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은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천애 고아가 된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그녀에게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생전에 아버지와 친했다던 태석 한 사람 뿐이다.
그의 집에 얹혀살면서 재인은 자신도 모르게 태석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태석 역시 재인에게 호감을 갖지만 12살의 나이 차이 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 와중, 대학에서 우연히 재인을 본 우석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재인은 이런 우석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우석은 태석의 동생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우석은 재인에게 다가서기 위해 태석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역시 태석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재인은 우석이 태석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태석에게 선뜻 우석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마음을 확인한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은 재인과, 태석.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 자신들을 막아선 산을 하나하나 넘기 시작하는데…….

마승리

출간작: 그놈의 바람 잡아라, 그대 고민하지 말지어다, 칼의 노예

출간예정작: 장하다 홍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내 여자입니다. 그런데 나보다 12살이나 어립니다.
막냇동생과 동갑인 그녀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입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내 여자.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날, 사람들은 도둑이라고 말합니다.
어머니의 거센 반대에 그녀가 우네요.
손끝에 닿은 그녀의 눈물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내 남자입니다. 그런데 나보다 12살이나 많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남자의 형인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입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내 남자.
그런 그를 사랑하는 날, 사람들은 염치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 눈물에 그가 우네요.
그 눈물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형의 여자랍니다. 어머니가 반대를 합니다. 끝까지 반대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형에겐 너무나 어린 그녀를 전 사랑하니까요.
그런데 두 사람이 웁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기에 눈물이 납니다.


(본문 맛보기)

“저도 아저씨 생각만 해요. 하지만 모르겠어요.”
“뭐가! 네 마음을 모르겠다는 거야?”
“아뇨.”
“그럼?”

태석의 따가운 질책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재인이 손톱 끝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조용했으며 막힘이 없었지만 미세한 떨림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전 그걸 배운 적이 없어요. 마음을 베푸는 방법은 문제집에도, 교과서에도 없었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걸요. 전 남한테 피해 입히지 말라는 말만 듣고 살았어요. 자기 할 일을 남한테 미루지 말고 생각했던 일도 다음날로 미루면 안 된다고 배웠어요. 아저씨는 제게 첫 사람인 걸요. 그래서 전 서툴러요.”

변명으로 들려도 할 수 없었지만, 그게 그녀의 진심이었다. 다른 연인처럼 고민 없이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눈을 맞추며 입술을 부비고 밀어를 나누는 장면, 상상은 한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고 몸은 항상 마른 장작처럼 뻣뻣했다.

그는 아직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태석이 식당에서 청포도를 입에 넣어주던 그날, 재인은 엄청 쭈뼛거렸고 주저하며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다. 입을 벌리는 것조차 부끄럽고 민망했었다.
물론 지금이야 태석의 손길에 익숙해져 음식을 받아먹는데 있어 전처럼 얼굴을 붉히고 긴장하지 않는다. 물론 성격 탓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애교가 넘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자신은 연인의 애타는 마음을 못 볼 만큼 어리석고 서툴다.

「플라토닉 사랑은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아. 네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지 마. 32살의 남자는 플라토닉 사랑만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
퍼뜩 지연의 말이 떠올라 재인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태석의 눈빛에 초점을 맞추었다.

“관심 없을 리가 없잖아요.”
“말주변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태석은 울먹이는 재인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허리에 대고 있던 손을 허벅지에 붙였다. 고민에 빠진 눈이 그녀의 작은 체구를 빠르게 훑었다.

“그럼 내가 가르쳐 줘야겠군.”

재인이 고개를 들고 태석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말뜻을 빨리 알아차린 모양이다. 금방 얼굴은 물론 귀 끝까지 붉어져 그의 마음에 불씨를 던져버렸다.

“안심하라고 하셨잖아요!”
“거짓말이야.”
“네에?”
“나는 매일 거짓말을 해. 알고 보면 참 음탕한 놈인데 들키지 않으려고 멋진 웃음으로 음흉한 눈빛을 가리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범하고 싶은 속마음을 숨기지.”

재인이 태석의 노골적인 고백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널 볼 때마다 소리 없이 속삭여. 재인아, 나 좀 살려줘.”
그가 그녀의 주변을 빙그르르 돌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아……, 키스라도 해줄래? 하지만 키스만으론 부족해. 왜냐면…….”
왜냐면……?
“난 엉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