘셉트 복장을 한 여자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이런 아이라도 잘 알 것이다.

“아이라면…… 남자친구의?”

그가 특별한 내색을 하지 않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물었다.

“남자친구는 알아?”

이번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말 못 했어요.]

“왜? 남자친구도 알아야…….”

[지우지 못하게 할 것 같아서요.]

소녀는 이쪽을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부끄러워하는지 슬퍼하는지 검은 눈동자에 연한 빛이 돌았다.

그는 결심했다. 이 아이로 해야겠다고. 이 인근을 돌아다니는 뱀파이어가 그 말고도 제법 있었기 때문에 우물쭈물하면 뺏길 게 분명했다. 눈이 밝은 녀석이라면 이런 아이를 놓칠 리 없었으니까.

단순히 마시고 버릴 게 아니라 사육하고 싶은 상대는 정말 간만이었다. 일탈 한 번 해 보지 않은 착한 딸일 것만 같은 순진한 얼굴로 남자친구와 보호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는 발칙한 면이 더 자극적이었다.

[저기……?]

그가 말이 없자 소녀는 의아해하며 불렀다. 그래도 돌아오는 소리가 없자 수화기를 툭툭 쳤다. 고장 났는지 확인해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손님은 들어올 수 없는 방 반대쪽 문 앞에 서 있었다.

철컥. 그는 문고리를 돌려 열었다. 소녀는 자신이 비치는 깜깜한 유리창을 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유리창을 보았다가, 그곳에 비치는 그를 보고 깜짝 놀라 엉거주춤 일어났다.

소녀는 한눈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당황해서 물러났다. 그때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이닥쳤다.

“너 이 자식, 안쪽에 어떻게……!”

업소를 관리하는 매니저 같았다.

“꺼져.”

그는 돌아보고 이를 드러냈다. 짐승, 그것도 맹수류에 가까운 이였다. 매니저는 흠칫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흡혈…….”

그때 흡혈귀는 매니저를 보느라 소녀의 눈빛이 변하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놀란 듯 크게 뜬 눈에 힘이 들어가면서 예리한 빛이 도는 것을.

얌전히 있던 소녀는 순식간에 벽을 박차고 뛰어올라 다리로 흡혈귀의 목을 휘감았다. 컥 소리를 낼 새도 없었다. 소녀는 그대로 다리 힘으로만 그를 돌려 바닥에 처박았다.

굉음이 나고 방 전체가 흔들렸다. 흡혈귀는 자신이 몇 바퀴를 돌아 바닥에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바닥에 파고들 것처럼 파묻힌 상태라, 모조리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었다.

흡혈귀는 온 힘을 다해 일어나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벗어나려 할수록 목을 누른 소녀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숨이 막히고 온몸의 혈관이 불끈거렸다. 이 힘은 절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너 설마…….”

소녀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흡혈귀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밀어붙였다. 그는 정말로 총구에 관자놀이가 뚫릴 것 같았다. 그 상태로 소녀는 말했다.

“사회보장번호 LKESE-M-0043981. 현 시각으로 귀하를 1건의 살해 용의와 6건의 불법 흡혈 용의로 체포합니다.”

아까와 같은 음성이지만 톤이 너무 달라 같은 목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눈 옆으로 얼핏 보이는, 빛을 등져 음영이 진 얼굴이 무겁고 심각했다. 검은 눈동자는 날카로웠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체포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흡혈귀를 억누르고 있는 연하는 익숙하게 미란다원칙을 읊고 나서 말했다.

“승냥이 여덟, 상황 종료.”

그러자 방 밖에서 무거운 발소리들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문가에 검은 군홧발들이 나타났다. 잠깐 안쪽의 상황을 가늠하더니 자세를 풀고 어설트 라이플의 총구를 내렸다.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놀랐는데 싱겁게 끝났군.”

군화들 사이로 낡은 구두 하나가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바닥에 파묻혀 있는 흡혈귀는 설마 싶었다. 힘겹게 눈을 더 들자 중무장한 대원들 사이로 소녀의 전 손님이었던 중년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중무장한 대원들 중 하나가 중년 남자에게 척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말했다.

“와, 중사님, 메소드 연기. 장난 아니던데요? 이런 데 좀 다녀보셨나 오해할 뻔했잖아요.”

중년의 중사는 멋쩍게 웃고는, 막 흡혈귀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는 연하에게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상사님.”

상사? 흡혈귀는 놀랐다. 그렇다면 이 소녀가 저 중년 남자보다 상급자라는 의미였다.

“괜찮아요.”

연하는 무심하게 대답하는가 싶더니 덧붙였다.

“다른 데 가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않으시면.”

“진짜, 저희가 아청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한 대원이 장난처럼 말하자 다른 대원이 덧붙였다.

“상사님이 진짜 미성년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죠.”

그때 두 대원이 흡혈귀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흡혈귀는 그제야 소녀, 아니, 소녀의 얼굴을 한 군인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럼 임신했다는 것도…….”

흡혈귀가 말하자 연하 옆에 서 있는 대원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그를 돌아보았다.

“했겠냐.”

그러자 다른 대원이 안 그래도 궁금했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게요. 안 그래도 여기서 일하는 데에 대한 변명이 왜 하필 임신이에요? 소령님이 그러라고 했을 때 상사님 표정이 흔들리던데요.”

교복 허리춤에 다시 총을 집어넣던 연하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 깜짝 놀랐잖아.”

소령, 도영이 파리 눈 같은 야간투시경을 밀어 올리자 잿빛이 섞인 푸른 눈동자가 드러났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만 봐도 동서양 혼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처럼 생긴 녀석이 유흥비 벌려 한다는 게 더 이상하잖아.”

도영이 말했다.

“나처럼 생긴 게 뭔데?”

연하는 순진해 보일 정도로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나이 차가 있어 보였음에도 꼭 친구를 대하는 것 같은 투였다.

“소령님.”

그때 다른 대원이 부르자 도영은 돌아보느라 대충 대답하고 그쪽으로 갔다.

“얼빠진 얼굴이다. 됐냐?”

연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가?’ 하고 생각해 보는 것 같았다. 그때 흡혈귀가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연하는 그를 돌아보았다. 검은 눈동자는 무심했다. 겉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그 눈 속에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모든 상황에 압도되어 겁을 먹은 소녀가 아니라, 좀 더…….

갑자기 누군가가 흡혈귀를 거칠게 당겼다.

“뭘 보고 있어? 나와, 인마.”

한 대원이 흡혈귀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복도로 밀려 나갔다. 뒤에 남은 연하는 새삼 방을 둘러보았다. 교실을 모방한 공간이어서 한쪽에는 칠판이 걸려 있었고,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 앞에 책상이 있었다.

따르릉.

그런데 갑자기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는 유리 너머에 있는 소위 ‘손님’들과 이야기하기 위한 내선 전용이었다. 이 난리 통에 누가 건너에 앉았을 리는 없지만 연하는 의아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연하가 물었지만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하는 까맣게 칠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를 응시했다.

‘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쾅. 갑자기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연하는 흠칫 고개를 돌렸다.

“잡아!”

밖에서 대원들이 외치는 소리,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 연하는 당장 방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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