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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정예원. 가끔 널 보고 있으면
난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다.
분명 웃고 있는데 슬퍼 보여서.”
그거 알아? 하태건. 나도 가끔 널 보고 있으면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다.
분명 넌 지금 내 옆에 있는데,
우린 언제든 끝날 사이 같아서.
불투명한 이 관계의 끝,
남아 버린 미련, 그리움,
그리고…… 사랑.
우리의 계절에 봄이 오기를.
향기바람이(潔)
liyujie93@naver.com
[출간작]
연애할까요?
러브 디자이너
너라서, 너니까
네가 오는 길목에서
여전히 사랑이죠
무채색 결혼
예원은 태건이 반지를 끼워 주는 걸 가만히 바라봤다. 무광 처리를 해서인지 과하게 반짝거리지 않는 반지는 그냥 보고 있을 때보다 손에 끼니 더 예뻤다. 손가락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샀는지 손에도 꼭 맞았다.
“갑자기 반지는 왜?”
기대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그런 기대는 예상과 어긋날 때가 많다. 이어지는 태건의 대답이 그랬다.
“손가락이 허전해 보여서.”
아…… 그렇긴 했다. 예원은 정말이지 너무 깨끗한 제 손을 바라봤다. 그 흔한 네일 아트도 하지 않은 채 투명한 매니큐어만 칠해진 열 손가락에 장신구라고는 방금 태건이 끼워 준 반지 하나뿐이었다. 액세서리에 관심이 없고 꾸미는 것도 잘 못 하는 성격 탓이었다.
“어쨌든 고마워. 근데 난 줄 게 없어서 어떻게 해?”
“뭘 바라고 준 건 아니야.”
“그건 아는데.”
그저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으니 그녀 역시 뭐라도 줘야 될 것 같았다. 사실은 뜻밖의 반지 선물에 기분 좋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반지 같은 특별한 물건을 이렇게 별 뜻 없이 건네주는 태건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원래 하태건이 그런 남잔 줄 알면서도 말이다.
“굳이 바라는 게 있다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웃는 널 보고 싶거든.”
널 만나고 그래도 많이 행복해졌는데……. 예원은 그 말 대신 가까이 다가갔다. 태건이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자연스럽게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둘은 곧이어 서로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밤은 깊어 갔다. 달빛도 흐려졌다. 그의 침대에는 은밀하게 그녀의 체온이 스며들었고, 그녀의 살갗에는 그의 숨결이 진득하게 머물렀다. 서로 몸을 겹치고 하나가 된 채 틈 없이 맞물리는 느낌은 눈물 나도록 좋았다. 그래서 이 애매한 관계가 언젠가 끝이 날 줄 알면서도 예원은 조금 더, 조금만 더 시간을 끌 뿐이었다.
“……태건아.”
응, 하는 그의 대답을 들으며 예원이 태건을 어루만졌다. 각진 어깨와 단단한 팔뚝, 잔근육의 허리를 그녀의 손이 천천히 훑으며 지나갔다. 소리 없는 자극에 태건의 키스가 더욱 짙어졌다.
좋아해. 많이, 정말 많이 좋아해. 하태건.
“향이 너무 좋아서.”
오늘도 태건을 좋아한다는 말 대신 그의 향수 냄새가 좋다고 얘길 했다. 어른이 되니 참 나쁜 것만 배운 것 같다. 열여덟 살 때는 단순하게 제 감정을 다 꺼내 보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꽤 영리해졌다. 진심을 드러내지 않고 잘 숨기는 방법, 그래서 스스로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솔직하게 태건의 마음이 뭔지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었고 그녀만큼 저를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예원은 결국 그러지 못했다. 혹시라도 들려올 그의 거절이 두려워서였다. 그에게 거부당하는 건 한 번이면 충분했으니까.
예원의 입에서 작게 한숨이 흩어져 나왔다. 그녀의 속도 모른 채 6월의 뜨거운 열기는 어둠이 드리워진 바깥에도, 태건의 침실에서도 한참을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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