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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다시는 황궁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어리석은 황제, 가이우스는 아폴로니아의 계획대로
자신의 오른팔인 페트라와의 관계를 끊어 내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페트라의 분노는 황녀를 향한다.
“내 말을 잊었나 보구나. 죽은 듯이 살라, 눈에 띄지 말라고 했었지.”
“저는 고모님의 가르침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답니다.
덕분에 지금껏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더 이상 아폴로니아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지 않고
페트라는 그제야 그녀에게 오랜 시간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즉위식에서 황제가 되기 위한 시험대에 오른 패리스.
“아폴론의 후예라면 신성한 불꽃에 다칠 수 없을 터.
새로운 시대가 그대의 것임을 증명하시오.”
자그마한 불꽃에도 손을 넣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그의 앞에
아폴로니아는 상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나타나고.
“13년 전, 나는 선황과 어머니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소.”
마침내 오랫동안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난다.
류주연
3권
“황궁을 차질 없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알아들었다면 지금 당장 페트라를 내 눈 밖으로 치워라.”
황제가 덧붙였다. 평생 타인을 짓누르는 것에 익숙했던 황제는, 아폴로니아를 이용해 페트라에게 최대한의 수치를 주려는 것이었다.
페트라는 대꾸하지 않았다. 오늘은 죽지 않은 것이 수확이었다. 이 정도의 오욕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덜덜 떠는 아폴로니아 따위는, 그녀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무릎을 굽혀 인사한 뒤, 다시 열릴 것 같지 않던 무거운 문 뒤로 걸음을 옮겼다.
“배웅하실 필요 없습니다.”
황제궁의 복도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페트라가 말했다.
“황궁 문에서 시종이 대기하고 있으니 혼자 가겠습니다.”
그녀는 아폴로니아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녀가 아는 아폴로니아는 질문이 아닌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황명이니 바래다드리겠습니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는 페트라의 등 뒤로 아폴로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페트라가 복도에 멈춰 서서 물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아폴로니아를 보았다.
“황궁 문까지 동행할 것입니다.”
페트라는 귀를 의심했다.
아폴로니아가 대답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 내용이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페트라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목소리와 말투였다. 낮게 깔려 또렷하게 귀에 꽂히는 목소리. 당연한 듯 자신의 의견을 우선하는 태도.
부드러운 것 같지만 그 의도는 드러났다. 이는 마치…….
“부인과 그 가족들이 다시는 황궁을 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황궁의 문지기에게도 알려야 하니까요.”
하대였다. 아폴로니아는 동행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권이 페트라에게 없다고 통보하고 있었다. 윗사람의 입장에서. 페트라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히고,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치켜 올라갔다.
“……폐하께 임무를 하나 받았다고, 자신이 뭐라도 된 듯싶습니까?”
그녀가 날카롭게 물었다. 이글거리는 금빛 눈동자가 아폴로니아를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페트라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아폴로니아 가까이로 다가섰다. 그녀의 귀와 자신의 입이 거의 닿을 때까지.
“옛날에 했던 말을 잊었나 보구나.”
페트라가 말했다. 아폴로니아가 팔을 뻗어 밀어내려 했으나 페트라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어깨를 아프게 잡았다.
“죽은 듯이 살라, 눈에 띄지 말라고 했었지.”
페트라가 나직하게 협박했다. 듣는 이에게 악몽을 선사할 정도의 서늘함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달라졌어도 상대는 아폴로니아, 유약하고 미련해 약혼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황녀였다.
페트라의 얼굴에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일거수일투족 자신의 눈치를 보며 떨던 아폴로니아의 표정이 생각났다.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겁을 내며 물러설 줄 알았던 아폴로니아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뼛속까지 새겨서, 죽어도 지워지지 않을 교훈으로 삼았습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페트라의 귀 가까이에서 울렸다. 문득, 그녀는 작아 보였던 아폴로니아의 키가 자신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무슨…….”
페트라는 아폴로니아를 잡았던 손을 놓고 그녀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그러나 한 걸음을 뒤로 내딛었음에도 두 사람의 거리는 벌어지지 않았다. 페트라의 눈이 커졌다. 눈을 살짝 내리깔자 자신의 어깨를 단단히 잡은 아폴로니아의 손가락이 보였다. 조금 전 자신이 했던 것처럼.
“덕분에 고모님의 눈을 피해 지금껏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지금껏 들었던 어떤 말보다 서늘한 한 마디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페트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뭐?”
그녀는 자신을 잡은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물러났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아폴로니아의 얼굴을 보았다. 찰나였지만 페트라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폴로니아는 두 눈을 똑바로 들어 그녀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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