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화진의 둘째 왕자 창녕대군 위단우는
 열 살 어린 나이에 강대국 창에 볼모로 끌려온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사이 홀로 남겨진 단우에게
 창의 2황자는 뜻밖의 다정함을 베풀지만 그것도 잠시.

곧 2황자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게 되고
 단우는 하인들의 천대를 버티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그를 이따금 추억하면서......

그러던 8년 후의 어느 날,
단우에게 사형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명이 내려지고
 이제는 태자가 된 2황자가 처형 직전의 단우를 구명하는데......

 "전하께서는 절 취하고 싶으십니까?"

일견 어릴 적과 다름없이 다정하게 대하는 태자지만

"이미 취했느니라."

단우는 그의 완전한 통제 아래 차츰 길들여져 간다.

 "내 손으로 목숨을 구한 그 순간부터, 넌 내 것이란다."

무공진

[출간작]
『불가역』
『소실점』

"여기, 내 앞에 앉으렴."
싸늘했던 목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아 있었다. 태자는 몸을 조금 뒤로 물려 푹신한 허리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 사이를 가만 두드렸다.

"……예."
혼란을 느끼면서도 단우는 결국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미 그의 말에 따르기로 결정했으면서도, 묘한 불안감이 가시지는 않았다. 단우는 마른 침을 삼키며 침상 위에 한쪽 무릎을 올리고, 손으로 침상 바닥을 짚으며 다른 쪽 다리도 올렸다. 그리고 엉금엉금 그가 가리킨 곳을 향해 기어갔다. 태자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잡기를 권하였고, 단우는 습관처럼 그 손에 몸을 맡겼다. 태자는 그가 자신의 상체에 기대어 안길 수 있도록 잡아 주며 끌어당겼다.

"널 얼마큼 벌주어야 내 말을 알아들을지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