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야담(전2권세트) - 백승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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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동아
작가명
백승림
발행일자
20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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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상세 설명

       


      1

      꼴등들의 집합소라 불리는 조정의 뒷방, 영훤서.

      그 불운한 집단에 수상한 이들이 모여든다.

       

      영훤서는 없어져야 하는 곳입니다.”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황제의 그늘 밑에 서 있는 공자, 승학.

       

      호기심은 접어 두고 댁은 하던 대로 돈이나 벌면 될 텐데.”

      복수를 위해 비극을 부추기려는 여인, 정윤.

       

      너희는 살아남았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꿈을 위해 재능을 포기한 무가 출신의 사내, 해경.

       

      걸레 찾으셨나요?”

      알 수 없는 비밀을 감춘 불세출의 미완성 신동, 모연.

       

      저놈은 갑갑하고, 저놈은 단순하고, 옆의 놈은 음침하고, 새로 온 녀석은 교활하다.

      억지로 맞춰도 나오기 힘든 넷의 조합, 그들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2

      죽은 자의 아우, 사라진 자의 아들, 도망친 자의 딸.

      비웃음이 스쳤다.

       

      사람만 달라졌을 뿐 과거와 똑같은 장면이 아닌가.

      십 년 전 살해당했던 그들이 그대로 살아나 복원된 것 같았다.

       

      희망이 그렇게나 대단한 건가? 죽은 자가 저승에서 살아 돌아올 만큼?”

       

      구슬프고 날 선 질문에 손끝이 바르르 경련했다.

      망설이게 하고 침묵을 강요하게 하는 수많은 고비들이 지나갔다.

      굽힐 것인가 아니면 버틸 것인가.

       

      , 틀림없이.”

       

      예기치 못한 인연이 엮어 내는 그들의 이야기, <비화야담>






       

       


      백승림

       

      출간작 <등꽃비담> <수국기담>

      whitelimz@naver.com





       

       



      1

      바래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정하게 유지되던 간격에서 몇 보를 좁혀 다가온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부산스럽게 옷 속을 뒤적여 이내 무언가를 그녀의 손에 안겼다.

      따뜻하게 데운 콩으로 가득 찬 귀주머니였다.

      이걸 가지고 가십시오. 제 일행에게서 얻은 것이니 편히 쓰셔도 됩니다.”

      일행이 계셨습니까?”

      , 함께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아…….”

      멋대로 착각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같이 온 사람이 있었구나.

      정윤이 멀거니 끄덕일 뿐 섣불리 받지 못하자 승학은 다시 한번 확실하게 그것을 그녀의 손아귀에 넣어 주었다. 내내 조심스럽게 대했는데 마음이 급하니 행동이 앞섰다. 이렇게 허무하게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던 듯했다.

      손바닥 안쪽에 주머니를 밀어 넣고 꼭 말아 쥐게 하자, 새 나온 열기가 겹쳐진 두 사람의 손을 동시에 따뜻하게 달궜다.

      연일 비를 맞으셨으니 몸을 따뜻이 하셔야 합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연일? 무심결에 주운 단어에 정윤은 멍해 있었던 정신이 깨어났다.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어야 했는데 고개를 들었을 때 승학은 벌써 발길을 재촉한 다음이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팔을 내밀어 스치는 옷자락 끝을 잡아당겼다. 손가락에 걸린 사소한 이끌림에도 다행히 그는 돌아봐 주었다.

      저기요……

      도련님!”

      그를 부르는 상반된 목소리가 짧은 순간에 교차했다. 그를 기다리는 수십의 사람들이 뒤편에서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오래 붙잡아선 안 된다는 걸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하는 사이에 빠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댁을 알려 주시면 돌려 드릴게요!”

      몇 마디 섞었던 것 중에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던 것 같았다. 머무르는 시선에 구김 없는 온유한 빛이 일렁이더니 그가 명료한 발음으로 답했다.

      세운동의 첫 번째 곁골목 집입니다. 저는 이승학입니다.”

      그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거나, 필요 없다는 식으로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밝히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연히 돌아올 정윤의 소개를 기다리는 듯 거기에서 또 잠시 귀한 시간을 지체해 주었다. 정윤은 저는하고 입을 벙긋하려다가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아 턱을 숙여 회피했다. 기대와 다른 침묵을 물고 있다가 결국엔 다른 대답을 뱉어내야만 했다.

      , 그곳으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자.”

       

      2

      저를 피하시는 건.”

      그런 건 아니에요.”

      재빨리 부정하자 승학은 각도를 바꿔 질문해 왔다.

      그럼 왜 자꾸 멀어지십니까. 해경이를 물리치실 땐 용감하시더니.”

      , 그건.

      정윤은 입을 뻐끔하려다가 할 말이 없음을 자각했다.

      그래, 내내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의도하긴 했지. 하지만 뭐랄까 너무 대책 없이 호흡이 거칠어져서 안 될 것 같다. 대답이 두서없이 나갔다.

      그거는, 아니 그렇기는 한데, 막상 닥쳐보니까 내가 잘할 수 있나, 그런 우려가 들고…… 서툴면 너무 없어 보일 거고, 지금 머리랑 얼굴도 좀 이상한 것 같고…… 공자님, 공자님?”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던 입술이 중간에서 그쳤다. 다른 전경을 전부 가리고 시야를 가득 채운 승학의 이목구비에 정윤은 나누고 있던 대화를 그만 잊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은 언제나처럼 다정한 빛이라 보기만 해도 홀리게 된다. 누구 것인지 모를 들숨과 날숨 소리만 들렸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귀밑머리를 살며시 쓸어 넘겼다.

      이렇게 살라 해도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는 것 없이, 이렇게 소저만 보고 있으라 해도.”

      가슴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들리는 음성은 차분한데 뺨에는 열꽃이 핀다. 속이 울렁거려서 정윤은 옆으로 찔끔 엉덩이를 끌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을 때 달아나려고 했다.

      도망치지 말래도.”

      하지만 허리를 잡혀 단숨에 침상 끝까지 딸려 나왔다. 크고 단단한 몸과 바짝 닿는 순간 그녀가 허둥대며 외쳤다.

      ,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무엇을 말입니까?”

      그게.”

      그럼 다른 날은 되고?”

      되묻는 말 속에 웃음기가 짙게 배어 들어가 있었다. 그녀의 몸이 부끄러움으로 말려 들어가자 승학은 옭아맸던 허리를 놓고 편히 등을 눕혀 주었다.

      싫다 하시면 미시는 대로 밀려나겠습니다.”

      정중한 말씨에 의젓한 태도였다. 양팔로 바닥을 짚어 가두고 있는 듯한 이 자세만 뺀다면.

      재촉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어차피 영원히 소저의 곁에 머무를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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