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면 좋겠어. 당신 없는 삶이 차라리 고통뿐이라면 좋겠어. 당신이 없음에도 난 오늘도 내 삶의 의미를 찾고 희망을 꿈꾸며 고통에서 벗어나려 해. ……당신이 없음에도.

김선경

sk_love@hanmail.net

출 간 작
「후(逅)」
「THE END AND」

출 간 예 정 작
「White out」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어요.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지도 몰랐어요. 여태껏 내가 느꼈던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행복…… 이 행복이 날 괴롭게 해요.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여기서 멈춘다면, 그렇게 한다면 이 괴로움이 사라질까요? 처음부터 당신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젠 숨길 수가 없잖아. 고통스러운 겉모습에 숨겨진 내 행복한 모습.”

도혁의 끈질긴 시선에도 수인의 눈동자는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만을 뒤쫓았다.

“어느 누구도 그런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아. 누구의 말도 듣지 마. 내 말만 듣고 내 말만 믿는 거야.”

수인의 두 귀를 막았던 도혁의 손길이 천천히 아래로 향해졌다.

“우리 사랑하자.”
“…….”

대답이 없는 수인, 그저 무심한 듯 도혁의 머리칼을 쓸어 넘길 뿐이었다.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아픈가요? 날 사랑하게 된 거예요? 근데요, 도혁 씨. 아플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랑이에요. 그게 사랑이라고요. ……당신을 사랑하게 됐으니 당신이 아프지 않게 해줘요. 내 사랑이 이젠 아프지 않게, 더는 아프지 않게 해줘요. 도혁 씨 당신이 그렇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