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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백화점 매장 경력 5년 차, 최미혜.
갑작스러운 발령, 무려 신임 점장의 비서란다.
훈훈한 외모와 남부럽지 않은 기럭지,
거기다 회장님 아들이라니.
그러면 뭐하나,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데.
어서 이 버겁고 무거운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을 뿐!
하지만 사내에선 점장과 연인 사이라는 오해가 점점 쌓여가고,
매장으로 돌아갈 날까지 버티자 했건만,
사사건건 저를 놀리고 구박하기 바쁜 점장 덕에
오기와 패기만 늘어간다.
이 남자, 나 놀리는 재미에 비서로 두는 거 아냐?
미래백화점 본점장, 서의준.
동그란 눈의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몰랐던 장난기가 올라오고야 만다.
속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당황해하고 곤란해하는 모습이 귀여워
그녀의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도 못 하겠다.
이 여자, 왜 이렇게 자꾸 놀리고 싶어지는 거야?
주은영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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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작
동창생
아마빌레
눈 감으면, 살랑 外
시침이 막 8시를 향해가는 시각. 어둑한 복도를 지나 가장 끝에 있는 점장실에 선 미혜는 연신 하품을 터뜨렸다.
‘커피라도 마셔야겠어.’
커피 때문에 악몽까지 꿨으면서 피곤하니까 커피 생각이 절로 났다.
“어?”
사무실의 불을 켜려던 미혜는 손짓을 멈추고 코를 벌렁거렸다. 연습을 하겠다며 퇴근 전에 커피를 여러 번 내렸더니 아예 배어버린 듯, 미세하게 커피 향이 느껴졌다.
“망할 놈의 커피.”
투덜거리며 다용도실 앞을 지나던 그녀의 걸음이 다시 멈칫거렸다.
‘뭐지?’
미혜는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다용도실로 들어가보았다. 코를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안을 살피던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원두 찌꺼기가 담긴 필터가 쓰레기통에 처절하게 드러누워 있는 것을.
미혜는 부랴부랴 책상으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꺼냈다. 경은의 전화번호를 찾아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경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임님, 아무래도 여기 도둑 든 것 같아요!”
- 도둑이라니?
“제가 금방 출근을 했거든요? 그런데 어떤 도둑놈이 벌써 커피……를…….”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돌린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 여보세요? 미혜야.
경은이 애타게 찾는 미혜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한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던 그녀는 급히 전화를 끊고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점장님.”
“일찍 출근했군요?”
“아…… 네. 점장님도 일찍 나오셨네요?”
“원래 8시면 출근합니다. 가끔은 더 일찍 오기도 하고.”
헉! 아무리 비서의 시계는 보스의 시계와 같다지만 이 무슨 형벌인가. 커피에 이어 시련이 하나 더 늘었다. 미숙한 비서를 만난 점장이 고생할 줄 알았는데, 첫날부터 시작된 시련은 모두 그녀의 차지였다.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저…… 점장님.”
그는 말해보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제가 비서 업무가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본사에서 받은 인수인계서에도 점장님의 자료가 얼마 없어서요.”
“지난번에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예를 들면?”
“그러니까…… 여러 가지 기초적인 정보들…….”
예를 들어 출퇴근시간이라든지, 주로 식사는 몇 시에 한다든지 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다. 그래야 방어든 공격이든 할 것이 아닌가. 문서 업무는 여전히 서툴고, 점장의 업무 스타일이라도 제대로 맞추고 싶었다. 아니면 취향이라도?
“특별히 나에 대해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
마치 수작 걸려다가 퇴짜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당혹감은 관심 없다는 듯 그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아는 바와 같이 주식회사 미래의 회장이시고,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가사를 돌보십니다. 형제로는 대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난 술, 담배는 하지 않지만, 커피 애호가입니다. 신장 183에 체중은 72. 군필자에 시력은 양쪽 다 좋고 아침마다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취미는 등산.”
“점장님!”
미혜가 양손을 번쩍 들며 그의 말을 급히 잘랐다. 괜히 물어봤다.
“충분합니다.”
당황하여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를 보며 그가 싱긋 웃었다. 의미 없는 그 웃음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그가 드디어 집무실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자 미혜는 참고 있던 숨을 겨우 내쉬었다.
“아!”
엄마야. 그가 갑자기 돌아서는 바람에 미혜는 어깨를 흠칫거렸다. ‘왜 또?’ 하는 표정으로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그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망할 놈의 커피는 내가 도둑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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